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현장에 근무를 하고 있는 아들이 휴가를 맞아 올라 온다고 하여 텃밭의 일을 잠시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직장에서 첫 월급을 탄 이후 가족들에게 저녁을 살 기회를 보던 아들은 휴가를 맞이하여 함께 할 자리를 마련하고는 친구들과 휴가를 보내겠다며 다시 집을 떠났다.
하다가 싫으면 일을 멈추고 여유를 보이겠다던 마음은 생각외로 성과가 나지 않는 텃밭일에 박차를 가하려 단단히 마음 먹고 농막으로 향했건만, 농막에 머무는 나흘 동안 줄곧 장마비가 내렸다.
누군가 넘어진 김에 쉬어 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아침 점심 저녁으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느라 쉬는 것인지 일을 위한 대기시간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결국 이번에도 별 성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약속한 날짜에 집으로 왔다.
분명히 육체는 일을 하지 않았으니 쉬었다고 할 수 있지만, 몸이나 마음이 쉬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일한 것도 아니고 쉰 것도 아니니 넘어진 김에 쉬어 가라는 말이 내게는 설득력이 없다.
넘어지면 얼른 일어나 몸을 추스리고, 쉬어 가려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작정하고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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