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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8] 영주 남대리에서 부석사의 배흘림기둥까지 걷다.

루커라운드 2009. 4. 18. 23:30

 

 

 

새벽다섯시로 마춰논 알람소리가 꿈속에서 들리는 듯하다.
평일보다 더 피곤해진 몸을 알람소리를 제어하기 위해 움직여 본다.

휴일의 이른 새벽 난 지금 회사로 가야만 한다.
오후 한시에 있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할 일을 오전중에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구령을 넘어 부석사를 돌아온 어제의 여정이 제법 힘이 들었나보다.
아니면 무박으로 움직였던 마흔여시간이 짧지않아서 였던지.

 

오늘의 피로감이 회복이 되고 나면 일장춘몽과도 같이 지나버릴 날들이지만  바람에 흩날려 가는 소백산 자락의 벗꽃닢들은

삶의 한편에서 문득문득 그날의 기억들을 끄집어 낼것이다. 죽었다 싶었던 가지에서 만발한 그 꽃닢들의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하다.

 

 

걷기동호회와의 네번째 여행이지만 초면이 대부분인 사람들이 같은 버스에 어울려 움직이는 분위기는 그저 어색하기만 하다.
정선으로의 여행에서 예상보다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집사람은 처남부부를 동행시키므로서 서먹함을 조금은 덜어낼수 있었다.

 

마구령...
이미 답사를 다녀온 길라잡이의 말을 빌면 옛길 삼십여리의 많은 부분들이 근래들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져 오늘걷기로 되어있는

길의 거리가 많이 줄엇다한다. 대부분의 일들이 흑백의논리로 결론을 내릴수 없드시 개발과보전도 마찬가일것이다.
누군가 편하면 누군가는 불편하고, 누군가 얻었다고 생각이 들면 누군가는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갖을수 밖에 없는것이 인생전반에 걸쳐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 험준한 고갯길에 도로를 내어 고갯길을 넘나드는 두 마을의사람이 모두 그 길 만드는것에 찬성을 했을까?

 

하긴, 불과 한두해전까지만해도 매스컴에서 외진 마을길에 도로를 포장하고 험준한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을 뚫은 기사를 보면서 그 고장사람들은

편해 지겠군. 그 공사의 재원은 어떻게 조달했을까? 하는 생각이 전부였었다.

오늘 옛사람들이 남대리에서 영주로 장을 보러 걸어다니던 길을 걸어가며 국토가 우리의 것이 아니며 선조부터 물려받은 것을 빌려 쓰고

간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래서 후손에게 삭막한 콘크리트 숲으로 뒤덮힌 국토를 물려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길은 필요에의해서

그리고 계획되어진 최소한의 개발이 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생각을 해 본다.

 

개발과 보전의 논리는 무 자르듯이 명확한 결과를 줄수 있는걸까??

 

당초 새벽 서너시에 목적지(남대리) 도착해야할 버스는 아직도 몸체르 좌우로 틀면서 강원도 특유의 구불텅한 길을 움직이고 있었다.
끈길듯 이어지는 길을 안내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들으면서 길을 잘못들었구나 하는 의식은 옅은 잠과 혼합되어 아련하게 들린다.
아침에 목적지에 도착하여 들어보니 결국 한시간 반정도를 더 돌아 왔다는것이다. 칠흙같은 밤길을 움직이다보면 쉽게 길을 찾을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법하다. 동이 터오는 시점에 마추어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일곱시가되어 길을 나선다.
 
마구령은 백두대간의 소백산구간에 위치한다.
남대리까지 이어지는 폭넓은 아스팔트는 남대리 특산물판매소에 와서야 그길의 위용이 소멸된다.
더이상 그 위용을 떨칠만큼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지 않은 때문이리라. 그래도 그 길은 소백산의 백두대간에 속해 있는 마구령으로 이어진다.
삼나무숲이 인상적인 그 길은 그리 험준하지는 않았기에 옛사람들의 장보러 가는 길로 이용되어 왔을것이다. 이른아침 맑은 공기와 길 좌측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상쾌하다. 이미 들었던대로 많은 부분이 포장되어져 한적하게 걸어보려던 기대를 감소 시킨다.


소백산구간의 백두대간산촌은 고즈넉하기 그지 없었다.
준령의 아래에 자라잡은 그곳은 청년회에서 800여그루의 벗꽃으로 미래심었다.  이제는 거의 꽃잎이 떨어진 벗나무를 보면서 도심이 아닌

한적한 마을에 미래를 예약하는 방법중에 하나가 나무를 심는것임에 고개를 끄덕여 본다. 과수원이 대부분인 그 지역의 오월한낮은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산의 자연정화로 인함인지 환경도 깨끗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에서도 여타지역과 비교할수 없이 깨끗한 느낌을 받았다. 한밤실리에서 부석사까지

10여리길은 아스팔트로 차편을 이용하여 움직일계획이었으나 지천에 핀 민들레 꽃과 야생화를 보며 봄이 주는 신선함을 만끽하며 오월의 한낮을 걷고 또 걸었다.

 

부석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풍경은 여느 산사의 진입로와 별로다를 바가없었지만 전해져 오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사월초파일을 두주남겨두고 파릇파릇 올라오는연록의 입들과 원색의 연등은 오월의 화창한 빛을 받아 너무 잘 어울어 진다.

부석사 무량수전..

그 무량수전의 단어를 처음 들은것은 국민학교 사회책이었을것이다.
백두대간의 소백산구간이 시작되는 마구령을 돌아 이어지는 산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무량수전의 앞마당에 서서 무르익어가는 봄의 향연을 보면서

더없이 안정되어 보이는 내자신의 여유를 느낀다.

 
그곳에 서니 그([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저자 최순우)가 전하려하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움의 미학은 굳이 글로써가 아니더라도

공감이 갈정도로 표현이 몸에 와 닿는다.

 

- 전략 -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번이고 자문자답했다.
- 중략 -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 진다.

- 후략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멀리 연화봉일듯한 연봉과 천체 관측소 그리고 그아래로 펼쳐진 너른평원의 중간중간 옅은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사과꽃 복숭아꽃 배꽃의 모습들은

흡사 수채화를 한편보는것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 수채화 한구석의 연록색 나뭇닢을을 고귀한듯 바라볼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곧 여름이 오고 만물은 짙은 녹음으로 숨어들것이다.

 

 그리고는 꿈결같이..

덧없이 봄날은 흘러가기 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