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지 꼭 100일 되는 날입니다. 100일이 되어 소감을 쓰려 했던 건 아니고 얼마나 대충 세달이 지났으니, 은퇴 전 세웠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점검하려 날짜를 계산해 보니 훌쩍 100일이 되어있었습니다. 은퇴 후에도 세월은 눈 깜짝 할 사이에 흘러 가고 있습니다.
1. 경제적인 측면
국민연금으로 저의 개인 용돈, 그리고 집의 세금 공과금을 충당 하려했던 계획은 일단 정산이 잘 되지 않습니다.
당초 월 단위의 예산은 계획을 세웠지만, 은퇴 초기 투입 비용(취미생활을 위한 초기 투자비, 은퇴 전 못해보았던 일 몰아 하기, 지인들과의 식사 등)은 막연하게 많이 들것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세 달이 지났음에도 월정사용량이 산출이 되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범위에서 아직 초과를 하지 않기 때문에 긴장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퇴직연금과 약간의 임대료로 집의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계획을 사전에 많은 대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 전의 생활을 고수(불입하던 적금, 실비 보험료, 적금 등을 지속 불입하겠다고 함) 때문에 퇴직하면서 받은 자투리 돈과 실업급여로 충당은 하고 있지만, 6개월 이상 지속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퇴직과 함께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 준비 해 두었던 여행 비용은 옥상의 아지트를 만들려는 비용과 올 여름 장마로 누수 및 변색이 심한 집수리 비용(단독)으로 몽땅 투입되어 집수리로 예상했던 비용의 3배가 초과되어 여행경비가 모두 소진 되었습니다.
3개월 만에 퇴직자투리금, 해외여행준비금, 실업급여와 1년 정도의 예비비 모두 털렸습니다. 추가적으로 예상되는 큰 금액이 없으니 앞으로 3개월 더 지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은 아직 위축은 되어있지 않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빠르게 경제적 안정화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2. 일상 생활에 대한 고찰
아직도 루틴한 생활에 정착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집수리로 인해서 하루 하루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었고, 그로 인해 규칙적인 운동, 문화강좌, 친구들과의 정규적인 모임(코로나도 한몫함)을 계획 했었으나 마음이 내키거나 시간이 날 때 불규칙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족하지도 못하구요. 해외여행은 물론 (숙박을 하는) 국내 여행도 한번도 못한 것 같구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비대면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지만 숙제를 하듯 참여를 하고 있어서 몰입이 되지 않고 이 또한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가끔씩 주변 둘레길과 집근처 산에 오르는 날은 그나마 마음이 편안 합니다.
결론적으로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지만 성과(?)는 없고 흔히 말하는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에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과로는 하지만 돈 안되고 성과 없고 하루를 지낸 뿌듯함도 없습니다)
3. 가족들과의 관계
성인이 되어 출가한 딸,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가끔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 곁들이고, 매일 보는 관계가 아니니 자녀들과의 관계는 퇴직 전과 별 다른 사항 없습니다.
좀 예민한 문제는 집사람과의 관계. 퇴직 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왔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했었습니다. 물론 퇴직 전에 집사람과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가끔씩 퇴직 전에 이해하고 넘어갔던 일들이 부딪힙니다. 제가 좀더 민감하게 반응을 하하 있는 것 같고(퇴직했기 때문에 저렇게 반응을 하는가 하고 생각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퇴직후에 시간을 함께 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세 달이 지난 지금 아침 먹고 각자의 생활을 하고 저녁 먹을 때 만나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하며 실천을 하려하니, 그게 쉽지 않습니다.
집사람은 집사람 나름대로 전의 생활 패턴(아침 먹고 주변 사람들과 운동하고 운동한 사람들과 점심 먹고, 일상적인 가사를 하는)이 변화되어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것 같고..
퇴직한 나를 배려 혹은 이해하려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그것이 노력으로 극복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이 달라(나는 아침 형, 집사람은 저녁 형) 생기는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직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열심히 세달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운동을 하고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개선이 필요한 일상 생활입니다. 집수리가 끝나고 가끔 국내여행이라도 하면 부족한 점이 보완 될 것으로 기대 합니다.
4. 친구들과의 관계
올해로 만 62세가 되었습니다. 40여년을 직장생활을 해 왔으니, 이젠 쉬어도 된다고 느낀 것은 직장 내에서의 생각 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는 ‘좀 쉬었다가 뭣 좀 해야지?’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 입니다. 물론 그런 분위기에 제가 편승하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친구들이 어떻게 보내는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건물관리, 공공 근로, 그리고 아직도 중소기업의 회사나 개인사업을 하며 언제 그만둘지 모를 경제활동을 지속 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평일 날 모여 산에라도 가자고 하면 시간을 낼 사람이 한 두명 정도 입니다.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 이지만, 혹시 경제적으로 자유롭더라도 기회가 되면 일을 해야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인정을 하는 주변 분위기 입니다.
두서없이 은퇴 후 100일이 지난 시점의 소감을 적어 보았습니다. 2막 인생의 걸음마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되돌아 보아 후회 없는 시간들을 원하지만, 이 또한 아직도 내려 놓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욕심껏 부여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당분간 고민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새벽 두시 40분. KBS FM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 재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낭독되고있는 이재무 시인(저와 동년배의 시인이네요) 의 ‘저 못된 것들’이 마음에 와 닿아 시를 찾아 함께 올립니다.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멘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 하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 하네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 보라네
저 못된 거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가지 밖으로 얼굴 내민 연초록 시켜
지갑 속 명함을 버리라네
기어이 문제아가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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