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그들은 전쟁을 치루엇나보다.
작은 녀석과 집사람과의 전쟁~~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되돌이켜 보니 지난 겨울 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하면서 새로운 학년(중2)가 된 이후부터 인 것 같다.
그 감정을 내세운 전쟁은 주말로 갈수록 격해지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학원에서 내 준 숙제(온라인으로 컴퓨터에 접속하여 문제를 푸는 방법)를 하고 있으려면, 즈이 엄마는 책상근처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공부하는 것을 지켜 보고 있다.
학원 선생님이 그리하라는 부탁도 있었지만, 가끔씩~~ 두 어 개의 윈도우를 띄워놓고 윈도우를 오가며 게임과 관련된 지식을 인터넷
찾는다든가 하다가 다가가면 숙제하는 웹 페이지로 바꾸는 수법 ~~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시시때때로 써먹는 수법을 한동안 써먹다가 이제야 들통이 나 버린지라 즈이 엄마는 그 근처를
배회하고 그런 엄마가 이제는 사춘기로 접어든 녀석에게 적어도 컴퓨터에 앉아있는 시간만은 달가워 할 수 없는 존재 였나보다.
엄마는 엄마대로 불과 일 년전에 제법 말을 잘 듣던 녀석이 지금은 이런 저런 사유로 한대 패주고 싶은 감정이 들 때가 있지만
자칫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을까 봐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나름 현명한 전쟁을 하는 듯 했다.
그런 시간이 차츰 계속되자 급기야 엄마가 옆에 와 있으면 짜증 섞인 표정까지 짓는다.
전쟁이 발발한 사유는 그렇다 치고 강도가 깊어감에 한번쯤은 중재에 나서리라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아들아~~~~
이번 주 토요일은 쉬는 토요일이지?? 친구들과 어울릴 약속이나 다른 약속 잡아 놓지 말고 하루 비워 놓으렴.
그렇게 해서 토요일 일요일 모두 회사에 나갈 수도 있었던 바쁜 연휴의 토요일 아침을 맞는다.
"너 엄마가 그러시는데 전에 같으면 한대 때려주고 싶은 게 요즘 엄마 심정이라고 하시더라."
"왜요??"
"왜인지 오늘 아빠랑 움직이면서 짬짬이 생각을 해 봐라."
"아빠가 4가지 제안을 하겠다. 그 중의 하나를 네가 선택해라."( ^*^~~ 목소리에 무게를 넣어가면서)
1. 날씨도 썰렁하고 하니 아산에 있는 온천에 가서 온천욕을 한 다음 집으로 올라오면서 사강에서 알탕 한그릇 씩(언제부터인가 그
녀석은 알탕을 좋아하기 시작했다)하고 대부도 바닷바람을 쐰 다음 집으로 돌아온다.
2. 철 지난 해변에 가서 두어 시간 바닷바람을 맞다가 근처의 어촌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은 다음 집으로 온다.
3. 서울랜드든 용인 자연농원이든 아침 일찍 자유이용권을 끊고 들어가서 하루 종일 뒤집어지고 꼬이는 놀이기구를 모두 타고
어지러워진 마음을 정리하고 집으로 온다.
4. 가까운 사찰에 가서 아빠와 함께 108배를 한다.
이미 예고해 놓기도 하였거니와 피해갈 수 없었음을 직감하였는지 조금 생각을 하다가 "4.번"을 택하겠다고 한다.
조금은 의아해하면서도 난감하다. 내가 제안은 했으되 내 자신이 절에 가서 아홉 번 이상 절을 한적이 없으니 108배.
.108배 말만 들어서 어느 정도 힘이 든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지선다형으로 수량을 채우려고 넣은 지문을 넣고는 설마 그것을 택할까?? 하는 생각이 턱없이 빗나갔던 것이다.
왜 4번을 선택했느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다.
"제일 시간이 빨리 끝나니 얼른 끝내고 집으로 와서 게임을 하던 쉬던 하려는 거겠지??"
고개를 끄덕인다.
"108배가 생각 보다 일찍 끝나면 1000배 까지 하는 거다."
조금은 치사하다고 생각 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놀이공원 가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집을 나섰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왔고, 다음 날인 일요일에는 롯데월드를 홍보 차 무료 개장한다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불혹을 넘기려는 나이에 놀이공원에서 위험하게만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놀이기구를 타는 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차피 오늘 하루 함께 어울려 뒤집어지는 프로젝트를 수행 하려 했으니, 맘을 단단히 먹고 공원 안으로 들어선다.
아침 열 시가 조금 지나서 입장한 놀이공원을 은하수 돗단배를 시작으로 샷X드롭까지 무려 대여섯 시간을 아찔아찔함을 느끼면서 보냈다.
땅거미가 어둑 어둑 밀려올 때쯤 되니 녀석도 지쳐 오나 보다. 마지막 남은 불랙 홀 2000을 탈 거냐고 물어보니 꼬리를 시일~~ 내린다.
후문 근처에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갔다.
그 녀석은 코코아를 홀짝거리고 나는 커피를 한잔 시켰다.
오늘 왜 가족 중에 단 둘만이 여기 와 있는가?
너는 너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뭔가가 못마땅한데 그 뭔가의 실체를 너는 생각해 보았는가?
엄마의 정당한 말에도 일부러 정당치 못하다는 억장을 놓는 자신을 발견하기는 하는 건지??
자신이 생각한대로 행동하고 있는지를~~
가볍게 던져 본다.
그리고 정확하지 않지만 그의 대답을 듣고 내린 결론은~~
(물론 우호적, 호의적, 주관적 인 결론이지만~~)
지금 그는 왜 자신이 그리 행동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분명 순간순간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 혼란스러운 사춘기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듯 했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내일부터 또 다른 느낌을 의식적으로 가져가며 행동해보자고 약속을 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한동안 휴전으로 인한 평화가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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