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2020.08.27] 은퇴 후 2개월 단상, 그리고 친구의 죽음

루커라운드 2020. 8. 27. 01:51

오늘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를 양평군 서종면의 한 공원묘원에 안장을 하였습니다.

 

심근경색, 죽음과 삶의 운명, 은퇴후의 생활, 친구의 처절(?)했던 삶 이렇게 네가지 키워드로 오늘의 감정을 정리 해 봅니다.

 

[심근경색]

친구의 사망원인은 심근경색이라고 합니다.

 

조금 이른 나이(56세)에 국내 굴지의 건설사에서 중역으로 은퇴를 한 후, 2막인생을 준비하려 산티아고 순례길과 남미의 안데스 산맥을 각각 한달 이상을 여행하기도 한 친구이다. 

 

은퇴 후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였으나 최근에는 가슴을 조여오는 통증을 가끔씩 느꼈으며 그 증후를 SNS나 친구들과의 대화에 피력을 하였다.

"요즘 코로나로 운동을 안해서 그런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가슴이 뻐근해..." 라는 말을 하였고, 알아서 건강을 챙기는 친구에게 세세한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지만 한 두명의 친구는 병원에 가보라는 우려 섞인 의견만을 제시했었다.

 

사흘 전 아침을 먹고, 가슴의 답답함을 호소하던 친구는 구토증상을 느끼다가 쓰러졌다. 그의 아내가 119를 콜 했더니, 왜 119를 불렀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마침내 119에 실려 대학병원 한두 곳을 전전하다가 서울대학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골든 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한다.

 

산에 오르다가 평소 같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가빠오거나 흉부통증을 느끼면, 시간이 지나 안정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가 증상에 대한 원인을 밝히고 조치를 해야 한다. 특히 은퇴전 후의 연령대 사람들은...

 

[죽음과 삶의 운명]

친구 죽음의 가장 큰 원인 사전에 본인의 몸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지 못한데서 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시간, 서울의 도심 아파트에서 증상이 나타나 119콜을 하여 병원으로 갔다면 웬만하면 골든타임 안에 응급처치를 했을 것이다. 그 시간대는 공교롭게도 의료 파업을 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주변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어 두어 군데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결국에는 골든타임을 놓쳤던 것 같다.

 

시점 상으로 아프지 말아야 할 시점이 있는 것 같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점에 의료 파업이 더해진 상황에서는 시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은 사람의 운명을 좌우 합니다. 죽지 않을 수도 있었던 친구의 죽음에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은퇴후의 생활]

얼마전 '은퇴후5주차단상'이라는 글로 은퇴후의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글로 올린 바 있습니다. 오늘로 2개월 4일이 경과한 은퇴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난번 올린 글에서 다른 커다란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은퇴 후 계획대로 되어가지 않는 것에서 빠져 나오려고 할수록 한발 더 깊숙히 빠져드는 느낌이 지속 되고 있습니다.

더하여,

저보다 6년 일찍 은퇴를 하고 저보다 더 처절하게 은퇴생활에 의미를 찾고자 했던 흔적이 보이는 친한 친구를 보내고 나니. 그 상실감이 더 깊어져 이틀 동안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친구에 대한 생각과 저의 현재 생활이 교차 되면서 .......

 

한편으로는 상실감이 깊어 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이 흘러야 해결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친구의 처절(?)했던 삶]

친구의 삶이라고 주제를 잡았지만, 아마도 베비 부머 들의 일반적인 삶의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 현장에서 그 나라의 전쟁으로 인하여 생사를 경험했던 날들,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중역이되어 한 현장을 이끌던 친구는 회사에서 잘못 수주한 현장을 이끌다가 희생양으로 퇴직을 하였습니다.

 

이후 본인의 삶에 대하여 씨줄과 날줄을 꿰듯 한치의 틈도 주지않고 삶을 살아갔던 친구인데, 결국은 허망하게 삶이 마감 되더군요.

 

여러카페나 블로그에서 귀 따갑게 들으며 백 번 공감하던 문구가 "은퇴하면 내려 놓아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은 반론의 여지가 없고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의 실천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은퇴 후에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도 내가 사회의 일원으로 무엇인가 성과를 내야한다는 생각과

남들이 보는 나의 삶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가족들에게 떳떳해(?)야 한다는 의식,

일분 일초라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런 것들이 결국 나의 은퇴생활에 발목을 잡아 당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시간이 흐르면 해결이 될 것으로 확신을 하지만,

지금 하루 하루 보내는 것이 불만족스럽고 불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