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걷기·도보)/걷기 · 도보

[2010.08.28] 게릴라성 소나기와 함께한 제부도 도보

루커라운드 2010. 8. 28. 23:30

 

 

 

내가 소유한 방랑기 [放浪氣] 에는 분명 주기가 있었다. 그 주기의 폭은 일정치 않아 때로는 일주일 때로는 한달, 그리고 때로는

서너달을 견딜 수 있었다.

9월이 되면 난 가족과 헤어져 일터로 가야만 한다. 한동안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환경은 일정한 주기를 흐트러놓은 것 같다.

 

유난히 잦았던 게릴라성 폭우는 스크린 골프게임으로 늦은 밤까지 직장동료들과 어울린 금요일에서 토요일 새벽에도 찾아왔다.

휴일의 늦잠을 빠져나오니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뿌리고 있다.

 

오늘은 그 게릴라성 폭우 속으로 들어가 몸소 그 게릴라성 폭우와 어울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이라 일찍 하교하는

작은 녀석 때문이기도 하고, 비와 함께하는 움직임을 유난히 부담스러워 하는 집사람은 나와의 동행을 포기하였다.

 

비와 바람과 바다를 한꺼번에 보려면 제부도를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제부도를 오가는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금정역으로

간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제과점에 들러 아메리카노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아 들고 나온다.

 

 

내가 혼자 커피를 들고 있다는 것은 한껏 여유를 보이고 싶은 심리가 팽배할 때 나타나는 현상 일게다. , 난 커피의 맛을 잘 모른다.

지금 들고 있는 커피의 맛보다는 커피라는 여유로움이 필요하고 그 여유로움을 위한 소품을 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금정역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었다. 도심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젊은이 들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 유심히 보았는데, 나중에 그들은 제부도로 가는 버스에 함께 탑승을 하였다.

방법과 수단이 다를 뿐 그들과 나는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 하기 위해 그 섬으로 가는버스에 동승하고 있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는 여전히 게릴라성 소나기가 오락가락 하고 있었고 내 손에 들려있던 아이스커피는 어느새 바닥이 나 있었다.

 

한시간 이상을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맞기고 이런 저런 지나가는 풍경에 눈을 두고 있을 즈음, 버스의 라듸오를 통하여

낮 익은 멜로디가 들려온다.

 

     마른 잎이 한잎 두잎

     떨어지던 지난 가을날

     사무치는 그리움만

     남겨놓고 가버린 사람

 

     다시 또 쓸쓸히 낙엽은 지고

     찬 서리 기러기 울며 나는데

     돌아온단 그 사람은  소식 없어 허무한 마음

 

 

 

                                               1966년 전우 작사 - 오민우 작곡

 

버스의 소음으로 노래가사가 정확히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미 머릿속에 들어가있는 그 노래..정원의 허무한 마음 이었다

지루했던 여름을 보내고 서둘러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제부도 입구에는 그날 통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안내 해놓고있다. 오전 11부터 오후 네시반까지 그 이후 저녁  아홉시까지는

도로에 바닷물이 차 제부도는 섬 고유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마을버스를 타고 제부도 초입에 내려 걷기를 시작한다. 해변을 따라 매바위까지 걸으면서 바람과 비와 바다를 만난다.

오늘 같은 날씨에 해변을 걷는 사람은 없었다. 매바위에서 서해바다를 보며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들을 보며 오래 전

이곳에 왔던 모습과 너무 많이 변해버린 모습을 비교해 본다. 저물어 가는 저녁해변은 식당의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매바위에 버금가는 풍경이 산책로이다.

해변의 북서쪽에서 제부도 항구까지 험준한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놓은 산책로는 바다에서 바람을 맞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그 끝에 위치한 제부항의 등대와 눈앞에 보이는 탄도항의 풍경은 나름 제부도의 특징일수도 있다.

 

제부도 초입에서 제부도 입구까지 걸어나가는 시간은 어림잡아 삼십분 이상은 걸린다낮게 드리운 구름을 보며 양팔을 벌려

가슴으로 바람을 맞으니 이것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중 하나의 요소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다보면 제부도가 좌측으로는 손에 잡힐드시 누워있는 누에섬으로 가는 길에 풍력발전기가 그리고 왼쪽전방으로는

전곡항을 한눈에 볼 수있어 닫혔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우측 전방의 제부도 입구에는 가끔씩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바다로 난 길에는 경계석을 이용하여 차도와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도로를 분리해 놓았다.거의 대부분 제부도로 가는

사람들은 차를 이용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걸어 가는 사람을 보며 가련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난 지금 갯벌 사이로 난 바닷길을 걸으며 수없이 오가는 차를 탄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느낄 수 없는 이 기분을 함께

  수 없음에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