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등산·여행)

[2004.12.18] 관악산행 - 아쉬워 할수 밖에 없는~~~

루커라운드 2004. 12. 18. 00:07

 

<육봉 중간지점에서 관악산 정상을 보며>

 

열시가 넘은시간 정부종합청사뒷편을 들머리로 잡아 산행을 시작했으나 옅은 안개가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다.
문원폭포로 향하는 길은 아침에 빗방울이 비친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며칠전 내린 제법 많은양의 겨울비로 사방댐에
맑은 물이 넘쳐흐르고 있고 계곡엔 제법 물이흐르고 있었다.

산행을 하기위해 집을 나서면서 생각한다.
오늘같이 무거운 마음으로 산에 간다는것에 대하여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 내자신이 지금 산으로 가서 얻을 수있는것이 무엇이고 또한
버릴수있는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냥~~
언제부터인지 집에 있다는것이 사회와 단절된..그리고 내 자신과도 단절된 생활을 하는것 같아 겁이나기 시작했다. 성격자체가 책을 이리뒤척
저리뒤척 관찰 할법 한 성격이 아니다 보니 더욱그렇다.

 
저~~ 바보상자와 친해지자니 내가 시나브로 바보가 되어가는것 같고 그렇다고 멀리하자니 소일거리 하나 떨쳐 버리는것 같고 암튼 이런 저런것
따져보면 잠잘때 외에 집에있다는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전엔 결코 그렇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어른들에 의해 공부라는 미명으로 자유를
억압받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었던가??
어른들은 그로인한 댓가를 이 외로움으로 받는가 보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다행인건 한사람만은 나와 동행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산이 어떻게 저렇게 버려질 수 있는가 하는 느낌이 오늘따라 깊어진다.

연초록의 신록도, 울창하고 프른잎으로 산전체를 감추어버렸던 여름도, 노랗고 붉은 단풍잎이 온산을 뒤덮던 가을도, 이런 저런모습을 모두 흰색으로
덮어버린 겨울도 지금과 비교하면 이보다 못할때가 있었던가?? 이렇게 황향하게 느껴지는것은 아마도 마음 한구석에 부질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허한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도리질을 해 본다.
 
평소같으면 중간 중간 시내를 내려다 보거나 맞은편 산등성을 올려다보며 사진을 찎고 휴식도 취했을터인데 그럴 필요도, 그러고 싶은 생각도,
더우기 날씨마저도 시야를 가리워 휴식하고픈 마음을 빼앗아 가버렸다. 말없이 흐르는 땀만을 제거하며 앞으로 앞으로 나간다.

한시간 반정도 올라 국기가 꽂힌 삼봉 정상에 다다른다. 관양동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보이는 대여섯 팀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팔봉을 거쳐서울농대 수목원계곡에 도착하니 세시간 반정도가 흘렀다.

오후 한시 사십오분.
오늘은 비가 내릴것 같은 날씨를 핑게로 최근 산행시 가지고 가지 않았던 버너와 코펠 그리고 라면을 가지고갔다.
집을 나오면서 슈퍼에서 막걸리 한병도 챙겨 넣고..
그래 수목원의 계곡 바위위에서 버너를 피우고 막걸리를 한잔씩 나누어 먹는다.모든 수분이 땀으로 배출된 상태에서의 몸은 한잔의 막걸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빨아들였다. 술욕심은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하던데 지금 더이상의 막걸리가 없음을 아쉬워한다.
 
서울농대로 들어가는 철조망을 정비를 했다. 한동안을 지켜보았으나 거의 대부분의사람들이 등산로를 택하여 우회를 하고있었다.
힘든 산행후에 수목원을 하릴없이 걸으며 자유를 누리는것도 관악산행을 고집하는 이유의 하나였었는데 다시 오던길을 되돌아 간다.

오분정도를 오르니 철조망이 그치고 안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길이 나온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수목원 안으로 들어간다.
이십여분을 걸으면서도 다른때와 같지않은 마음의 상태로 조금은 불편하다.

 
가끔씩 보이던 등산객들이 모두 우회를 하는바람에 너무 조용하기도 하고, 이제는 통제구역이 되어버린 길을 걷는다는 생각때문이리라.
물론 자연은 사람의 손이타면 훼손되는것은 불변의 법칙이지만, 그나마 마음의 안식처로 철저히 기대하던 수목원 마저도, 부담을 갖을수밖에없고..
언젠가는 타의에의해 들어올수 없는장소가 될걸 생각하니 이래저래 오늘산행은 유쾌한 산행이 될수 없었다.

 

 

 <관악산정상 ~ 삼봉 능선>

 

 

 <겨울나기>

 

 <당매자나무 열매 >

 <당매자나무 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