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치고는 제법 많은 양의비가 주말오후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어차피 가버릴 가을이라면, 그리고 아직 겨울이 오길 기다려야 할 시점이라면 오히려 비가 내리는것이 나을수도 있으리라. 야외로 움직일수 없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사무실에 남아서 일도 정리하고 생각도 정리하고 메일도한두통 써보고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며 주말오후를 마무리했다.
비디오라도 빌려 늦게까지 영화를 보리라는 생각과달리 일찍 잠에 빠져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와 같이 일곱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동안 생각만을 했던 주산지가 문득 보고싶어졌다.
이른아침 가랑비가 뿌리고 있었지만 오늘이 지나면 언제찾아올지 모를 남겨진가을을, 울산은 단풍으로 물들 나무의 종류가 흔치않았고, 그나마 태풍
매미의영향으로 볼수 없었던 단풍도 볼수 있으리라. 준비없이 길을 나섯다. 비를 뿌리는 날이기에 교통체증에 대한 부담이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선시간이 여덟시..
한적한 들녁과 나즈막히 짙게 드리운 먹구름 가는 이슬비 속을 을 달려 경주를 지나 안강으로 가는길은 고작 왕복2차선이었다. 경주에서 갈라져 안강을 거쳐
포항으로 가는 포항선(?)의 작은 간이역(청령)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국민학교 책에 나오던 경주의 형산강은 외형으로 보면 오염되지 안은듯 하다.
넓디 넓은 강가에는 백로들이 비를 맞으며 이리저리 날고 있었다.
울산~경주~안강~기계~죽장~현동~부동~이전~주산지(약 150KM)를 느긋하게 가다보니네시간이 소요되었다.
[주산지]
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에 있으며 부동면 소재지인 이전동에서 약 3km 지점에 있는 이 저수지는 약100년 전에 준공된 것이다.
길이 100 m, 넓이 50 m, 수심은 7-8m 로 그다지 큰 저수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
한다. 특히 호수 속에 자생하는 약 150년생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수는 울창한 수림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이곳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별바위까지 이르는 등산로도 매우 운치있는 경관을 자랑한다.(한국관광공사에서 퍼옴)
주산지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삼십분정도면 다 돌만한 거리지만 두시간 가량을 머물고 나니 오락가락 하는 비가 다시 주춤해진다. 되돌아 오는길에 주왕산 전경도 감상하고 한티고개 터널에서
포항방면을 내려다 보기도 하며 유씨들의 본관인 기계읍내를 돌아 다시 경주에 도착한 시간이 다섯시. 이미 어둠이깔리고 라이트를 켜고 운전을 해야만 했다.
때를 마추어 라듸오에서 소개되고 있는 시가 오늘 하루 돌아온 길을 연상케 한다.
[걷다가 사라지고 싶은 곳]
황동규
오늘 우연히 지도 뒤지다가 기억 속에 되살아난
소광리 길
봉화에서 불영 계곡 가다가
삼근 십 리 전 왼편으로 꺾어 올라가는 길
잡목 속에 적송들이 숨어 숨쉬는 곳.
차 버리고 걸으면
냇물과 길이 서로 말 삼가며 만드는
손바닥 반만한 절터 하나도 용납 않는 엄격한 풍경.
자꾸 걸으면 길은 끝나지 않고
골짜기와 냇물만 남는다.
고목 덩이 같은 쏙독새 한 마리
한걸음 앞서 불현듯
새가 되어 날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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