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벚꽃아래서 기다릴게
지은이 ; 아야세 마루 옮긴이 ; 이연재
펴낸곳 ; 소미미디어
다음주로 예정되어있는 섬진강 자전거 종주 계획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봄빛에 물든 남녘의 강가를 물 흐르듯 서서히 굴러 내려가며 자전거를 타고가는 상상만으로도 행복이 몰려오는 듯했다.
두 권의 책을 도서관에 반납 할 기한이 되어 들리긴 했으나, 사전에 다른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는 사전 선택을 하지 못했다. 봄이 되니 책보다는 야외로 움직이는 것에 더 마음이 갔다. 핑크빛 책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책 제목이 그 뒤를 따라왔다.
벚꽃 아래서 기다릴께
책표지와 제목만으로 선택한 책이었다.
1986년 치바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일본 토호쿠 지방 신칸센 주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편하게 이야기 하듯 다섯 편의 소설을 써서 책 한권을 만들었다. 나이라는 숫자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관념이며 습관이다. 어떤 경우에도 서른 해의 차이를 메꾸어 갈 수 없을 것을 기정 사실화 해 놓고,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고향, 가족, 시골, 기차 이런 것들이 별 괴리감 없이 스며들 듯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
젊은시절 일찍 남편을 여윈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여행을 즐겼다. 그 여행 끝에 만난 남자를 따라 먼 곳으로 거쳐를 옮기지만 그 남자 역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또다시 홀로된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노란색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의 치맛단을 쥐고서 흔들 다리 위에서 눈부신 미소를 짓는 할머니의 모습’ 이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 탱자 향기가 풍기다
결혼을 허락받기위해 남자의 부모를 만나러 간 리츠코는 남자의 고향인 후쿠시마지방의 지식을 사전 습득을 한다. 방사선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을 검색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님과 만난 후 오래전의 친구와 고향을 돌아보며 옛날 일을 회상한다.
두눈을 감은채 삐죽뺴죽 가시가 돋친 탱자나무 덩굴새로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향기를 맡는 여자의 행복에 넘치는 얼굴이 라고 요약이 되어있다.
. 유채꽃의 집
어머니의 7주기 법사 일에 고향을 찾아 행사까지의 기다리는 시간을 어린 조카를 돌보게 된다. 역근처의 호빵맨 어린이 박물관에 들러 오래전 기억 속에 있던 호빵맨과 식빵맨을 떠올리고 소풍을 갔던 다테무사마네 묘지를 오르며 꿈속에서 만났던 지역임을 되새긴다.
그곳에서 중학교 때 고백을 받던 첫사랑을 만난다. 어머니가 좋아하던 어떤 나무를 베어버리고 유채꽃을 심어놓은 형수에게 유채꽃을 전달 받아 집으로 돌아와서 지난 일들을 회상하고 정리 해 본다.
노란 유채꽃밭 한가운데서서서 젊은날의 어머니와 마주한채 쑥스런 웃음을 흘리는 청년 이란다.
. 백목련이 질 때
토호구로 가는 신간센을 타고 지방도시에서 치루어 지는 이모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 동안, 외할머니댁에서 하루 저녁을 자는 동안,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을 방문하는 동안 교통사고로 죽은 같은 학교에 다니던 후배 아이의 죽음을 떠올리며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진다.
깊은 밤 만개 한 목련꽃 아래 할머니와 꽃에 대한 운명을 본다.
<백목련은 일년에 3,4일 동안만 피어 있다가 바로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리거든.
그렇게 설명하는 사이에도 하얀 꽃잎이 한 장 더, 마치 무언가 견디기를 그만 둔 것처럼 소리없이 땅 위로 떨어졌다. …. 달빛에 베인 것처럼 꽃잎이 떨어진다.>
.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제목이 다른 소설이지만, 내용적으로 엮어 각개의 소설이 연관성 있는 방식은 흥미롭다. ‘백목련이 질때’의 주인공 치사토가 이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위해 탔던 신칸센의 기차내 판매원이 이번 소설의 주인공이다.
결혼 적령기의 기차내 판매원인 사쿠라는 신칸센을 오가는 손님들의 희로애락을 읽으며 본인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생이 결혼소식을 어렵게 알려오는 날 그녀는 소개팅을 마치고 상대로부터 데이트 신청 문자를 받는다.
고향이란 반드시 마음 편한 곳만은 아닐 것이다. 두 손에 기념품을 들고 기운차게 돌아가는 사람도 있는 가 하면, 싸움을 하러 가는 사람도, 돌아가는 것이 껄끄러운 사람도 있음에 틀림없다. 그들이 향하는 곳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 한, 관계성이란 사계절을 지내는 벚꽃처럼 꽃이 만개하는 때와 추위에 시드는 때를 반복하며 어느 한 가지 모습만을 보여 주지 않는다.
그러나 돌아갈 장소를 잃어버리면서 나는 항상 꿈꾸던 꽃이 만개한 모습으로, 남동생은 어둠 속에서 시들어 버린 모습으로, 각각 고향의 이미지를 굳혀버렸다. 그건 역시 무척 분하고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사쿠라는 생각했다. [본문 내용 중에서]
다섯 편의 글들이 모두 봄과 관련된 이야기여서 더욱 공감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열도의 동남부에 위치한 토쿄 부근의 지방도시로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벚꽃이 한창인 이른봄 일본을 대표하는 벚꽃닢이 휘날리는 일본으로의 여행.
최근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민감한데, 그런 부분과 일본이라는 나라 만을 바라보는 시각을 섞어서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치 잔잔한 풍경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글을 읽으며 느낄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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