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등산·여행)

[2012.11.17] 병목안 시민공원

루커라운드 2012. 11. 20. 17:07

 

 

뜬금없이 김광섭님의 "성북동 비둘기" 라는 제목의 시가 생각이 났다.

병목안 시민공원을 산책하면서 말이다.

 

 .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 쳐서

 .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아마도 이런 싯귀가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었던 때문이리라.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1905~1977)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월간문학, 1968.11>

 

오래 전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낮 열두 시 경 사이렌이 울리고 남포소리가 들렸다.

 

좁은 계곡으로 이루어졌었다던 그 산의 한쪽은 남포소리의 숫자에 비례하여 넓어져가고 우리가 커 가듯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기 위한 석재로 유용하게 사용되어 졌을 것이다. 애환의 산이 우리의 삶을 편하게 했던 만큼 그에 대한 자연의 치유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것이 또 다른 편의를 위해서든 자연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든 나름 채석장에 공원을 만들어 가끔은 들러 줄 만한 장소로 바꾸어 놓았다.

  

더 잘 정돈된 공원과 편리성이 갖추어진 공원 그리고 접근이 용이한 공원이 많지만 병목안 시민공원에 대한 나의 생각은 각별하다. 아직도 다 끄집어 내지 못한 어린 시절기억들이 여기 저기 묻혀있을 것 같은 병목안 담배촌 계곡의 채석장...

 

사진 속의 풍경은 그 옛날 안양역까지 이곳 채석장에서 채취한 자갈을 옮기던 철길과 그 자갈을 실어 나르던 기구를 재현해 놓은 것 이다.

 

그곳에 가을볓이 들어 더욱 그 옛날에 대한 그리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아직은 개발제한구역에 묶인 탓인지 변화가 적은 곳이다.

작은 시내가 합쳐지는 지역, 나름 새로운 변화를 당해 깔끔하게 변화된 공원과는 달리 아련한 기억들이 스멀 스멀 기어 나올 것 만 같은 이 동네에 음식점이며 건자재 적체물을 쌓아놓은 창고들만 있을 지라도 변화되지 않은 계곡의 형태나 솔 향기가 나는 오래된 한증막에서도 가을의 분위기는 묻어 난다.

 

그런 연유로 어쩌면 보잘것 없는 이 산촌의 풍경의 기록을 수시로 담는지도 모르겠다.

 

(이하 2006.12.17 눈 내린 날 산 위에서 내려다 본 산촌풍경)

 

 

 

 

 

 

 

수리산 병탑

 

수리산에서 이곳 만큼이나 계절의 변화를 다이나믹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아직 발견을 하지 못했다.

, 여름 가을 겨울...

이런 저런 꾸밈과 소품이 존재하는 떄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관모봉과 태을봉을 시작으로 만들어지는 조그만 계곡에는 여느 개천과는 달리 상시 물이 마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봄이면 순녹의 나무로 가을이면 풍성한 단풍과 낙옆으로 그리고 눈덮인 계곡의 겨울까지도 수리산 최고의 계절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채석장을 공원으로 변화시킨 공원의 모습과 병탑이 있는 계곡 그리고 관모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