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위취 - #1 >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
사진을 찍어 글을 달고 정리를 하고 보관하는 것이 피사체에 대한 주관이나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일까?
그냥 지나처 버릴 수 있는 사물도 카메라의 파인더로 보면 요모조모 뜯어 한번 더 보게 된다.
시간이 허락하고 뭔가 여유를 찾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감히 카메라를 통하여 세상을 보는 방법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매송에서 비봉으로 가는 국도변들판에는 잔듸를 심어 놓은듯, 이제땅냄새를 완연하게 맡은 파릇파릇한 벼이삭들이 여린
바람결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들판중간에 몇대의 승용차가 몰려 있고 그 지점 지점을 수로는 이어가고 있었다. 낚시꾼들이다.
바람을 맞으러 차에서 내려 수로를 한 바퀴 돌면서 나름 사람의 취미도 각양 각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겉으로 보여지는
오염된듯한 물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주변에는 라면봉지, 떡밥을 싸온 비닐, PET음료수 병들이 나뒹굴어도 간이의자에 앉아
찌를들여다 보는 사람들을 이해할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만이 느낄수 있는 짜릿한 희열을 갈구하고있으리니~~
개눈엔 덩만 보이고 낚시꾼 눈에는 물고기만 보인다더니 어느새 집사람은 논둑에 앉아 무엇인가를 뜯기 시작했다.
짙은 풀숲사이 응달에서 목을 길게 빼고 나오는 미나리 집사람의 말을 빌면, 엄청 연하고 싱싱하여 야채가게에서 사는
미나리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더군다나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저 미나리를 그냥 두고 갈수 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 주저 앉아 삼십 분 정도를 뜯고 나니 한아름의 미나리가 손에 쥐어졌지만, 팔뚝과 노출된 무릎은 어느새 날카로운 풀로 인한
상처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목적지는 대부도 였지만 늦은 오후에 출발했으니 여기 마냥 이러고 있다가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었다. 집사람은 상관없다고 했다.
여기든 거기든 그냥 맘 편하고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 이라면 더구나 미나리 뜯는 행위자체가 즐겁다나??
이리저리 꼬드겨(^*^) B읍내를 지나칠 즈음 손에 묻은 흙이며 이물질이 신경이 쓰인다. 물론 그것이 오염되거나 지저분한 것은
아닐지라도 감촉이 좀 그렇다는 것이다
마침 학교정문이 열려있었고 소변볼 겸 손도 씻을 겸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교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화단은 야생화 천국이었다.
어듣도 보도 못했던, 겨우 인터넷에서 가끔씩 보던 식물들이 교정에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그곳에 퍼지르고 앉아 많은 시간을 파인더를 통해 야생화의 세상을 보았다.
미나리를 뜯으라고 할 때 지루했던 그 시간은 멀리 잊혀져 가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무리 귀하고 아무리 예쁘고, 아무리 의젓해 보이는 고귀한 야생화라 할지라도 사람의 손에 의해 가꾸어 진 것을
보고 났을 때와 환경이 열악한, 아무런 돌봐주는 이 없이 허접한 환경속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이루어낸 야생화를 -그것이 외형으로는
그리 볼품없다고 할지라도-
보고난 후의 느낌을 비교한다면, 그래도 손을 타지 안은 야생화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자연이 위대하다고 함은 바로 그런 곳에서 연유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 바위취 - #2 >
< 으아리 - #3 >
< 기린초 - #4 >
< 멍석딸기 - #5 >
< 초롱꽃 - #6 >
< 모래지치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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