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에서 해미읍성으로 이동하는 구간에서 였다.
조금은 상투적일지도 모를 칭찬을 곁들인 말을 건네신다.
하루종일 걷기를 같이한 아들녀석을 보며 요즘아이들 같지 않고 착하다고..
한나절을 함께 걸었었던 나이지긋하신분은 먼저버스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일행을,
하지만 출발지에서는 나와 아들이 앉아있었던 그 좌석을 물끄러미 보고있는 나에게 하나라도 남은
그분 옆자리를 권하시며 건넨 말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착하다는 말을 들을수도..
녀석을 이곳까지 데리고 오려고 2주전부터 설득을 했다.
중학교다닐때 까지만 해도 학원엘 보내면 아무런 토를 달지않고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왔었다.
학원선생님도 가끔씩 녀석이 제법 착하다는 말과 수업태도가 좋다는 말씀도 전해 주셧다.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고부터는 이유를 많이 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성의가 없다.
선생님이 나를 무시하는것 같다.
내가 공부하는 방식과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식이 맞지를 않는다.
심지어는 선생님이 실력이 없다..는 말까지..
선생님을 평가하는게 아니고 네가 평가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고 윽박지르곤 했었지만,
반항적인 사춘기를 지나는 녀석을 한쪽으로만 몰아세울수도 없었던 터였다.
그래서 학원엘 안가겠다는데, 끌어서 학원엘 보낼수는 없지않는가?
겨울방학내내 피씨와 티비를 오가며 저희 엄마와 눈싸움을 하고 지냈다.
공부는 그렇다 치고,
고생이라도 한번 시켜보자고 2주간이나 협박과 타이름으로 꼬드겨 겨우 성공을 했나 싶었다.
가는날이 장날이다.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고 했다.
도보를 하기 나흘전저녁 우연히 발톱을 깍다가 엄지발가락 모서리에 상처를 낸것이 염증을 일으키고 곪기 시작하는것 이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도보여행에 참가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집사람에게 설명을 하고 아들과 함께 걷기를 종용했으나, 낮을 많이 가리는 집사람은 정중히 사양을 한다.
힘들게 잡은 날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버지가 되는 기회로 전락을 해가고 있었다.
선택이 없었다.
가다가 힘이들면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출발을 할수 밖에..
강남고속터미널을 출발하여 도보여행의 첫발을 내딧는 한서대에 도착한것은 열시..
가야산 기슭을 임도를 타고 돌아 황락사까지 가는두시간 동안 발끝이 신경의 자극을
받아 뇌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적인 육신의 고통이 발가락의 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무뎌지게 만들었다.
그 황량한 늦겨울의 계곡에서 그래도 버들가지만은 봄을 전하는 역할에 충실해 하려는것 같이 보였다.
황락저수지에서 개심사로 가는 임도는 콘크리트 아스팔트와 흙으로 이어진 길을 돌고 돌아 조금은 지루하게
이어지는 길이 끝없어 보였다. 좌측으로는 운산읍내와 중앙에서 우측으로는 황량할정도로 너른 서산 목장을
보며 개심사가 있는 산의 능선을 걷는다. 삼십여분정도 이어지는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개심사를 안내하는 작은 표지판을 무심결에 지나친것은 불행이 아닌 행운이다.
평소 개인이 들어갈수 없는 목장으로 길을 들어서게 되었으니..
그 너른 목장의 언덕에서 해가 져물어가는 들판을 보는것도 괜~~ 찮은 풍경이었다.
오후네시나 디어 개심사를 들러 해미읍성으로 가는 버스는 육신의 피곤함 만큼이나 정신은 가벼워져 있었다.
'궁금(걷기·도보) > 걷기 · 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08.01] 인왕스카이웨이와 북악 스카이웨이를 걷다. (0) | 2009.08.01 |
---|---|
[2009.04.18] 영주 남대리에서 부석사의 배흘림기둥까지 걷다. (0) | 2009.04.18 |
[1998.05.00] 동강기행 (0) | 2009.03.30 |
[2009.03.28] 정선 귤암리 옛길도보여행 (0) | 2009.03.28 |
[2009.02.14] 나도 아침가리골을 걸어 보련다. (0) | 2009.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