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1998년 5월경 동강을 다녀와서 기록해놓은 글로 그 다음월 사보에 실렸던 글이다.
그 동안 나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나보다.
현장근무 마치고 올라온 후 계속 깨갱대며 그런 와중에도 어찌하면 이런 기분을 정상으로 돌려 놓을 수 있나, 하고 가까운 산도 돌아다녀보고 했지만....
외부의 환경이 나 자신을 은연중 짓누르고 있었나보다.
토요일날 학교에서 하교하는 딸내미를 잡아채듯 차에 싣고 정확한 목적지 없이 도시를 떳다. 현장 복귀후 첫 나들이인 셈이다. 영동고속도로를 1시간여 달리다가 이미 후회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에 있을걸....
약간의 두통도 따라오고 졸리운 눈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날 집사람은 뒤에서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지만 애들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문막휴게소...
소변을 보러 들린 휴게소에서 30분 가량의 시간을 달라고 하며 창문을 열어놓고 눈을 감았다. 잠깐 눈을 부치고 나니 졸리운 기는 가셨다.
중앙고속도로, 치악터널, 제천을 지나며, 차츰 정상적인 기분으로 돌아오는 날 발견했지만, 오늘 무리(?)를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 잘한 건지는 아직 판단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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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근무 마치고 올라온 후 계속 깨갱대며 그런 와중에도 어찌하면 이런 기분을 정상으로 돌려 놓을 수 있나, 하고 가까운 산도 돌아다녀보고 했지만....
외부의 환경이 나 자신을 은연중 짓누르고 있었나보다.
토요일날 학교에서 하교하는 딸내미를 잡아채듯 차에 싣고 정확한 목적지 없이 도시를 떳다. 현장 복귀후 첫 나들이인 셈이다. 영동고속도로를 1시간여 달리다가 이미 후회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에 있을걸....
약간의 두통도 따라오고 졸리운 눈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날 집사람은 뒤에서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지만 애들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문막휴게소...
소변을 보러 들린 휴게소에서 30분 가량의 시간을 달라고 하며 창문을 열어놓고 눈을 감았다. 잠깐 눈을 부치고 나니 졸리운 기는 가셨다.
중앙고속도로, 치악터널, 제천을 지나며, 차츰 정상적인 기분으로 돌아오는 날 발견했지만, 오늘 무리(?)를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 잘한 건지는 아직 판단을 못하겠다.
<영월입구 선돌에서>
영월 입구에는 주천강이라는 강이 있다.
영월에서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강이라고도 한다. 3시간 여를 달려 지루하기도 하고 그중 가장 경치가 좋은 곳 같아 일단 차에서 내렸다. 강가에는 반대편으로 가는 조그만 다리가 있었고 물은 어제 내린 비때문인지 아니면 본래 많이 흘렀는지....
집사람은 강둔덕에서, 나물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렸고 난 아이들과 강가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요즘 한창 공기놀이 흥미에 빠져있는 딸내미의 공깃돌도 줍고 강가로 돌도 던지고 그러길 30분.. 다시 차를 몰아 단종 애사로 알려진 장릉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경..오후 5시 이후론 입장할 수가 없다.
머리는 조금 무거웠지만 아이들 떠드는 소리 신록이 우거진 주변 산과 들 몇 분마다 나타나는 강과 탄광촌의 철길.. 이런 것에 점차 기분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강......
예전에 관심 있게 자료를 찾던 기억을 더듬어 남한강의 상류이며 아직도 원시에 가까운 숲을 보존하고 있다는, 물살이 거세서 급류타기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고 트래킹코스로도 유명한 동강으로 차는 향하고 있었다.
영월역에서 태백방향으로 10여분 가다가 강줄기를 따라 왼편으로 들어가는 길은 눈 여겨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울 법하다.
일단 그 계곡(?)으로 들어서는 순간 강과 어울러진 주변환경에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석회암이 주류를 이루는 그곳 지형은 무수히 많은 절벽을 갖고 있다. 또한, 그 암 자체가 여느 산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바위틈새에 위험한 자세로 군락을 이루며 빼곡이 들어선 나무들.
