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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1] JIJEL 외출

루커라운드 2020. 1. 4. 17:58




현장에 제공하는 메뉴 중 가장 선호하는 치킨가스로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밀려오는 포만감과 함께 2020년 첫날이 무난하게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길고 긴 느낌으로 보낸 하루와 달리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미 정해진, 변하지 않는 시간이지만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를 보낸 느낌은 다를 것이다.


어제는 현장 전체 송년회를 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기쁘거나 홀가분하지 못한 까닭은 세월의 흐름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거나 무감각 해서 만은 아닌 것 같다. 현장공사가 끝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주어진 목표 달성이 계속 지연이 되다 보니 분위기가 침체 된 것이 더 큰 원인 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술과 음식으로 분위기 반전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다음 날 지젤 시내로 외출을 핑계로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평소 같이 술을 마시던 동료들로부터 과도한 권유를 받아가며 회식자리에 앉아있다 보니 기분이 점점 더 다운되어 갔다. 그러면서 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결과적으로 내 기분만을 생각하며 한 행동들이 주변 사람에게 불편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다 보니 내 행동에 대한 자아비판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이유는 운동으로서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싶었으나 회식장소에서의 분위기 때문에 방으로 돌아와 결국에는 홀로 맥주를 마시고 음악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새해 첫날 아침이 상쾌 하지는 않았다. 상쾌해져야 할 사유도 없지만 말이다. 음산하게 안개가 자욱하게 낀 아침 날씨에 기온마저 떨어져 썰렁함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일 날 숙소에서 머물며 외출 하지 않는다. 기대를 하고 나간 시내에서 흥미거리나 호기심을 채울만한 일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출을 하는 과정에서도 에스코트 할 경찰차량을 기다리는 무료함과 끌려가듯 앞 차량만을 쫓아 한 시간 정도를 목적지만을 향해 달리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거니와 금요일의 시내에 가게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거리에 나오지 않는다. 무슬림을 국교로 하고 있는 나라의 금요일오후는 기도를 목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모스크로 향해있고 따라서 우리는 텅 빈 도시를 배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답답한 방보다 바깥공기와 함께하고 싶은 성향의 몇몇 사람들은 외출을 택한다. 동영상 필요한 작은 액션캠과 보조 배터리, 스마트폰, 헤드폰 그리고 지갑을 챙겨 외출하는 차량에 올랐다.

현장에서 지젤 시내로 나가는 거리는 약 60키로 정도이다.  내륙에서 지중해에 접한 바닷가로 20여분을 움직인 다음 해변도로를 따라 다시 30분 정도 가면 해변에 자리잡은 중소도시가 JIJEL이다.

내륙에서 바다로 나가는 동안, 아침부터 끼었던 안개가 걷히며 평지로 이어지는 들판의 집들과 산 능선에 자리잡은 집들이 평화로와 보인다. 도로주변의 농지에서는 한겨울임에도 푸르른 풀들과 노랑색이 꽃들이 적당히 어울려 들판을 덮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잠시 도로변에 내려 주변 풍경을 둘러보고 싶지만 에스코트를 하는 차량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만 간다.

시내에서 외국인의 행동은 보안상의 이유와 주어진 시간의 제약으로 자유롭게 행동 할 수 없다.


평상시 외출은 이 나라의 공휴일인 금요일에 한다. 금요일 시내는 일부 지역 (모스크 부근, 필수생필품 거래소)을 제외하면 거리가 한산하다. 거리의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고 일부 생필품을 구한다거나 식당마저도 시에스타 시간을 준수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행동은 불편하기만 하다. 그들의 금요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휴식과 레저를 위한 날이 아니고, 기도를 위해 모스크를 찾기 위한 날인 것 같다.

오늘은 정초휴일 이어서 수요일이다. 차량들이나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아 복잡하다.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열고 젊은이들과 가족단위로 거리가 활기차다. 음식점은 시에스타와 상관없이 손님들로 붐빈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그들과 같은 무리에 어울릴 수 없는 것은 철저하게 영어가 통용되지 않는 까닭이다.


시설물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등대는 한적한 해변가에 자리고 있다. 날씨 변화에 따른환경, 해변과 어울리는 바위, 짙푸른 지중해 그리고 주변 해안선의 경치를 둘러보다 보면서 휴식을 취하기에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문화유적에 대한 무관심은, 더구나 요즘 시대에 등대가 하는 기능을 생각한다면 그저 단순한 구조물로 인식하는 것 같다.

 

크게 기대 하지도 않았지만 오늘 외출도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시내와 등대를 들러보고 생필품을 파는 슈퍼마켓에서 몇몇 물건을 챙겨 캠프로 향한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과 보며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숙소로 향하는 이동시간의 무료함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