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걷기·도보)/강화나들길

[2014.01.29] 강화나들길 4코스 - 해가지는 마을길

루커라운드 2014. 2. 6. 20:24

 

 

[박범신의 소금]

어제저녁 연휴를 맞는 여유로움에 딸의 방을 둘러보게 되었다. 평소 어질러져 있던 방이 나름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깔끔함도 하루 이틀이다. 내가 방을 둘러보자 갑자기 딸은 책 하나를 골라 나에게 내민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녀석이 준 이름없는 작가의 장편소설을 어제 다 읽었던 터다.

 

박범신 장편소설 "소금"

 

뭐라고 알아들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게 짧은 설명을 곁들인다.

아빠가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했었나?

아빠를 생각하며 읽은 책이라고 했었나?

아니면, 

아빠를 조금이라도 이해 할수 있는 책이라고 했었던가?

 

아무리 아빠와 딸 사이라 하더라도 재차 물어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책읽는 습관]

가끔 말했듯이 난 많은 책을 일고 싶었다. 독서에 대한 욕심을 부릴 즈음엔 독서에 대한 습관이 이미 굳어져 있었던 고등학교시절 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 욕심이었다. 습관을 동반하지 않은..  그래서 책을 사면 혼란스러울 정도의 주변환경으로 인하여 또 끝까지 읽지 못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또 다른 책을 사는 행동을 번복 했었다.

 

내가 책에 습관을 제대로 붙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책값의 본전을 생각했던 때문이다.

내가 저 책을 이 정도의 돈으로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매번 자신에게 물어보았던 것 같다. 감히 돈과 책의 가치를 비교해 보려 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경제적인 여유롭지 못함이 그런 사고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가지 않으면 몇 장 이고 몇 번 이고 뒤로 돌아가 이해를 하려 다시 읽기를 반복하며 책 읽는 것을 지루해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선택한 책의 장르 역시 본전을 생각해 택한 책이니 얼마나 건조 했었겠는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인생수업, 신춘문예당선작 대충 이런 종류였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젖어들 수가 없었다.

 

딸이 초등학교를 들어갈 즈음 난 시간을 내어 그 녀석을 데리고 서점으로 갔다. 내게 없는 책 읽는 습관을 들여 주기 위해서였다. 두 권 이상은 사지를 않았고 책을 다 읽게 되면 지체 없이 또 서점으로 데리고 갔었다. 그런 때문인지 딸은 내가 만족 할 만큼 책을 읽는 습관이 들었고 학생이 아닌 지금도 그 습관으로 인함인지 수시로 많은 책을 사고 읽고 한다.

 

[영화 독서 공부]

최근 들어 딸은 세 권의 책을 나에게 권했었다. 난 그 세 권의 책을 정독을 하여 모두 읽었다. 가끔은 그 오래 전 독서의 습관이 생각 나서 읽기를 중단하고 싶었지만 왠지 딸이 권한 책은 내용이 어떻든 그럴 수 없었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고 흡족해 하는 내게 집사람은 농담 삼아 독후감을 쓰라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한마디 거든다.  제일 잘못된 독서 습관이 독후감을 강요 당하는 독서라고.. 그냥 내용을 스치듯 읽고 지나야 하는데 꼭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면 할수록 경직된 독서가 되는 것이라고..

 

그랬었다. 영화관람 또한 그랬었다.

급박하고 변화 무쌍하게 바뀌는 화면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장면에 대한 흥미를 읽어,  가끔은 웅장한 소리와 스펙터클한 화면을 볼 수 있는 영화관을 포기하고 PC를 이용하여 영화를 볼 때가 있었다.

 

본전을 뽑아야만 하는 의식 때문에 잠시 화면을 정지시켜 되돌리기를 한 다음 이해가 될때까지 다시 보기를 하는... 영화나 독서를 즐기는 것이 아니고 공부를 하는듯한 영화감상이나 독서가 얼마나 내게 지루함을 동반했었는지?

 

[강화나들길 4코스]

가릉에서 시작하는 길을 한가로이 걷는다. 마주치거나 나를 지나쳐가는 사람을 하루 내내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한가로운 느낌이 드는가 보다.

 

강화 나들길 4코스는 다른 길에 비하여 짧다( 10Km). 다른 길과 연계하여 조금 더 걸어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마땅치 않다. 그래 오늘은 철저하게 슬로우 액팅으로 길을 걸어보자. 그리 청명하지는 않았지만 오랫만에 나타난 햇살이 반갑다.

 

이건창 묘를 거쳐 건평나루 까지 오는 길은 3코스와 비슷하여 산허리를 돌고 돌아 오기에 이름없는 수 많은 묘지를 만나게 된다. 유독 많은 산소를 볼 수 있음은 많은 사람들이 강화 이곳을 명당이라 여기는 때문은 아닐런지..

 

잘 가꾸어 놓은 산소자리는 쉬어가기에도 더 없이 좋다. 준비해온 과일과 커피를 타놓고 잠시 배낭을 내려놓은 맑은 햇볕아래 책을 읽는다.

 

문득,

내가 이렇게 느긋한 기분으로 글을 읽던 때가 있었던가?

이런 느낌은 또 뭐지?

참 기분 좋은 날 이다.

 

그렇게 두어군데 산소근처를 쉬어가다 건평 나루가 보이는 공원에 앉았다. 글을 읽고 싶은 충동이 또 다가온다. 건평나루 부둣가에는 홀연히 낚시를 드리운 낚시꾼의 모습도 한가롭다. 나와 낚시꾼의 여유로움은 닮은점이 있는 걸까?

 

건평 나루에서 외포가는 길은 단순하기만 하다. 섬과 육지 사이를 빠져나가는 거센 밀물은 소리를 동반한다. 지난 가을 회사의 팀내 야유회때 내가 제안하여 건평나루에서 외포까지를 왕복한적이 있다.  그들이 그 단순함에 지루해 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때의 무미건조함이 오늘 똑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어쩌랴..

 

난 이마저도 좋은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