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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8] 절망의 끝자락에서 희망의 싹을 기대 해 봅니다.

루커라운드 2020. 5. 8. 10:59

한국은 연휴가 끝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곳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외딴 지방도시 건설현장의 숙소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현지인 코로나환자수와 공기를 준수해야 한다는 회사의 지침으로 어떤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과 달리 시간은 정해진 속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되지 못하니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이 과속질주를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항공 노선이 통제되어 휴가를 다녀오지 못하니 피폐해저가는 멘탈을 달래기 위해 휴일 전날 술잔을 기울입니다.

자정 가까이까지 이어지는 공개적인 술좌석의 분위기는 두서너 부류의 술자리로 분류가 됩니다. 모세혈관을 타고 오르는 취기를 이기지 못해 일찍 잠자리에 드는 소극적 부류, 자정이 가까워 오도록 술좌석을 지키기에 충실한 표준형, 그리고 아쉬움이 끝없거나 아직 끓는 피로 인해 잠자리로 유인되지 못하는 YB/적극적 부류. 이들은 공개적인 술자리를 뒤로하고 소규모로 작은 방으로 모여 밤새 해도 끝나지 못할 이야기들로 새벽이 오는 줄도 모릅니다.

한잔 술에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어 소극적 부류로 분류된 나는 갈증과 조절이 되지 않은 잠자리온도로 잠에서 깨어 납니다. 답답함과 해소되지 않는 갈증은 잠을 이어가지 못합니다. 한참 열기를 더하는 적극적 부류들의 절제되지 못한 대화 소리도 한 몫을 합니다. 잠시 잠을 뒤로 미루고 휴일의 오후나 평일 저녁 바람이 그리운 날 짬을 내어 머무는 숙소 뒷편 작은 벤치에 앉아 답답함을 달래 봅니다.

30도를 육박하는 한낮의 더위와 달리 선선함을 동반한 상온의 바람이 기분 좋게 주변을 맴돕니다. 둥그런 보름달은 평소와 달리 높이 떠있어 마치 작은 동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안개인지 달무리인지 달을 선명하지 못하게 만드는 입자들이 달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담장 밖으로는 마치 황소개구리(?)의 울음 같은 굵은 바라톤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옵니다.

이렇듯 지루하고 힘든 시절에 갑자기 희망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 봅니다. 이 어려움을 여하히 지내고 나면 왠지 실체 모를 새로운 희망이 다가 올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잠시 기분이 전환됩니다.

비록 그 희망이라는 것이 내 생에 처음 만나는, 뜻하지 못한 놀랄만한 일들이 아닌 오래전에 있었던 잔잔한 일들일지라도,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머지않은 미래에 수시로, 조금씩, 꾸준하게 나타 날 것 같은 희망 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마도 이 희망의 원천은 봄밤의 상큼한 바람에서 시작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