공상(독백·외침)

[2009.07.25] 사랑초

루커라운드 2009. 7. 25. 23:30

 

 

 

내나이를 반으로 나눌수 있다면 지금 난 무한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남은 인생이라는 말도, 노후라는 말도, 역설적으로 젊음이라는 단어마저도 내 안중에 없을법한 나이 일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인하여 수개월동안 야외로의 외출을 자제하며 집안에 머무르다 보니, 좀처럼 집에서는 오래하지 않는 컴퓨터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수시로 옥상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그동안 무심히 다루었던 화초를 돌보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날들이 많아
졌다.  화초라고 해야 특별한건 아니고 일반가정에서 쉽게 볼수있는 식물들이며

 

   1) 분갈이를 하면서 개체를 나누어 새로화분을 추가하는 것과
   2) 잎이며 줄기를 따서 아이스 박스에 고운흙을 담아 줄기를 번식시킨후 살아나면 화분에 옮겨심는것
   3) 작년늦여름 지는꽃에 열린 씨를 채취하였다가 씨를 뿌려 싹을 튀운 대부분 한해살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돌단풍, 꿩의 비름, 실난, 기생란이 첫번째 해당하는 화초 종류이고 색이 여러가지인 카랑코, 베고니아 선인장종류와
다육식물은 두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뿌리를 내려 화분의 모양을 갖출 확률은 1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올 여름과 같이 비라도 줄기차게 내리면 뿌리가 내리기 전에 모두 썩어 버리고는 한다.

 

꽃양귀비와 매발톱 족두리(풍접초)는 세번째 해당하는 화초로서 이또한 정성껏 모종시기를 기다렸다가 심는것이 아니고
장롱이며 신발장을 뒤지다가 발견이 되면 시도 때도 없이 씨를 뿌린때문에 개화기가 한참 지난 요즈음 겨우 몸을 추스리니
이번 겨울을 밖에서 나기는 틀려 먹은듯 싶다.

 

그렇게 화초의개체수를 늘리다 보니, 그동안 주인을 못찾던 화분의 대부분을 다른 살림을 차려주었고 그 화분을 채우기
위해 집에서 십여분 움직이면 산과 인접해있는 낡은 주택을 내몰듯 몰아내고 재개발을 하기위해 산자락까지 파헤친
곳에서 나름 듣고 봐온 마사토 (내가 말하는 마사토가 정말 그 마사토 인지 모르겠다. 태초에 바위였는데 아마 그것이
자연의 힘으로 모래처럼 부서질수 있게 변질되어져 있는 바위 부스러기를 난 지금 마사토라 칭한다)를 실어날라 온
화분을 꽉꽉 채웠다.

 

그중 화분하나를 눈이 가장쉽게 가는 계단의 중간으로 옮겨놓았다.

 

사랑초라고 한다.  내가 본 사랑초는 세가지 종류이다.  토끼풀형태를 띄우고 연두색 이파리의 줄기에 하얀개체의 꽃이 피는것과

분홍색꽃이 피는것 그리고 보라색 이파리에 짙은분홍꽃을 연신 피워대는 이식물의 이름이 사랑초다.

 

사랑초의 생명력은 다른 화초에 비해 모질다. 한겨울에 방안에 놓은 화분에서도 잎을 올리는 생명력과
분갈이를 하기위해 흙을섞어 다른 화분으로 흙이 옮겨가며 함께 따라간녀석도 그 화분에서 터를 잡아 싹을 틔우는 화초다.

 

모진 생명력에 때문인지 여린 풀잎과 같은 줄기에 비하면 꽃은 나름대로 봐줄만 하다.

 

생명력이 강하고 우리집에서는 흔한꽃이기에 웬만하면 프라스틱 화분이나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투박한 용기에 담아
키우고있었는데, 이번 분갈이를 하면서 어떤 심사가 들었는지 집에있는 화분중 나름 애착이 가는 화분을 택하여 심어았다.

 

그 사랑초..
한달이 지난 지금은 세상부러울것 없이 자신을 뽐내는 젊은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계단을 화려하게 장식하고있다.
살랑 살랑 바람이라도 불기라도하면 화려하지도 않은 꽃에서는 시골처녀의 웃음이 연상이 되기도 한다.

 

그 꽃을 보며 나름 생각에 잠긴다.

 

내나이를 반으로 나눌수 있다면 지금 난 무한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남은 인생이라는 말도, 노후라는 말도, 역설적으로 젊음이라는 단어마저도 내 안중에 없을법한 나이 일것이다
.

 

사람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나름 가장 화려한 날개짓을 할 시점의 개체들은 한없이 아름다을수 밖에 없다고..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저리싱그러운 모습은 상상도 할수 없을정도였고  몇개의 뿌리를 새로담은 흙사이사이에
쿡쿡 끼워 놓은 것이 지금 자기 생에 가장화려한 시점을 보내고 있다.

 

푸른 잎사이에 연분홍으로 하늘거리며 핀 저 꽃이여 ~~
한껏 자태를 누리거라.  지금 이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그 자태를.
불과 한달후면 그 꽃이 추하게 지고 시든이파리는 색갈을 변해가며 힘이 없이 스러져 가더라도 ...

 

하찮다고 생각했던 작은화초앞에서 생로병사와 삶의 철학의 일부를 느끼며, 나름 내가갖은 나이의 특권을
한껏 누려야 하는 이유를 저 꽃을 통하여 한수 배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