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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

루커라운드 2020. 1. 5. 23:34

점심으로 포만감을 느낄 정도의 라면을 먹고 나서 습관적으로 낮잠을 잤다. 어제 보던 세시간 짜리 영화를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식사 후 잠에 빠져든 것이다.

잠을 깨니 집으로부터 통화요청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이 아버님제사라고 한다. 최근 몇 년 해외근무로 아버님 제사를 신경 쓰지 못했다. 해외근무를 하기 전까지는 형을 대신하여 삼형제 중 둘째인 내가 제사를 모시다가 해외근무를 시작하고부터 지방에 살고 있는 형에게 제사가 이관 된지 5년이 지나고 있다.


이후로 명절이나 제사 때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참석을 하지 않았다. 오늘도 안사람은 참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집에 있는 아들 녀석에게는 참석을 할지 의사타진도 해 보지 않은 것 같았다. 우선 내가 제사에 참석을 하지 못하니 가족이라 하더라도 참석을 강요하는 것이 그렇지만 속내는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안사람의 입장은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해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장남인 형은 오랫동안 지방에 살고 있다. 부친이나 모친의 고향이 안양근처이기에 친척들의 대소사의 참석은 내 몫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안사람 또한 대소사에 참여를 하였다.

언젠가 나에게 어려움을 이야기 한적이 있다. 친척들의 저녁제사에는 내가 참석을 하지만 낮에 음식을 준비하는 날 사촌 형님들과의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항상 조심스럽고 어려웠었다. 집안의 관습이나 환경이 다른 상태도 그렇고 친 형수님이나 제수씨도 없으니 심적인 어려움은 이해가 되었다. 명절 때도 형은 형수님 친정을 다녀가야 하니 차례를 지내고 바로 집을 떠나고, 동생 또한 행동에 제약이 없었다. 허나, 어머님을 뵈러 오는 친척들과 누님들이 집에 방문하기 때문에 명절 내내 우린 안양을 떠나지 못했고 따라서 명절에 처갓집을 갈 수가 없었다. 말은 안 해도 마음속으로 많이 섭섭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종교 이야기도 그렇다. 아직까지 종교로 인하여 가족간에 갈등을 겪는 건 다른 집안의 이야기라고 여겨왔다. 어머니는 결혼하신 이후 시집의 종교에 따라 불교를 믿으셨다. 정확히 말하면 열심히 절을 다니셨다.

안사람의 집안도 불교를 믿으셨다. 장인이 돌아가셨을 때 사십구제를 절에서 하였으니 그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나 집사람은 특별히 종교에 관심이 없었다. 다만 난 어머님이 절에 가실 때 시간이 나면 함께 동행을 했고, 휴일이 아닐 때는 안사람이 동행을 했었다. 어머님이 열심히 불공 드리실 때면 난 삼배 정도 흉내만 내고 대웅전 밖에서 서성거렸지만 안사람은 어머님을 따라서 마지막까지 절을 하였다.

어느 날 안사람은 절에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다. 마음에도 없는 종교를 따라다닌다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머님 살아계실 때 까지만 이라도 지속했으면 하는 건 내 바램이었나 본인이 내키지 않는다면 할 수 없었다.

 

불평불만을 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가족이 나와 한 개체가 아닌 것을 인정 해야 한다. 때로는 나도 가족과 철저하게 분리 되어져 보고 싶은 때가 있다.  가끔은 가족들의 인생을 가장에게 기대지 말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고 싶은때도 있었다. 그러니 나 또한 이해 관계에 의해 시시때때로 주관을 바꾸면 안될 것이다.

 

고로,

성적으로 섭섭한 마음만 갖을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 하에 행동을 하여야 할 것이다.

 

성인이 된 가족들이여~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

단,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온전히 본인이 짊어 지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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