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가장 눈에 거슬렸던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라면 그런대로 보아줄 수 도 있는, 그리고 길이며 잔디밭이며 본인이 있어야 할 위치를 잘 모르는 수많은 망초댓와 답답하게 보일 정도로 덮수룩하게 머리를 키운 소나무다.
마음으로는 짐을 내려놓는 순간 손을 대고 싶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움직였던 지난 사나흘을 보상 시켜주고 싶은 심리에 아무 생각 없이 보낸 시간과 자가 격리 대상자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그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기에 이틀을 보냈다.
아침을 먹고 잠깐 비가 그친 틈에 서둘러 전지 작업을 시작했다. 새 순으로 세력을 키워가는 소나무는 건강하게 보이는 외형과 달리 햇볕을 볼 수 없는 나무 안쪽가지들은 통풍이 되지 않으며 일부 나뭇가지는 괴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손을 보았다.
손을 보고나니 저것 또한 생명을 갖은 물체인데, 저 정도면 중상이요 회생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 다는 우려 섞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무를 위한 관리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관리를 한 것이다.
돌이켜 보니 나무들과 만난 지 벌써 7년, 소나무의 수명으로 따지자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처음 보았을 때는 뛰어넘을 수도 있을 정도의 높이와 한 팔로 안아 줄 수도 있을 정도의 폭인 작은 나무였다.
세월이 흘러 그 작았던 소나무 몇 그루가 이제는 온 텃밭을 지배하고 있는 듯 보이니, 너도 넓은 땅을 소유한 주인이나 아니면 있는 그대로를 넉넉한 마음으로 보아줄 주인을 만났다면 이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래도 이 고통을 참고 이겨내어 건강하고 보기 좋은 소나무로 함께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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