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게 달려온 고속도로를 버리고 무안IC를 빠져나와 반남과 영암을 거쳐 가장 먼저 조우한 곳이 월남사 터다.
월출산 동남쪽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절은 없어지고 석탑만이 옛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월남사터 뒷편 대나무 숲을 흔들어 남도 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만든다. 절터를 들어가는 입구의 돌담과 대나무, 그리고 주변은 동백나무가 지천이다. 높이가 7.4m이고 기단 한 변 길이가 2m 가량되는 석탑은 월출산을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위치 중의 한곳에 자리잡고 있다.
겨울의 짧은 해를 고려하여 여유 있게 잡은 여정 마저도 서두르게 만든다. 3Km거리, 월악산의 서남쪽편에 위치하고 있는 무위사를 가려면 월악산의 남쪽 도로변의 설록다원강진 차 밭을 지나게 된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사찰 전각들의 배치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 당간지주 뒤로 보이는 대웅전은 화려하지 않지만 웅장하다.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문고리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낀다. 12월부터 개화를 한다고 알고있는 절 뒷편의 동백꽃은 아직 꽃봉오리마저 제대로 맺혀있지 않았다.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도갑사로 가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서 월출산의 서북쪾 방면으로 가야한다. 내일 월출산 등반을 원점회귀하지 않고 종주를 한다면, 어차피 들러야 할 곳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원점 회귀도 할 수 있어 서둘러 찾은 곳이다. 다섯시도 되지 않았는데, 절 뒤쪽 산 위에만 해가 걸렸다. 남도 여행의 진수는 봄을 택해야 하는 이유를 또 한번 실감한다.
그렇게 남도사찰여행의 첫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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