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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0]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루커라운드 2023. 3. 21. 10:26

 

다시 시작하는 한주의 첫날 월요일이다. 
일부러 변화를 주지 않으면 매일매일이 다르지 않다. 점심을 먹고 산책 준비를 하여 도서관으로 향한다. 따뜻한 봄날 산자락의 양지쪽에 앉아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코로나로 침체 되었던 도서관도 이제는 정상화 되어가는 것 같다.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없을 만큼 붐빈다. 인문학 분야로 가서 손에 잡히는 책 하나 빌린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라는 기자가 유명인사를 인터뷰하여 쓴 글인데, 죽음을 앞둔 이어령 교수와 인터뷰 한 내용이다. 암으로 투병하며 죽음과 삶의 의미를 다룬 글이다.

도서관 뒤로 난 작은 길은 산으로 연결 되어 있다. 오후의 산길은 한가롭기만 하다.

한시간 남짓 이동한 곳에는 누군가에 의해, 언제인지 모르게 만들어진 돌탑이 있다. 골짜기의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고, 햇볕의 따뜻함을 돌이 유지하고 있어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곳에 앉아 차도 마시고, 견과류를 가지고 와서 새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어느새 새들은 사람들의 기척이 나면 모여들어 먹이를 얻어가곤 하고 있다.

돌탑이 내려다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책을 읽는다. 어느곳에서나 쉽게 독서에 집중을 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집중하려 노력해 본다.

죽음의 귀로에서도 누군가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교수의 모습이 역시 평범치 않다.

“인간은 암 앞에서 결국 죽게된다네. 이길 수 없어. 

다만 나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말을 하겠다는 거지.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나가면 그게 암을 이기는 거 아니겠나. 

방사능 치료 받고 머리털 빠지며 이삼 년 더 산다 해도 정신이 다 헤쳐지면 무슨 소용인가. 

그 뒤에 더 산 건 '그냥' 산 거야. 죽음을 피해 산 거지. 

 

세 사람 중한 명은 걸려서 죽는다는 그 위력적인 암 앞에서 '누군가는 저렇게도 죽을 수 있구나' 하는 그 모습을 남은 시간 동안 보여주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