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저녁나절 현장의 경계선 언덕에 올랐습니다.
잠시 저녁바람을 쐬며 산책이라도 할 심신이었습니다.
때마침 지평선으로 떨어져 가는 해가 여명을 남기고있었습니다.
현장을 밝혀줄 조명들이 아직은 밝음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스러져 가지만 그래도 자연의 힘을 빌러 머물고 있는 여명 때문일 것입니다.
하늘에서는 유독 밝은 빛을 발하는 별이 일찌감치 남서쪾 하늘에 머물고,
지평선으로는 일몰의 해지움이 그리고 눈앞에는 공장의 불빛이 기계음과 함께
내가 서 있는 현 위치를 일러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철조망 밖 멀리 마을의 가물가물한 불빛들이 스러진 감성을 자극 시킵니다.
대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생각과 달리 더운 기를 잃었습니다.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원하지도 않은, 그래서 얼굴을 스다듬듯 스쳐가는 바람은 여름의 끝자락에 서 있는 바람일 수도 있다는 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머니,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이렇게 홀로 땅거미가 밀려오는 현장 주변을 돌면 온갖 상념들이 머리 속을 스쳐 갑니다.
언젠가 들어본 듯한 음악이 스마트 폰에서 흘러 나오면 자연이 주는 바람과 함께 자연스레 실려오는 이 감정의 원천은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이미 오래전,
난 사막의 한가운데 홀로 서서 비워진 마음속으로 끌어올려지는 무언가를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때 그렇게 곁을 스치고 가던 바람이 지금 또 내 곁을 스쳐가며 수십년 전의 분위기를 전설로 전해 주는듯 합니다.
한시간을 걷다가 문득 섧은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요?
열심히 살아왔고 후회없이 살아왔고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불만이 살아왔을 진데 갑자기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그 것은 아직도 내가 못다한 일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지만 그것을 숨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걸음 나가지 못하면 다음 한걸음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일 중 몇몇가지를 이루고서야 진정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의 실체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이젠 일들을 접고 그 하고싶었던 일들을 이루기 위해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현실과의 투쟁은 치밀하고 끝없기만 합니다.
이런 느낌을 받으면서도 실체를 잡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 지금 울컥하던 감정의 실체를 알게 될 때면 세상을 잘못 살아 온 저에게 얼마나 큰 실망을 느낄지 상상으로도 소름이 끼칩니다.
그것을 그대로 방치해야 할지, 지금이라도 원점으로 돌려 한걸음한걸음 새로이 삶을 더듬어 가야 할지 아니면 좀더 현실과 이상 사이이 위험한 줄타기를 얼마동안해야 할지 아직 판단이 안 서는걸 보면 나이만 많은 세월을 살았지 지혜로운 삶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지않았는지 괜한 우려가 됩니다.
어머니,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몇 일전 올랐던 현장의 경계선에 오늘 또 올랐습니다. 살인적인 더위가 한국을 머물고 있는 동안, 이곳에는 반전의 날들이 지나갔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이불을 끌어다닐 만큼 서늘한 공기가 주위에 머물렀으며, 오늘 하늘에는 뚜렷하게 구름과 노을이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람도 서늘하여 평소 사람이 보이지 않는 이 언덕에 삼삼오오 산책을 나온 직원들이 눈에 뜨입니다.
저는 이제 내일 1년간 머무르던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다행인 것은 계절이 한번씩 바뀐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생각 나름이겠지만, 제겐 너무나 의미 있는 한해였었던 것 같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삶의 강도는 떨어지지만 삶에 대한 의미는 깊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한해가 그처럼 소중하듯, 시간이 지날수록 한 계절..한달..하루가 점점 더 소중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루..한달..한 계절이 지나면서 지금의 이 소중한 느낌이 퇴색되어 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제 감정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입니다.
곧..어둠이 밀려오고..그리고 자정이지나고 저는 또 멀게만 느껴지는 그 길을 떠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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