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都) 2촌(村)

골프

루커라운드 2020. 6. 26. 04:51

내 주변에 일찍이 골프를 치던 친구들은 작게나마 사업을 하는 친구들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골프를 접근하기 쉬운 환경(동남아 현장에 부임하는 등)에 있는 사람 그리고 극히 드물게는 본인이 골프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로 분류된다. 그 일찍이 라는 시점을 난 개략 40이후로 말하고자 한다.

 

골프에 나의 생각은 수차례 번복이 되었다.

우선은 호기심으로의 접근이다. 호기심으로 인한 접근은 시간과 비용 투입이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프라는 운동은 부르조아 계층에서만 할 수 있는 레저활동이라 치부 해버렸다.

몇몇 직장동료들은 주변의 권유로 골프로의 입문을 하고 있었지만, 직장동료가 아닌 친구들 중에서는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이 그런 생각에 힘을 싫어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입문한 직장동료들로부터 권유를 받았지만, 그 정도의 비용이면 내가 더 관심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하지 못하는 일들이 널려 있다는 생각이 재고의 여지가 없어 권유를 뿌리쳤다.

 

50이 넘은 시점에 현장 부임을 하게 되었다. 그 현장의 규모가 제법 컸던 때문에 숙소 내에 스크린 골프장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부임 전 렛슨을 받기로 했다. 점심시간 잠깐 받는 렛슨은 한달이 채 되기 전에 부임 일자가 당겨지는 바람에 골프채 한 두 번 잡아보고 현장으로 부임을 했다.

 

어렵지 않은 골프로의 접근 환경이 골프로 입문을 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있어 시간이 남는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가르쳐 준다면 하겠다는 생각은 스크린 골프장이 붐비지 않았던 그 현장에서 실현되지 않았다. 일을 핑계로 그리고 다른 여가 활동을 핑계로 그리고 한 두 번 시도를 하다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여의 현장 생활을 마치고 본사에서 근무할 때도 여전히 골프는 관심 밖이었다. 귀촌이나 도보여행 등으로 골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관심 밖이었던 골프는 새로운 현장 부임을 하여, 그 나라의 특성상 외출을 할 수 없게 되며 숙소 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중 스크린 골프가 있다는 것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이다.

 

처음에는 일과 후 할 일이 없어서 긴가민가하며 운동 하는 셈 치고 접근을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으로서 몰두를 하게 되더니, 어느 순간 골프에 대한 묘미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초보 수준이니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기본적인 것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 남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튜브를 통한 골프 동영상 보기이다. 오직 홀로 근무 외 시간을 투입을 했다.

 

골프에 대한 관심이 생기다 보니 주변의 친한 친구들 중 몇몇은 자주 어울려 스크린 게임도 하고 드물게는 야외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고 있었다. 유유상종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관심이 없다고 판단한 친구들은 굳이 권하지 않았다. 하긴, 나이가 얼마인데 권유한다고 하고 그렇지 않다고 안할까. 휴가 기간 중 골프에 대한 대화를 하기 시작하다 보니, 조금 열심히 연습을 하면 스크린 골프에서 나마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복귀 후에는 일과후의모든 시간을 골프연습으로 1년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이제 은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은퇴를 하면 많은 시간 중 일부를 골프에 할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이 있는 농막에서 자가 격리를 하면서 그동안 생각해 왔던 은퇴후의 일들을 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물품 구입을 했다. 그리고는 급기야 연습골프채와 매트 그리고 골프공도 함께 주문을 했다. 어제는 그 골프용품들이 택배로 배달되었다. 그것을 받아 든 순간 이 넓은 야외에서 한번 휘둘러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생각이 짧았던지 거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 했었는지,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당연히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서 알려준다. 웻지종류를 사용한 80M, 아이언을 사용한 130M, 드라이버로는 200M를 목표로 연습한다.

 

당연히 야외에서는 한번도 골프채를 휘두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서둘러 공을 꺼내어 잔디밭에 올려 놓고 그동안 연습했던 기억을 찾아가며 텃밭의 주변 경계를 목표로 슬쩍 휘둘렀다. 공은 연습 때보다 잘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생각했던 거리보다 훨씬 멀리 풀숲으로 날아갔다.

새 공을 꺼내어 다시 한번 휘두른다. 이번에는 방향이 다르게 처음보다 덜 나갔다. 다시 하나를 놓고 치니 눈에 보이는 거리이지만 떨어지 공은 풀숲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순간 서 너개의 공이 눈에서 사라졌다. 떨어진 곳이 풀숲이고 거리가 잘 맞지 않았다고 해도 7~80M이상을 날아갔으니 공 하나를 겨우 하나 찾았다.

 

이번에는 공을 찾은 지점에서 텃밭을 향해 스윙을 한다. 공을 치는 순간 텃밭에는 노루방지망이 서 있기때문에 공이 쉽게 도망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을 알았다.

노루망의 높이는 불과 1.5미터로서 골프채를 떠난 공은 노루망이 있는 텃밭의 경계를 지나 옆집 터로 날아갔다. 골프공을 찾으러 남의 집에 들어가 두리번거릴 수는 없는 일, 공 찾는 일을 포기한다.

 

야외에서 처음 공을 쳐보고 그동안 스크린으로 익힌 거리 감각이 야외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거리가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0 ~ 200M의 거리를 보내려면 어림잡아 (정사각형의 땅이라 가정을 하면) 7,000평의 어마 어마한 면적의 땅을 확보해야 한다. 가끔씩 주변에 보이는 전원주택의 골프연습망이 야외 주택 임에도 흔히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