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시간대는 주로 두시간 대로 분류된다. 일하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러가려하면, 사람들이 붐볐다. 모두들 일찍 운동을 마치고 휴식을 취사하거나 다른 일을 하려 했던 때문이다. 혼잡한 상황에서까지 운동을 하고 싶지 않은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하여 책을 읽는다. 한시간 반 내지 두시간 정도 책을 읽다 보면 골프장의 사람들은 빠져나와 숙소로 가고 나는 스마트 폰에 녹음된 음악을 들으며 홀로 여유 있게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다른 시간대는 휴일 오후, 점심 먹기 전까지 운동을 마치고 휴일점심메뉴로 제공되는 라면을 먹고 나면 여지없이 잠이 몰려온다. 평소 한시간 반 주어진 점심시간에 들여놓은 습관 때문이다. 두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나면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밖으로 나오면 거대하게 쏟아지는 햇볕과 시리도록 파란 하늘, 그늘로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전부다. 가끔은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있지만, 지난 몇 주 동안은 햇볕, 하늘, 바람 이 평범한 것들이 책을 들고 의자에 앉고 싶은 특별한 충동을 일으킨다.
오후의 햇살로 인한 적당한 그늘에 현장에서 나무로 만든 엉성한 의자에 앉고 탁자에 발을 올려 놓거나 무릎을 세워 턱을 고이는 모양을 하고 책을 읽으면, 책의 내용보다도 그 행위 자체로 삶을 소모하지 않고 있다는 위안을 받는다. 더하여, 스마트 폰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블르투스 스피커를 통하여 낮게 깐 음악은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앙드레 가뇽의 “첫날 처럼”은 이 분위기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음악으로 간직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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