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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7] 청각에 대하여

루커라운드 2020. 1. 17. 18:23

내 나이 쉰 중반을 지날 즈음이니 햇수로 벌써 8년 전 정도인 것 같다. 그 당시 아마도 지금의 내 나이 또래가 되는 L부장님은 또래 나이 분 들이 직장을 모두 떠났지만 업무를 지속 하고 계셨다. 정확한 사유는 모르지만 사장과의 학연관계가 있었던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그는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학을 졸업한 분으로서 스펙으로 따지자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지만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 보다는 진급을 더 이상 하지 못한 채 계약직 부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부서의 팀장을 맡고 있던 나는 원활한 업무를 위해 수시로 직원들을 모아 회의를 진행 했었다. 그분은 나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벽을 보고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회의소집을 알리고 직원들과 회의실로 들어가다 보면 그분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고는 했었다. 내게서 멀리 떨어져 등을 돌리고 있던 직원도 회의 참석을 위해 움직이고 하였으니 내 목소리가 그리 작지만은 않았던 것 같았다. 헌데 유독 그분만이 회의에 참석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 자주 다른 직원들이 그분을 불러오고는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분의 청각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알고 난 후에는 저런 청각 상태로 직장생활은 지속할 수 있을지,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걱정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그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신체검사를 받으면 청력이 안 좋다는 결과를 받았다. 의사의 말로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현상이며 보통 그 나이에는 심각하게 염려 할 사항이 아니라고 안심을 시켰다. 의사선생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해석하며 나의 청력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지내왔다 

요즘 들어 가끔 주변에서 하는 대화의 맥을 부분적으로 놓쳐버리는 경우를 경험했다. 처음에는 그 놓친 부분을 이해하고 넘어가기 위해 위해 되물었다. 당연히 듣지 못했고, 그래서 대화의 맥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면 정상적인 대화를 위해 다시 묻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대화 중 화자가 말 전달하는 것이 미흡했다고 생각 했었다. 하지만 같이 있었던 사람들 중에 지속적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은 나 이외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문제는 나의 듣기가 잘 못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나이가 나보다 적게는 20여 년이 차이 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씩 저녁에 술을 한잔 기울이면서도 그들이 대화에서 비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이야기를 접하고 주변사람들이 동시에 폭소를 하는 때에 그들과 타이밍을 마 출 수 없는 나를 발견했다. 한두 번은 물어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신경 써서 대화에 집중했었지만 이런저런 상황으로 판단해 보면 분명 나의 청각은 정상이 아니었다.

가끔 동네 뒷산을 오르다 보면 아무리 사람이 뜸한 외진 곳이라고 하지만 라디오나 음악을 볼륨을 높이고 오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대다수의 그들은 나이 드신 분들이다. 젊은 사람들 중에 그와 같이 음악을 외부로 흘려 듣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천변을 산책하는 중 자전거를 타고 가는 무리들 중에도 가끔씩 음악을 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역시 나이 드신 분이 타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내를 지나가다 비정상적인(홍보를 위한 음악이라던가 손님들을 끌기 위해 물건을 설명하는 경우가 아닌) 소리가 나는 곳에도 여지 없이 노인들이 있었다. 추측컨데 그들은 청각의 문제로 인하여 아무런 꺼릿김 없이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음에 대한 개방적인 불만이 표출도 동일한 방법으로 소음을 동반한다. 

그런 이면에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나 답답한 마음도 함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휴일 아침이면 창문을 열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싶은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주변사람들의 불편함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렇게 음악을 틀어 놓고 창문을 열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싶다. 

요즘 퇴근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고 실내 골프장으로 가서 음악부터 틀어놓는다. 그곳에 다른 사람 없이 나 혼자만 있을 경우인데 방과 같이 좁은 공간이 아니어서 답답함이 해소되고 높은 천정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골프를 마치고 체력 단련실로 간다. 그곳에는 같은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을 하며 음악을 듣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는다. 그러니 가끔 역기 들고 놓는 소리와 런닝머신 돌아가는 소음 그리고 체력 단련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벼운 숨소리가 다 이지만 아주 가끔은 음악을 틀어 놓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곳으로 그곳에서도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용한 음악을 듣는다.  물론 사람들이 있으면 음악을 듣지 않고 체력 단련 애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혹은 홀로 있을 경우엔 역시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는다. 

내게도 헤드폰이 있다. 제법 비싼(내 기준으로) 가격의 헤드폰이라 성능 또한 만족을 한다. 하지만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면 청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공공장소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면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산을 가거나 도보여행을 할 때, 그리고 이곳 현장에서 휴일오후 산책을 할 때도 음악을 듣는 것을 지양한다. 자연을 접하여 바라보는 것과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특별한 감성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예를 들어 주변의 경치를 자주 접하여 운동에만 신경을 써야 할 경우)를 제외하면 움직이면서 음악을 듣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숙소에 휴식을 취하거나 반복되는 일 예를 들면 체력 단련이나 골프를 치는 경우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더 만족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음악을 듣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과 같이 헤드폰이나 이어폰 보다는 스피커를 통해서 들어야 할 터인데, 부정적으로만 보아오던,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방법으로 듣게 될 수밖에 없을까 봐 은연중 신경이 쓰인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음악을 듣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