저런 환경 속에서도 수백 년을 지나오며 꼬이고 뒤틀린 자연산(?) 분재를 보며, 애써 내 살아가고 있는 환경을 고마워해 본다.
해가 지기 전에 민박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해가 지기 전에 민박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연암 휴게소라고 민박하는 간판이 눈에 뜨일 즈음 차는 이미 그 간판을 뒤로하고 있었다. 다음날 지나오며 본 그곳 또한 그럴~~~듯한 경치였다. 강한 가운데 큰 암석이 있었고 수천 년에 거쳐 쓸어 내려고 애쓴 강물의 흔적이 아직도 그 바위를 휘감으며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20여분을 지나 민박 집을 다시 발견한곳은 "동굴민박".
강가에 석회암사이로 강물이 휘감아 생겨난 동굴 반대편에 있었다.
민박 집으로 돌아오니 나이 50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4~5명이 거실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벼운 눈인사를 대신하고 저녁준비를 도우려는 내게 합석을 권한다. 아직도 무거운 기분이고 약간의 피곤을 느끼는 터라 사양했다.
뭐하는 사람들일까?수돗가에선 집사람이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넉살을 걸고 있었다. 보나마나 뻔했다.
나물을 뜯을 수 있는 곳이 어디쯤 되냐고....
나물을 뜯을 수 있는 곳이 어디쯤 되냐고....
저녁을 먹고나니, 그 아저씨들에 대한 호기심의 강도가 좀 높아졌다. 그들은 토종닭을 시켜 소주를 마시며 연신 들락거리는 날 붙잡아 앉히려고 했다. 방울토마토 한 그릇을 가지고 그들과 앉았는데...
술을 안한다는 내게 집중적으로 권했다.
집이 서울임.
경찰 공무원.
자칭 명퇴한 사람이 1명.
2주가 멀다하고 민물고기를 잡기 위해 심산유곡을 방황한다.
초크(그물)을 7~8개 드리웠으니 내일아침엔 좀 도와줘야 겠다.
강릉 속초 지방에, 숭어 잡는 맛이 괜찮다.
민물 게를 작년 한해동안 1천여 마리나 잡았다.
그리고 횡설수설.....
그런 와중에 아들놈이 왔다갔다하며 토종닭 한점 얻어먹기 위해 아저씨들이 물어보는말 정성 들여 대답하며 아양을 떤다. 내일 아침에는 물고기도 좀 달라고 넉살이다.
밤10시 7개의 방이 모두 찼다. 그리고는 밀려오는 피곤에 잠이 들었다.
아~
새벽 6시에 그물을 걷으러 간다고 했지....
다음날
밖에서 그물 걷으러 나서는 아저씨들의 음성이 왁자지껄하다.
어제저녁 쓰러뜨린 두꺼비만 10병이 넘는걸 봤는데.
시계를 보니 5시 30분.
뜸을 드리며 15분.
밖이 다시 조용해졌다.
뜸을 드리며 15분.
밖이 다시 조용해졌다.
새벽잠에 흠뻑 빠져있는 아들을 흔들었다. 귀엣말로 "동굴 속의 이무기가 밤에 찾아오지 않았든?"하며.
피곤하기도 하련만 녀석은 바로 눈을 떠 고기 잡은걸 보러가자고 따라나섰다.
새벽공기를 이렇게 신선하게 느껴보긴 처음인 것 같다. 주위의 산세와 어울려 또다른 세계에 와 있는 날 보는 듯 하다.
강가로 갔다. 아저씨들은 이미 그물을 다건져놓고는 내가 다가가니 그저 섭섭해하는 눈치다
강가로 갔다. 아저씨들은 이미 그물을 다건져놓고는 내가 다가가니 그저 섭섭해하는 눈치다
흠~~
그럼 그렇지
그렇게 고기가 쉽게 잡히면 나도 민물매운탕 집이나 하게?
"아빠, 이렇게 큰 고기의 이름이 뭐지?"
아들놈의 다급한 물음에 그물로 눈길이 가는 순간.
