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등산·여행)

[2009.07.25] 몰악산 정상에서 일몰을 보다.

루커라운드 2009. 7. 25. 23:30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즐거움을 오랫만에 맘껏 느껴본다.
그렇다고 새로운곳이나 멀리가기위해 집을 나선것도 아닌데 말이다.

 

장마가 오락가락하던 칠월 늦은 어느날 한주에 세번을 방문하는 대학한방병원 나이드신 의사는 좀처럼 자진해서 병세의 호전을 전하지 않는다.
그저 물어보는 말에 남의 말하듯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답변을 하고는 또 입을 다물고는 했다. 여름휴가전 그렇게 확실한 진단에 대한 채근을

하던 내게 병원에서 처방할수 있는것은 거의 다 했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병원을 들리라고 한다.

 

몸이 피곤하지 않도록 항상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과 함께..

여하튼 올여름의 휴가는 방콕이다.
집에서 쉬는 휴식 말이다.

 

연..사흘정도를 쉬며 의사가 한말을 생각하니 몸이 근질 거렸다.

여름장마비가 잠시그친 동쪽하늘로는 옅은 운무가 끼어있었지만 그 사이사이로 뭉개구름이 생성될 것같은 조짐을 보였다.
산으로 가서 일몰을 보고 싶었다.

 

집에서 한시간 거리인 모락산을 택한 것은

 

산행 코스를 익히 알고 있다는 것과 일몰을 하는 해와 나 사이에 내가사는 시내가 놓여있는, 다시 말해서 지는 해를 보며 시내를 볼수 있다는것과
관악산 청계산 수리산 그리고 삼성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것
그리고는 산행시간이 짧다는것
그곳에 가본지가 오래되었다는것
말하자면 이런 저런 좋은이유를 수도 없이 가져다 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물이 별로 필요없기는 하지만 배낭에 카메라, 약간의 식수, 비상행동식, MP3를 챙겨 집을 나선다. 산행이 목적이지만 힘이든 산행을 피하고

산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해질녁 내가 살고있는 시내를 바라다 보려고 한다.

 

오후 네시가 지난시간에 평소라면 조명이 깔린시간에 오가던 거리를 배낭을 메고 내려온다.
오늘도 옷수선집 아주머니는 무더위와 관련이 없는듯 일에 열중하며 길거리로 눈을 돌리지 못한다.
슈퍼주인과 급한시간을 빗겨 한가한 시간이되어버린 방앗간집 아저씨, 그리고 중국집주인 아저씨는
나름 편한복장으로 길모퉁이에서 정담을 나고 있었다.

 

배낭을 준비하여 집을 나선지가 얼마 만인가?
밖으로 나서면 마음의 자유로움을 맛볼수 있다.
마음이 상쾌하고 맑아진다.
배낭을 메고 나와야 하는 이유다.
아프지 말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있었다.

 

버스운전기사의 운행을 하고있는 모습과
아파트입구에서 청과를 파는아저씨
그리고 산 입구에 있는 가구단지 주인들 등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평소와 같지 않게 시야에 꽉차온다.
이런걸 또다른 모습의 여유라고 하는가 보다.

 

몰악산의 주능선은 중턱이후 바위틈과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는 그 능선에 도착하려면 버스를

내린 곳에서 채 한시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산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바쁘게 걷지 않는다.
내가 지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으니 평소와 다름없던 그분들의 모습도 평소와 다르게 보이는건 아닐까?

 

제법 나이를드신 중년의 친구들서너명이..
초등학교 아들을 데리고 올라오는 아버지가..
엄마와 딸이 숨을 몰아쉬며 ..
한가족이 몽땅 올라오가며
남름대로 한마듸씩 하면서 산을 오른다.

 

산정상에 올라 좌측으로부터 눈을 돌리면 파노라마 처럼 나타나는 풍경들..

 

수리산 정상의 공군기지와 서해안의 바닷가와  오이도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보이는 송도의 고층건물이 구름사이로 드러난 햇빗에 반사되어 선명하게 나타난다.

광명KTX역사며 그뒤의 목동 하이페리온 그리고 금천구 1번국도로 이어지는 서울가는 길과 삼막사 염불암이 숲에 숨어있을듯한 삼성산
팔봉이며 육봉이 지평선과 진한 경계를 이루며 굳건히 서있는 관악산  그 뒤로 도봉산과 북한산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온다.

남산타워와과 서울의 이름모를 크나큰 빌딩은 오히려 눈여겨 보지 않으면 산군에 가려 스쳐지나갈 풍경이었다.
양재동과 청계산을 지나면 청백광(청계산, 바라산, 백운산 광교산)으로 이어지는 산군의 능선사이로 외과순환도로의 청계톨게이트가 자리잡고있다.
죽전과 용인에도 제법 큰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정확하게는 알수 없었다.
영통과 지지대 고개를 지나면 부곡과 군포 그리고 산본...

 

360도로 눈을 돌리며 건물과 산과 숲과 아파트군, 저수지를 알수 있는 많큼 찾아 기억속에 있는 지명을 꺼내어 엮어 본다.

 

일몰까지 한시간이상을 기다리지만 지루할 수 없는 시간에 라듸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흥미를 더한다.

평소 그 방송을 들을때면 음악과 사연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으로 신청을 할까 궁금해 하고는 했었는데,문득 문자를 넣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또한 여유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 몰악산정상에 서서 좌측으로는 서해안과 우측 멀리로는 북한산 도봉산을 보면서 일몰을 기다라고 있어요. 행복합니다."

 

라고 문자를 넣으니 십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방송으로 송부한 문자가 차분하고 잔잔한 진행자의 목소리에 실려 날라온다.

 

그러는 사이 도시에는 하나둘 조명이 켜지고 주위는 어두워온다.
집으로 내려가야할 시간이다.
아쉽다는 표현은 쓸수도 있겠지만, 충분히한 시간 산에있는 느낌을 즐겼으니 집으로 하산해야겠다.

 

해드렌턴을 준비해오지 않은 것은 가능하면 짐을 줄임이고 분명 그 능선에는 도시에서 도망을 나와 갈곳모르고 방황하는 조명과
너무 이르게 나온 달빛으로 인하여 쓸모없는 도구가 될것라는 생각에서 였다.

 

배낭을꾸려 집을 나선지 다섯시간내내 어디론가 나선다는 것에 대한 유쾌함을 새삼 느껴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