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이꽂히면 그상황에 집착하여 끝을 보거나 사고를 쳐 늑신 얻어 터진 후에야 일상으로 돌아오는 개를 주제로한 일요 아침나절의 동물관련
프로그램을 아무생각없이 넋놓고 본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 불테리어(Bull Terrier)라는 종류의개는 못생기고 한편으로 사납게
보이는 그녀석의 체력은 왕성하여 오히려 몸을 돌보지않고 굴려야 건강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최근 며칠동안 걷기에 집착을 하면서 그때 넋을 놓고 보았던 그 프로그램이 오버랩 되는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내자신을 이런 저런방법과 여러각도로(정신과 육체 모두를)해체하여 적나라하게 분석한 Data가 나온다면 그녀석에 버금가는 행동과 사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식~~ 하고 혼자 웃음을 짓고는 한다. 걷기 동호회로 푸욱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을 말하는거다.
먼곳으로의 여행을 하기에는 아직 몸이 완전하다는 확신이 들지않는 상태면서도 카페나 신문에서 걷기에 대한 공지나 기사가 나면 빼놓지 않고
읽는다. 그런 기사가 일간지며 무가지 심지어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평소보다 많이 보도가 되는것인지 아니면 나의안테나가 그곳으로만 향하고
있어서 그런지 정확히 판단이 서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정신도 육체도 걷는것을 원하고 있다는것이다.
대여섯해전 지방으로 파견근무를 하고있을당시 나보다 십여년은 더살았음직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속한 사업부의 본부장이 명상걷기라고
칭하며 바다와 인접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점심시간이 되기를 기다려 운동화를 바꾸어 신고 흐린날이나 뙤약볕이 내래쬐는 날과
상관없이 공장내부의 해안도로를 걷고들어와서 약간 벗겨진 이마위와 목덜미 뒷부분에 송글거리는 땀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고는
노가다에서 땀을흘리면서 뛰면 삼대가 빌어 먹는다던데..
힘이 들면 쉬어야 하는것 아냐?
한세상 사는거 저리 힘들게 움직이면서 살아야 하는건가?
윗사람의 비위를 마추려면 하고 싶지 않아도 함께 움직여야하나?
이런 별별 유치한생각까지 해가면서 함께동참하자는 그들의 접근자체를 원천봉쇄한 시절이 있었다.
어쩜..
난 지금 그들이 걷으며 정리했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할수 있는 나이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걸으므로서 행복하다는 말을할수는 없지만 누군가 그런 표현을 한다면 그는 나름대로 그런느낌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에 그리표현 하리라
이해할수 있을 정도는 된것같다.
토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얘들은 각자의 일을 향해 움직였다.
잠시 도보 동호회를 둘러보다가 오후세시부터 시작하는 도보공지를 접하고 망설임없이 참석을 결정한다.
경복궁역~사직공원~인왕스카이웨이~창의문~백사실계곡(30분 휴식)~북악스카이웨이~성북동 성낙원~한성대입구역
경복궁역에 집결시간이 되니 남녀노소고루 참석한 인원이 70여명이 되었고 무더위와 안개가 옅게 뒤덮인 서울중심에 있는 산자락을
그들과 함께 걸었다. 걷는 내내 내가 가지고 있던 잡념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길위에 그리고산위에 있는 자연들만이 시야가득 몰려왔다.
창의문주변의 오밀조밀한 카페며, 산에 기댄 집들은 웅장하게 과시하듯 꾸며놓은 집들과 단순해 보이지만
정겹고 깔끔한 주택 그리고 삶에 충실함만을 추구하려는듯한 남루하고 초라한 주택들이 알듯 모를듯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보였다.
중간 중간 보이던 서울의 성곽은 조만간 나를 그곳으로 끌어당길것 같은 느낌의 아련함으로 남아있었다.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소나기가 내려 평소보다 가시거리짧았지만 걷는걸음걸음 보는곳곳 모두에 의미 부여해 보았다.
이틀이 지난 화요일 저녁(8월4일)에는 회사근처에서 시작하는 야간걷기에 참여를 하였다.
집사람에게 준비물을 부탁하고 회사를 마친후 옷을 갈아입고 어둠이 깔린 안양천과 한강변을 따라 두시간을 넘게 걸었다.
이것저것 생각할것 없이 선택한 일이어서 특별한 목적이나 감흥은 없었다.
문득~~~~~~
올해 남은 날들을 누구에게 억수로 두둘겨 맞더라도 멈추지 않는 근성, 잠재되었던 불테리어성 근성이 걷기라는 것으로 표출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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