와!!
많이 잡으셨네요.
생각보다 적게 잡혔다고, 넋두리하는 아저씨들을 향해 말했다.
정말로 큰 물통(바께스) 하나는 된다.
쏘가리, 불거지, 피라미, 그리고 우럭같이 생겼는데 이름을 물어보니그냥 민물고기란다. 잡아먹는 민물고기에 이름은 알아서 뭐하니..
그냥 민물고기... 가장 큰 것이 어른 손바닥만했다.다시 민박 집으로 온 그들은 배를 가르고 매운탕을 끓이고 싱싱한 놈은 회를 쳤다. 민물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린 밥을 해서 일회용 짜장을 듬뿍 부어 아침을 해결했다.
다음행선지를 향하기 위해 설걷이를 하고 짐을 모두 꾸릴 즈음 그들은 식사준비를하고 있었다. 그들의 권유에 한술 맞을보기위해 다가가는 순간 게걸스럽게 먹을 것을 탐하는 아들은 약삭빠르게 내무릎에 올라탄다.
"음~~ 국물맛이 시원하군."
먹거리는 그리 관심이 없는 나로서 그들에게 그래도 무언가를 표시해야 할 것 같아 한마디 하니, 아빠! 이런 맛이 시원한 거야?
뜨거운데 정말 맛있네. 한숫갈만더. 를 연발하며 한 공기를 눈결에 치운 녀석이 물러나며 하는 말
뜨거운데 정말 맛있네. 한숫갈만더. 를 연발하며 한 공기를 눈결에 치운 녀석이 물러나며 하는 말
"정말 시원한데"
<거운초등학교 앞 다리>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어라연을 보러 갔다.
지도에는 선명히 표시되어있는데 그곳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심드렁하다. 딱이 갈곳을 정해논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그곳으로 향했다. 거운 초등학교 앞다리에는 관광차와 몇 대의 승용차 그리고 전문적으로 하는 것같이 보이는 민박 집이 있었다. 조그만 구멍가게와 함께..
사람들에게 물어 어라연으로 향하는 작은 비포장 산길로 접어들었을 때 또한번 망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있었다.
몇 년전에 그험한 화학산과 내린천상류의 방태산임도를 식구들 모두 싣고 비포장도로를 1시간씩 엘설로퍼(겔로퍼도 못 가는 곳을 엑셀로 간다고 내가 부친 내차의 애명)로 겁없이 돌아다닌 것에 비하면 이 정도 비포장 길은 식은 죽 먹기일진대 10분을 못 가서 혹시 빠지면, 빵구나면, 험한 언덕을 못차오르면...
등등 온갖 상상을 하며 다시 10여분... 사륜구동차가 옆을 스치며, 에구구, 승용차론 못 갈텐데...한다.
사람들에게 물어 어라연으로 향하는 작은 비포장 산길로 접어들었을 때 또한번 망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있었다.
몇 년전에 그험한 화학산과 내린천상류의 방태산임도를 식구들 모두 싣고 비포장도로를 1시간씩 엘설로퍼(겔로퍼도 못 가는 곳을 엑셀로 간다고 내가 부친 내차의 애명)로 겁없이 돌아다닌 것에 비하면 이 정도 비포장 길은 식은 죽 먹기일진대 10분을 못 가서 혹시 빠지면, 빵구나면, 험한 언덕을 못차오르면...
등등 온갖 상상을 하며 다시 10여분... 사륜구동차가 옆을 스치며, 에구구, 승용차론 못 갈텐데...한다.
맞아.
난 쉽게 수긍을 해버리며 임도한켠으로 차를 세운다.
조금후
그곳에서 내려오는 한 청년을 발견한 나는 조목조목 물었다.
어라연에 가려고 출발했는데 가는데 45분 걸렸고 앞으로 얼마큼 더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돌아온다고 했다. 어라연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른다고..
조금후
그곳에서 내려오는 한 청년을 발견한 나는 조목조목 물었다.
어라연에 가려고 출발했는데 가는데 45분 걸렸고 앞으로 얼마큼 더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돌아온다고 했다. 어라연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른다고..
