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관련 책자를 읽으면서,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읽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일반적인 책 읽는 방법 이지만, 소설이나 꼭 이야기를 연결해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 여행관련 서적이나 단편수필 혹은 시 같은 종류의 서적은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읽거나 아니면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읽은 여행관련 책은 네이버의 은퇴자모임 카페인 “은퇴후 50년”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이 65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729일간 49개국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글들을 정리한 여행기이다. 책이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같은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이 발간한 책이기에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카페 활동을 하면서 그분들이 포스팅 한 내용을 읽고 기회가 되면 오프라인에서 대화를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소 책과는 그 닥 밀접한 생활을 하지 못했던 내가 출판 기념회라는 이벤트에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을 구입하였건만,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출판기념회는 무산되었고 난 다 읽지 못한 책을 들고 현장으로 복귀를 하였다.
현장에 복귀하여 2주간 격리생활을 하며 휴가기간 동안 구입만 했던 책을 서두르지 않고 읽기 시작하였다.
책의 내용은 여행에 대한 안내서라기 보다는 여행하면서 겪은 경험담이나 에피소드 그리고 나이든 사람들이 쉽게 홀로 떠나기 힘든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을 실행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는 여행관련 계발서의 성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은퇴자 들이 현역에서 일만 열심히 하다가 인생2막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전 은퇴하고 나서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자아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그런데, 한 두 번씩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틀에 박히지 않고 홀연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떠나는 자유여행 혹은 배낭여행에 대한 꿈을 꾸지만 그런 여행자체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스스로 여행코스를 정하고 숙소와 항공권 그리고 소소한 준비물과 마음자세 까지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한 시니어들에게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지식 보다 여행을 떠나기 위한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선행되어야 될 조건인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쉽게 떠나기를 망설이는 시니어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듬뿍 심어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말한다. 여행을 위한 필수 조건은 여건이 아닌 마음의 결정이라고, 계획보다는 결단이라고.
여행서적의 가장 필수인 여행지의 정보보다도 여행지에서 겪었던 시니어로서의 서툰 경험과 인생의 연륜을 가미하여 시니어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표현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응경험 등은 섬세하고 정확하며 깔끔하게 정리하여 지식으로 무장된 여느 여행안내책자 보다 더 비중 있게 다가 온다.
책을 구성하고 있는 종이의 품질이나 다량의 사진자료 그리고 시원시원한 글자체와 문장간의 간격이 은퇴한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겪는, 노안으로 책을 읽는데 대한 어려움을 배려한 느낌이 들게 한다.
필자의 글 중에 나의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을 정리하며 여행기에 대한 독후감을 마친다.
"그래,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매달리고, 현명한 사람은 현재에 사는 거야. 어제는 엔딩 자막과 함께 끝난 영화야. 오늘은 내가 골라보는 영화지. 내일은 흥행의 성패를 알 수 없는 개봉박두의 영화일 뿐이야. 맞아,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거야. 지금을 누리자.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사흘 동안 순정의 남자 릭과 함께 카사블랑카를 온전하게 즐겼다. 가난한 여행자였지만 카사블랑카에서는 나름 마음 부자였다. [카사블랑카에서 소확행을 달성하고 난 후의 소감]
나는 "1분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한 후 뒤돌아 서서 눈을 감았다. 가슴속에서 재빨리 수류탄 두 발을 까서 투척했다. 가슴에서부터 머리 꼭대기에 있는 정수리까지 쾅쾅 폭발음이 들리고 흙먼지가 치솟았다. 오케이, 내 성질 폭파 완료! 눈을 뜨니 매니저와 구경꾼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드니 공항에서 인종차별에 대응하며]
인생이 정리되었다. 내 지난 시간들은 어수선했다. 잘산 건지 잘못 산 건지도 헷갈렸다. 최소한 치열하게는 살았다. 그래서 은퇴하고 갑자기 찾아온 여유로 인해 오히려 공황 장애에 빠질 것 같았다. 이제는 나의 지난 시간에 박수를 보내고 위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덤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도 분명 해졌다. 더 다행인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여행 후 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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