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때이른봄날 안개비와 눈 그리고 황사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 삼월중순의 토요일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에 다녀왔다. 내가 영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건 아니다. 단지, 가끔씩 유명세를 타는 영화라던가 할일이 모호~ 한날 그저 한편의 영화를 보면서 그냥지나칠수 있는 날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하기 위한 영화관람이 전부인것 같다.
"박하사탕" 이란 영화도 영화를 보기위한 큰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주체할수 없는 시간을 소비하려 본 영화였다. 집사람가 함께 보았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언듯 기억나는 영화 내용중에 기차를 소재로 하여 뒤로 흘러가는 시간들, 현실속에 참담한 주인공은 현재보다 아름다웠다고 기억이 되는 과거로 절실하게 돌아가고 싶다는 표현을 기찻길에서 외친다.
" 나 과거로 다시 돌아갈래~~"
박하사탕 영화 촬영지는 그 영화를 본것을 계기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릴 즈음인 2000년 중반정도로, 우리식구들은 동강으로 가는도중 그곳에 들렀던것 같다. 큰녀석은 국미니학교 고학년, 작은 녀석은 이제 갓 초등학교를 들어갔을무렵이었다. 미래에 대한 남다른 희망도 없었던 때이며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진 네사람이 함께 한다는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느낄즈음이었으니 어쩌면 그때가 내 생에 가장 평화로웠던 날일 수도 있었다.
[공감 형성]
영화속의 주인공 김영호의 나이는 내 나이와 같다. 아니 정확하게 말을 하면 한살 적다. 그는 마흔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기억속에 가물거리는 구로공단의 야학이며, 가리봉동 공단거리, 그리고 불안하기만한 사회로의 첫발, "나어떡해~~", "내일 또 내일" 로 이어지는 유행가 가사가 시대를 공유한 때문인지 쉽게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하는 요소인듯 하다.
[현실기피]
대학졸업을 앞둔 큰녀석은 휴학을 했다. 남들이 다 그러하듯 졸업 스펙을 만든다는 이유였지만, 부모인 나로서는 아주 절박한 상황에서 배수진을 치고 휴학을 한다고 하면이야 내가 힘들어도 어쩔수 없지만, 주위에서 대부분 그렇게 휴학을 하니 저도 한번 해보겠다는 느낌의 그말을 쉽게 납득할수 없었다. 작은녀석은 나름 입시생입내 하며 학원이며 학교를 왔다 갔다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는듯 보였다. 회사는 회사대로 내심사를 긁기를 쉼없이 반복하는 상태에서 집안일로 대화를 나누던 집사람은 별일아닌 일로 톤이 갑자기 높아진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은..또..함구[緘口]다. 지금껏 내 습관적인 행동으로 보아 침묵만이 내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도 잘 통하지를 않는다. 침묵으로 시위하는 나를 전처럼 풀어주려 한다던가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것이다. 아마 그들도 내가 쓰는 방법에 이미 면역이 되었나보다. 잠시 고독을 느낀다.
공휴일인 토요일 아침 일찍 홀로 집을 나선다.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섯으나 전원주택지를 보기위해 앙성을 거쳐 목계에 들른다. 읍내의 모습이 너무 한가롭고 평온하다. 잠시 읍내 부동산에 들러 몇군데 매물이 나온 것을 둘러보고나니 점심이 지났다. 제천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보면서 박하사탕 촬영지를 가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꿈결같이 행복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은 충동이일어났던 것이다.
[보존되지 않는 사물들]
봄은 그곳에도 어김없이 찾아 들었다. 정말 무심하다고 느낄정도로 말없이 흘러가는 기찻길밑의 강가에도 푸룻푸룻 물풀이 색을 발한다.
강의 둔덕에는 이미 누군가가 반듯하게 경게를 그어 씨를 뿌릴 준비를 가즈런해 해 놓았고, 하절기에 밀려드는 피서객을 맞으려는듯 지어진 방갈로는 두계절을 지나면서 빛이 바래있었다. 강가의 법면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이용하여 주변을 정리하였으며, 아들녀석이 엄마아빠가 시키는 대로 "나 돌아갈래"를 아무의미도 모르면서 철길위에서외치던 그 철로는 때를 마추어, 오늘 철길로 들어서지 못하게 울타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시간에 두세대씩 지나가는 화물을 실은 기차를 수없이 보내고 나서야 과거로의 여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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