그 꼴 나더라도 출발하자....
걸어서 가파른 산을 20여분 넘고나니 산골자기에 그렇게 큰 강이 있었다.
원앙인지 그냥 물새인지 두 마리가 물가에 놀고 있었고, 맞은편 절벽은 오를 대로 오른 물을 머금은 신록의 나무를 비탈에 세워두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대하는 것 같았다. 경치도 좋고 넓은 연못도 있고 어라연이라함은 큰 늪지대를 말하는 것일 거야. 여기일거야.
제주도의 용연...
하며, 격에 맞지도 않게 잘난 체를 하는 나를 아들놈과 딸내미, 집사람이 존경해마지 않는 눈으로 쳐다보며..
맞아!
맞아!
아빠처럼 똑똑해져야지..
맞아!
아빠처럼 똑똑해져야지..
그 순간 깊은 산 오솔길에서 나타난 젊은 부부의 한마디에 의해 내의견은 여지없이 박살나고 말았다. 그들도 어라연으로 가는 길이고 여긴 절대 아니라고...
강변을 따라, 그들을 따라, 계곡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좋았다. 바람소리가 좋았다.
그 젊은 부부는 아들녀석에게 말을 걸었고, 그놈특유의 넉살로 그놈은 어느새 그들부부편이되어 강가에 돌도 던지며 꺽어준 야생화를 보며 그 순간만은 우릴 잊고 있었다. 언제 눈썰미 있게 들었는지 '얼라이언, 어라이언'을 연발하면서...
이 구비 저 구비 3~4개를 돌았을 때, 몇 명의 사람들이 물가에 앉아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깊은 골에서 모터보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어라연 - 강가운데 떠 있는 돌섬 과 그돌섬으로 인해 생성된 제법긴 자갈 삼각주.
내가 본 어라연의 모습이다.
그돌섬으로 인해 주위의 경관이 수려하고 지역이 습해서인지, 이름 모를 야생화가 그 계곡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돌섬으로 인해 주위의 경관이 수려하고 지역이 습해서인지, 이름 모를 야생화가 그 계곡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아마, 우린 어라연을 핑계로 강변을 걷고 있었던 게다.
<어라연 근처의 강변에서>
구경은 잠시,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결국 3시간이상을 걸으며 정말 지루한 줄을 몰랐다. 노래도 부르고 집사람은 그 중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던 산나물을 한 봉지 채취해 흐뭇한 기분으로 거운초등학교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조금 지난 듯 싶었다. 시골의 초등학교는 교정 그 자체가 공원이다. 민들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나무 밑에서돋자리를 깔고 아침에 넉넉히 지은 식은 밥을 고추참치 통조림과 김 두 가지로 포식(?)을 하고 나니 서서히 졸음이 왔다.
정말 아이들은 원기가 왕성하다.
학교놀이터의 뺑뺑이(내가 아는 놀이기구 이름이 이것뿐임)를 30여분 타고, 난 그 사이에 오수를 즐기고 집사람은 거기서도 열심히 설걷이를 했다.
희한하다. 이 와중에 잠이 오다니... 예전엔 안 그랬는데...
어제못본 장릉을 구경하고 하류로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한 시간쯤 배웅하고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한 시간이 오후 4시반... 가남휴게소까진 그런 대로 잘 왔는데.. 거기서 집까지 오는데 아마 3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 것 같아 돌아보기도 싫다.
내일 출근 못할지도 모를 만큼의 피곤이 다시 몰려들었다..
어제못본 장릉을 구경하고 하류로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한 시간쯤 배웅하고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한 시간이 오후 4시반... 가남휴게소까진 그런 대로 잘 왔는데.. 거기서 집까지 오는데 아마 3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 것 같아 돌아보기도 싫다.
내일 출근 못할지도 모를 만큼의 피곤이 다시 몰려들었다..
'이 x눔의 도시...'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지난 월요일 출근길 보단 상쾌하다.
오늘은 하루시작의 느낌이 좋다.
원래 오늘 날씨가 좋은가?
원래 오늘 날씨가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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