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 1
예정일시 : 2019.03월~2020.06월사이
아무래도 산티아고는 꼭 걸어봐야겠다.
내가 걷기에 묘한 쾌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만8년 정도가 된 것 같다.
매니아는 아니지만 시간이 나면 산 오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어느 날,
불쑥 안면마비가 찾아왔고 그로 인하여 힘든 산행은 가급적 피하게 됨을 계기로
걷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힘든 산행과는 달리 주변을 여유롭게 돌아 볼 수 있다는 것과
아무생각없이 터덜 터덜 걷는거야 말로 정신적인 피로를 쫒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간만 나면 길을 따라 나선다.
길 위에서면 나 자신만을 생각하게 된다.
번복되는 생각일지 몰라도 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았는지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내 생에 최고 가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그 길에 종종 동행을 하는 아내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하는 행동에 방해를 하지 않는다.
혼자 걸어가면 홀로 놔두고
대화를 시도하면 대화를 받아준다.
사진 찍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주변 들판에 앉아 야생화나 식물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나물을 뜯는다.
물론 이런 것들이 성격에 맞지 않아도 꼭 나를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오롯이 아내를 보필하는 나들이를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간다고 했을 때,
나도 특별한 목적없이 그냥 걷는 것이 좋아 산티아고 걷기를 결심했다.
물론 걸으면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주변을 둘러보는 일과 함께..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은 여러 형태로 그곳에 다녀온다.
여행사를 통하여 단체로 가는 사람들,
홀로 나 서서 혼자 한달 이상을 걷는 사람들,
부부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는 마음에 맞는 몇몇이 걷는 사람들..
내가 산티아고행을 결심한 나이는 개략 쉰 너 댓 살이었을 것이다.
인생 2막을 위해 한번쯤은 홀가분하게
홀로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할수 있었던 나이.
하지만
그때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결국 은퇴 후로 계획을 미루며,
말막음으로 아내에게 동행의사를 타진하였다.
단지 혼자가는 것에대한 미안함 때문에..
아내는 주저주저 망설이며 체력이 될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한국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에 적응이 가능 할 지 모르겠다면서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내심 내가 함께 하자는 제안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서 너 해를 지나고 나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아내를 위해 적극적으로 제안해서 한 일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오랫동안 쌓아온 마일리지를 확인하며
한 사람이 유럽을 왕복 할 만큼의 마일리지가 적립되어있음에
흡족해 했던 걸 생각하면
괜스리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와 함께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 어려움이 우리 인생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음을 안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지만
걸을 수 있는 만큼, 힘들면 하루걸을 거리를 이틀에 걸으면서
길을 걸어 보련다.
어려움이 따르면 내가 다 감당을 할 결심과 함께..
그 동안 내 직장생활을 위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뒷바라지를 해 주었던
내 아내를 위해, 그리고 그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함께 산티아고를 걸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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