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의 기다림이 이처럼 느리게 가는 것을 경험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가족의 시스템이 한순간 무너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시간이다. 책상다리를 하고 컴퓨터에 눈을 두고 있지만 머리 속은 이 생각 저 상념으로 뒤죽박죽이었다. 아침나절 시작된 기다림은 늦은 오후 문자를 접수하고 나서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오후 5:03] [Web발신]
조oo (020043xxx)님의 01/12접수된 코로나19검사결과를 알려 드립니다. SARS-CoV-2 취합 검사-2단계(개별 검사)-선별50%- 녹십 (결과:음성) [OO병원]
어머님이 요양원에서 생활 하신지 어언 5년이 되어간다. 홀로 생활을 하시다가 몸의 거동이 불편하여 자식 집에서 생활하기 쉽지 않은 것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유를 들던 이해를 구한다면 가능할까?
그나마 우리 집 근처에 거처를 정하시어 불편한 일이 있을 때 수월하게 도와 드리거나 밑반찬 정도를 해 드릴 수 있는 처지의 내가 때마침 해외 근무를 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구구 절절한 변명을 이곳에서 한다는 것 또한 내가 납득이 가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납들을 구할 수도 없을 터. 그리 그리하여 요양원 생활을 시작한지 제법 오래 된 것이다.
처음 요양원 생활을 시작하실 때 좀더 편한 시설로 모실 수 있을까 하여 몇몇 시설을 돌아보았으나 비용이 비싸거나 순번을 오래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던 것 같다. 순번을 기다리는 곳에 접수를 하였으나 언제 순서가 올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잊고 지내던 차에 5년여가 지난 몇일 전 그곳에서 연락이 왔다.
자식 된 도리로서는 좀더 좋은 환경에서 남은 여생을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당신의입장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쯤 생각 해 봤어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요양원의 입소 절차를 밟기 시작한 후 부터 였다.
우선 그동안 함께 생활하시던 분들이 문 앞까지 배웅을 나와서 한없이 서운한 눈길을 보내는 것과 담당 복지사 님은 시설이 좋다는 곳이 제대로 규정을 지킬 수 밖에 없으니 입맛이 까다로운 어머님의 밑반찬 이자 주전부리를 이곳처럼 차입할 수 없다는 일리 있는 말씀을 남기셨다. 그리고는 혹시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 어려우시면 이곳으로 되돌아 오셔도 된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그곳을 떠나는 어머님 또한 그 와중에 잘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그동안 그곳에 터(?)를 잡아 놓으셨다며 새로운 곳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을 말로 건네셨다. 거기까지는 새로운 곳에 잘 정착을 하시면 잊어 버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 했었다.
새로 입소할 요양원은 아마도 정부의 보조를 받는 곳으로서 그 많큼 입소 절차나 규율도 까다로울 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 했다. 전염병 관련된 검사를 하고 그에 대한 결과 진단서와 입소 하루 전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결과도 당연히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인지 하였다.
대학병원은 검사나 결과에 대한 진단 서류를 발급받기 까다로우니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 하더라도 추운 날 불편하신 몸을 옮기면서 검사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
오후 내내 접수와 검사를 번복하여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코로나 검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검사 결과가 다섯시간이면 충분히 나온다고 하니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서 결과서를 받아 오후에 입소를 하면 될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병원으로 가니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틈으로 번호표를 발부 받아 순서를 기다렸다. 무려 한시간이 지난 후 검사 결과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한다. 난감하다. 급한김에 재차 질문을 하는 내게, 병원은 시료를 채취하여 검사를 의뢰하는 곳이고 검사하는 곳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언제 결과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몇 번을 더 전화를 하여 들은 내용은 좀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어제 채취한 시료를 재 검사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재 검사는 어떤 경우에 하느냐 물었더니 판정 기준이 모호할 때 세부사항을 추가하여 검사를 한다고 한다. 즉, 검사 결과가 명확하지 않고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을 때 재 검사를 한다고 했다.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6시간 정도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후부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럼 양성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닌 나는? 요양원 입소를 기다리며, 우리 집이 3층이니 오르내리기 불편하니 아파트에서 모신다고 한 누님들과 한참 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관련된 식구들은? 요양원 입소가 안되면 홀로 몸 가누기 쉽지 않은 어머님은?
이런 공상을 하면서 보낸 한나절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내가 해외에서 귀국을 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았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몇 달 전 의사들의 파업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네 곳이나 돌다가 골든 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을 한 절친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생각 해 본다. 어찌 보면 이 환란의 시기에는 복지부동 움직이지도 말아야겠다. 물론 아프지도 말아야 하고 웬만하면 새로운 시도도 하지 말아야겠다.
지금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이 환경 마저도 고맙다고 느껴야 할 것 같다.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또 달리 말하면 내일이나 미래를 기약하기 보다는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야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새삼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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