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들어와야 할 공간에 겨울은 무엇이 아쉬운지 선뜻 자리를 내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다 알고있다. 이제는 가야 할 때라고..
봄기운이 비치기 시작한 경기옛길 삼남길을 5명의 친구들과 걸었다는 것은 생각 만으로도 애틋하다.
여기서의 애틋하다는 사전의 2번을 인용하였다.
1.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듯하다.
2. 정답고 알뜰한 맛이 있다.
[유의어] 다정하다, 서운하다, 슬프다
한달에 두 번 둘레길을 걷는 오늘은 삼남길 6길일부와 7길을 걸었다.
전철 1호선 병점역을 나와 서쪽방향을 보면 역 주변으로 상가와 아파트 건물공사가 한창이다.
미분양이 그리 많다고 하는데..
지난번 도보를 마친 안녕초등학교로 가려면 84번 국가지원지방도를 따라가야 하지만, 차량소음을 피해 주변의 농로를 가로지른다. 농로주변으로 생활 쓰레기와 폐농기구가 어지러울 정도로 널부러져 있다. 개발도상국을 거쳐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흔적은 역시 수도권에서 대표적으로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화성군의 어두운 단면을 본다. 봄이 오는 논밭에 상큼함은 고사하고 쓰레기더미를 보며 걸어야 한다.
원천 저수지를 거쳐 내려오던 원천천은 서호와 왕송저수지에서 출발하여 수원비행장을 따라 내려오던 황구지천과 만나 우리가 지나는 송산교밑으로 흐른다.
안녕동의 주택가를 지나 안녕초등학교의 측벽을 따라 본격적인 도보를 한다. 어수선하게 도착한 출발점에서 다행히도 초등학교 측벽의 화사한 그림들이 위안을 해 준다.
다시, 작은 들판의 농로를 가로질러 만난 황구지천변을 따라 잠시 걷다보면 6길의 마침점인 세마교에 다다른다. 미세먼지는 보통, 초미세 먼지는 나쁨으로 표시되어있다. 먼지에 민감한 친구들은 야외에 있음에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먼지에 조금 둔감 하기도 하거니와 겉으로 나타나는 불편함이 없는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걸어서 세마교를 지나는 일은 위험하다. 인도가 안전하게 확보되지 못한 까닭이다. 지자체에서 이곳 저곳 관리를 한 흔적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정작 안전과 관계된 시설의 관리가 우선 되어져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시골길임에도 좁은 차도를 따라 십여분 걸으면 독산성이 있는 양산봉 기슭에 서게 된다. 차량은 산기슬으로 나있는 차도를 따라가고, 우린 산성으로 오르는 임도 둘레길로 들어선다.
도보를 시작한지 두시간, 보적사가 눈에 보이는 임도변 야외탁자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김밥, 컵라면, 과일과 커피 그리고 약간의 곡주.
독산성은 그나마 우리가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원형을 밝혀 지역의 문화유산을 도보길로 연결한 역사문화탐방로”에 서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장소이다.
길게는 삼국시대에서 근대에는 임진왜란때 왜적을 막아낸 역사만큼이나 산성의 위치와 모양이 주변 풍경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독산성을 내려와 마을 길을 걷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의 토끼굴을 지나 작은 산위로 오르면 오산 휴게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으로는 세마대, 우측으로는 세교를 가로질러 고인돌 공원으로 내려오다 보면 오늘의 도보 마침점인 오산대 역에 도착하게 된다.
13.5Km의 거리를 5시간 이상 걷는 다는 것은 운동 보다는 자연과 접하며, 오랜 친구들과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화두는 역시 건강이다. 서두르지는 않지만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은 도보여행이었다.
코 스 : 삼남길 제6길일부 (안녕초등학교 ~ 세마교) 약 3Km , 삼남길 제7길 (세마교 ~ 은빛개울공원) 약 7.8Km, 들머리(병점역-안녕초교) 1.5Km, 날머리(은빛개울공원-오산대역) 1.2Km ; 총 13.5 Km
소요시간 : 5시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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