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훈은 ‘라면을 끓이며’라는 산문에서 라면이나 김밥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한다.
맛은 화학적 실체라기보다 정서적 현상이라고 했다. 맛은 우리 입 안에 있을 때만 유효한 현실이고, 그 외 모든 시간에서 그리움으로 변해서 정서의 깊은 곳에서 태아처럼 잠들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라면과 김밥 그리고 미군들한테 얻어먹은 레이션(전투식량)까지 소환하며 ‘이 궁상맞음을 비웃어서 안된다’고 했다.
내가 농막으로 들어와 한껏 자유와 한적함을 만끽하며 온라인으로 소통을 하다 보면 가끔 번거롭고 불편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숙식에 대하여 아주 친한 친구들로부터 심심한 위로의 회신을 받는다.
홀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행을 하고 있군’, ‘고생을 한 당신에게 조금 소박한 밥상이 필요’,’사막에서 고생한 만큼 조금은 호사스런 생활을 하더라도 시비 거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등등
이곳에서의 생활이 조금 불편하고 조금 모자람이 있더라도 평안함과 그것들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렇게 힘들고 외롭고 달아나고 싶은 환경에서도 꿋꿋이 버텼는데 이보다 얼마나 더 풍족한 밥상이나 호사스러움 그리고 자유로움을 바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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