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걷기·도보)/강화나들길

[2010.01.10] 강화나들길 2코스 - 호국돈대길

루커라운드 2010. 1. 10. 23:30

 

 

 

"코올!! 아빠 코올~~~ 입니다."

 

뜸금없는 큰녀석이 보낸 문자를 받고 잠시 의아해 했었다. 며칠전 새해들어 가족들과함께 가벼운 여행을 하자고 집사람에게 제안을 해 놓았던것에는 정신쓸틈 없이 근무에 열중하고 있는 시간에 문자를 받았으니 그럴수 밖에..

 

네식구함께 길을 나섯던 기억이 가물거린다. 어쩌다 함께 움직을 것을 제안하면 그들은 이런 저런 핑게(?)를 대며 일언지하에 거절하고는 했었다. 나름 어린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구속(?)을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거나 구속이란 단어를 의식하며 지낸시절은 거의 없었던것 같다. 부모님으로부터의 관심이 구속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구속받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으리란 기억밖에.. 그래서인지 그들이 제안을 거절할때면 그저 알수없는 섭섭함이 앞선다. 물론 옛날과 지금의 생활방식이 너무 많이 변해서 그들나름대로 바쁜계획속에 살아가다보니 어쩔수 없는 일임을 이해하면서도..

 

춥고움직이기 어려운 길을 가야한다는 특성을 감안하여 덕유산눈꽃을 보러가려 했다.
년초에 눈도 많이왔을뿐더러 녀석들의 특성상 오랜여행은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것 같았다. 가능한 짧고 추억에 남을 수있는 곳을 찾다보니 무주리조트까지는 자동차로 움직이고 그곳에서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까지가서 덕유평전과 향적봉 중봉을 걸으며 쌓여있을 눈과 중봉에 올라서서 소스라치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외롭게 겨울을 지내고 있을 끝없이 이어지는 덕유능선의 나목들을 보고싶기도 했다.

 

전날저녁 집근처의 비탈길에 주차를 시키며 잠시 다음날새벽 얼음으로 인하여 차량운행에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를 빼놓으려는 순간 차바퀴는 눈위에서 사정없이 헛바퀴를 돌았다.  삼십여분을 그렇게 비탈길을 빠져나오려 씨름을 하고나니 갑자기 차를 가지고 혼자도 아니고 가족을 데리고 움직이는것에 두려움을 느꼇다. 전과같지않게 작은 두려움이 결국 여행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것 저것 잔뜩 준비를 했던 집사람은 차가 그렇게 길위에 무기력하게 움직이지 못 하는것을 보고는 아쉬움반 안타까움 반으로 여행을 포기하는것에 동의를 했다.
내심 작은녀석은 학원에서 내준 숙제로 조금은 부담스러움이 안도감으로 바뀌는것 같았다.

 

늦잠을 자고 집근처를 오가며 지낸 토요일 저녁나절이되니 어제의 계획이 무산된것에 대한 아쉬움 밀려온다. 일요일 아침 일찍 평소관심을 보여왔던 강화나들길을 걷기위해 집을 나섯다. 아침 아홉시에 안양에서 강화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11시에야 강화터미널에 도착할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도중 어제저녁 약하게 비친 눈발과 계속되는 한파속에서도 잠깐 포근한날씨로 인하여 발생했던 물방울이 얼어 고산지대에서 볼수있는 상고대를 김포 시가지를 지나면서 볼수 있었다.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집사람은 피식~ 웃는다. 어쩌면 속으로..쯪~~ 철없는~~ 하는 푸념을 했을지도 모른다.

 

강화터미널에서 강화 역사관으로 가는길은 걷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곳을 빨리 빠져나가고자 하는 나로서는 잠시지만 지루함을 느낀다.
강화 역사관에서 초지대교와 온수리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약 15Km는 평소 쉽게 볼수 없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돌아보고 둘러보고 다시 되돌아 보면서 강화의 7보(堡) 5진(鎭)중 하나인 광성보(廣城堡)를 중심으로한 돈대를 모두 돌아보며 여섯시간을 걸었다.
눈이 쌓인 길을 걸어가다보니 평지와 달리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건만 지루한 줄 모르고 걸었던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