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무런 부담을 가지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나 될까?
사람과 사귈 때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공감을 하는 전제조건은 그 주먹이 결코 사람 사이의 거리를 물리적으로 나타낸 말이 아닐 것 이다.
가끔씩 공식적인 모임(부서회식, 단합대회 등등)을 거스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런 관념을 무의식 중 쌓아가다가
끝을 알 수 없었던 그곳에 닿으면 몸서리치듯 사람들간의 관계를 어찌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고 자신에게 반문하면서
모임을 거스르고는 하지만 그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으려 한다. 이는 조만간 그들과 다시 합류해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걷기 동호회는 나의 그런 심리를 적절하게 조절해 주는 모임중의 하나인듯하다.
올해 들어서 대청호와 금강에 대한 호기심에 대전 충청방의 공지를 자주 들여다 본다.
방아실삼거리~시경계 꽃봉 갈림길~솔고개 성황당~개치~국사봉~회남길횡단~219봉~대청호반 시경계점~태봉길~산적소굴~
오동 안골~샬레(커피숍)
평소 출근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집을 출발하여 대전역에서 버스를 타고 방아실 삼거리까지 오는 시간은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두시간 이상을 움직였다는 것이..
시골버스는 한 시간에 한대 정도가 배차되어 걷기를 하기 위한 도보시작점에 도착하니 인적이 드문 시골집에 태어난 지 한달도
되지 않았을법한 누우런 황구와 백구의 무리들이 사람 무서운줄 모르고 달려드는 바람에 한동안 그들과 유희를 한다.
여닐곱마리의 강아지를 나은 어미 개는 목줄에 묶여 강아지들이 어찌될까 전전 긍긍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대청호반의 국사봉을 가파르게 오르다 보면 오른쪽으로 대청호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 수 있다.
걸으며 일기 시작한 머릿속에 자리잡은 의문사항을 이리 저리 굴려본다. 과연 대청호를 호반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어쩌면 오지로 남아있을 수도 있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의 지형대로 호반은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수 있기에
지금보다 더 개발이 되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
국사봉을 정점으로 내려오는 도중 어부동이라는 동네를 보았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지명..
대청호가 만들어 질줄 알고, 그리하여 마을이름이 붙여지기 전 그곳에 어부가 살 것을 미리 알고 명명을 했을 수도 있단다.
하지만, 그 어부동이 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의미의 어부동인지는 모르겠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았다.
회남길을 횡단하여 다시 산으로 이어지던 길은 어느새 사람의 흔적이 끊기어 알 수 없는 길을 만들었고 그 길을 탈피하기 위해 내려온
작은 길에서 발끝으로 대청호반을 보기 위해 또 다른 선택(큰길을 버리고 길의 흔적만이 있는 곳으로)을 한다.
갈수기와 충수기(?)사이에 만들어진 모래톱은 자연이 아니고는 만들어 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그 곳으로의 여행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자연의 또 다른 매력에 이끌리게 하는 것 같다.
호반의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말조개들이 널려있었다. 누군가 전한다. 그 말조개는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적당한 시간을 기다려 탄 버스는 호반과 적당히 어우러진 도로를 달려 나온다.
우리 내 인생의 길이 저리 굴곡지고 굽이쳐 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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