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06.03.21] 생신.... 어머님의 여든번째.

루커라운드 2006. 3. 21. 18:19

<나보다 훨얼~~ 어렸을적 어머님의 모습>

 

이천육년 삼월 중순~~

어머님의 여든번째 생신은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이른 봄날 이다. 어머님 생신날은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을 모시고 점심 식사를 했다.

친구, 친지, 그 외 알고 지내시는 지인들의 부모님 환갑, 칠순, 팔순 잔치에 초대되어 때로는 집사람과 때로는 홀로 또,

때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석을 못 했을 때~~
그럴 때마다 생일잔치에 대한 각별한 생각을 했었다.

 

정작 우리 어머님 환갑에 칠순에 팔순 까지 거치면서 남들만큼 판을 벌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보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변명이 되고, 내 자신에게는 쓸모 없는 철학이요,

소극적인 표현방법으로 보면 나름대로 자기 합리화인 이유가 열거된다.

첫째, 우리 식구들의 성격 상 판을 벌려 노는 것에 별로 익숙하지 않다.


부모의 행동양식이 자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공감한다.

내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 보아 행동에 자신이 없다고 느끼면 절대 나서지 않는 그런 성격이, 어떤 시점에 흥이 생겨도 그 흥을

표현하지 않고 내면으로 간직하는 습관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명절이건, 식구들이 많이 모이건 가능하면 조용히 지내며, 판을 벌리는 것에 누구도 적극적인 행동을 하질 않는다.

심지어는 성인이 되어 외부에서 영입한 식구들(며느리, 사위)까지도 비슷한 분위기에 맞추어 영입이 된 듯, 누구 하나 판 벌리기에 앞장 서질 않는다.

둘째, 여든해를 사시었건만 아직도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자식 누구에게도 당신 의견을 피력하여 관철 시키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님의 시각으로 보고 느끼신 걸 평소 우리들에게 묵시로 전달하신다.

적어도 여러 사람을 초대할 확실한 명분이 없다면, 초대하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이미 아버님이 환갑이 되시기 전에 고인이 되셨고,

자식들을 남들만큼 제대로 끝까지 교육시키시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면서 뭐 그리 남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벌릴만큼 좋으시냐는 논리이시다.

잔치의 목적이 그저 사람 모여 사는 사회에서 하루 흥겨운 분의기로 얼굴 한번 보는 걸로 족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여느 부모들과

뜻을 같이 하지 못하시는 것이다.

셋째, 어쩌면 가장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를텐데~~ 삼형제, 누이 둘을 포함해서 누구도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타인에게 내 자신을 내세울 만한 것이 있다는 것이 무엇일까??
남들만큼 돈이 많아야 한다?? 얼마나
~~
기업체를 경영할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큰
~~~
지역에서 아무개 하면 고개를 끄덕 일 만큼 알려진 유지여야한다
??

어떤 기준의 잣대로 금을 그어 우리 자식들이 이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아마도 옛날사람의 기준으로 고관대작이

된 아들이 아니라면 이런 저런 환경(첫째, 둘째에서 말한 환경)을 떨쳐버리면서 맘 편하게 잔치를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 어머님이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을 가지고 사시는 분은 아니시다
.
단돈 몇 만원의 용돈으로도 항상 자식들의 수고를 치하 하시고, 조금은 누추한 집에 홀로 사시는 것을 염려라도 하시면,

불과 삼십 여년전에 끼니를 걱정하고, 자식들의 고등학교 등록금을 걱정했는데, 이제 남들과 비교하여 호강이랄 수는 없지만,

세끼 걱정 없이 식사를 하실 수 있고, 추운겨울에 떨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친구분들과 특별한 걱정없이 어울릴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는 것을 보아왔었다. 물론 자식들이 좀더 잘되었으면 하는 부족함 또한 항상 내제 되어있지만~

 

다행히~~
어제 모이신 분들 모두 확실한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어머님의 삶에 공감하며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었고,

전과 같지 않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일심 당신의 의견을 접고 그냥 흐르는 분위기에 동참하시어 자식들을 편하게 해 주신 어머님이

너무 너무 고맙게 느껴지면서 새삼 어머님에 대한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그나마도 행사라고
~~
저녁이 되니 피곤함이 엄습해와 초저녁 잠에 빠져든 내가 가위 눌린 듯 간간이 새어 나오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옆에서 듣고 있던 집사람은 걱정을 한다
.

잠결에도
~~
내 삶의 환경이 분명히 지금보다 나아질 수 없는 조건일지라도, 항상 내가 지금 현재 있는 위치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

필시 어머님이 때마다 잔치를 거부하시는 이유를 이해하는 동기가 될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