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투루크메니스탄

[2016.10.30] 가을 단상

루커라운드 2016. 10. 31. 01:52



국화가 강인하다고 하던 말들을 떠올려 본다.


실제로 체감을 하기 전까지는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꽃이면 다 꽃이지 어떤 것이 강인하고 어떤것이 여리단 말인가?


아마도 한해 두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삼 의미 돼새겨 보는것 같다.



이제 아침으로는 추위에 몸서리 쳐지는 날들이 자주 오건만..
뜰앞의 국화는 날로 성성해 져 간다.


마치 어서 서리라도 내리라고 호되게 재촉이라도 하는듯이.


자주색 국화가 먼저 군무를 이루어 텃밭을 장식하더니,
몇일전 부터 올라온 노랑국화의 꽃망울이 하나 둘씩 터지려 한다.



화려함이 도처에 넘실거리고,
수많은 황당한 이야기들이 주변에 오가며,
가끔은 정신을 차릴수 없을 사건들이 티비화면을 메꾸고 있는 즈음.



삭막할정도로 너른 사막의 한복판에 피어난 국화.
인위적으로 가꾸어 놓은 그 꽃밭 앉아

하염없이 그 꽃을 바라 볼 수밖에 없는 환경(달리 할일이 없어서)이라면



누구라도 꽃의 섬세함을 아니 볼사람 없을것이며,
자주색 국화가 그리 도도하게 느껴짐에 이견을 달 사람이 없을 것이며,
이제 곧 화려하게 피어날 노란국화 또한 평소 보아오던 느낌에서
어떤 느낌을 다가 올것일지 궁금해 하지 않을 사람 없을것 이다.


그런 이유로 한없는 허전함 속에서 또다른 날들을 기다림에 의미를 부여해 본다.




한순간 지나가는 기분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가 많아지니 꼭 시간이 지나면 전과 같아질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이들면서 깊어가는것이 마음의 허전함 이다.


며칠동안 햇볕이 구름에 가리워 졌었다.


우기와 건기로 나뉘어지는 이곳의 기후에서, 이젠 우기로 접어들었나보다.
우기라고 해서 폭우가 내리거나 지속적으로 빗방울을 뿌리는건 아니지만,
햇볕이 구름에 가리우는 날이 서너날 지속 되다보니 마음이나 표정이 밝아지지 않는다.


몇해전만해도 그렇지 않았었는데..


구름이 해를 가리건,
커튼을 창을 가리우고 몇날 몇일을 지내도
이렇게 기분이 다운되는 나날은 없었던것 같았는데.


비가 내리면 음-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난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흐린날씨가 이렇게 기분을 다운시킬수 있다는걸 일찍 알았더라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쓰라고 애절하게 부르는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지 말았을걸 하는 후회가 든다.



점심시간이 가까와 오면서 그 흐린 기분을 달랠 것이 없나 찾아보다

얼마전 어렵게 손에 넣은 백포도주를 따라 마신다.


헐~~
낮혼술이라니..


그래도 마시고 나니 조금 나아진다.

- 이렇게 술에 의존할 정도로 허전한건가?? -
하는 조금의 걱정이 앞서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