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에 다녀 왔다.
더위가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초가을의 사찰에는 넉넉함이 더해감을 볼수 있었다.
팔월의 마지막 주일인 토요일 오후...
가족이 주위에 없다면 꼭 해야할일도 하지 않으면서 심심하다고 느껴진다.
오전 부터 비가 내리더니 점심을 먹고나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아예 많이 내리면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맘도 일찌기 접었을터인데.
찔끔 찔금 감질나게 내리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채팅을 하다가..
창밖을 보다가..
그렇게 어둠이 올 때까지..
피씨와..둘이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녁먹을 시간이 지났건만, 밥을 먹고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여덟시가 지나서 할 수 없이 사무실을 나섯지만 숙소로 가도 이미 배식시간은 지났다.
이궁리 저궁리 끝에 중국집으로 갔다.
언젠가 친구와의 대화중에
가끔 혼자 음식을 사 먹는다니까..
친구 왈 절대 음식점에서 혼자 먹지 말라고한다.
혼자먹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고 한편으로는 처량해 보인다나?
그럼 먹지 마랴??
숙소에서..배달해서 먹으란다.
하지만
혼~~자~~식당에서 밥을 시켜 먹는거 벌써 익숙해 져 버렸다는거~
단지..
경상도 음식을 체질에 맞추는데는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모르지만.
말 나온김에 말인데..
경상도 음식은 웬만해서 체질에 맞지를 않는다.
하루에 한끼만 식당에서 해결하고 나머지는 과자부스러기로 해결하고 있다.
이곳에서 살면서 살찐 사람을 보면..
괜시리..귀퉁배귀라도 쥐어 박고 싶은 생각이 든다.
^^;;
말이 그렇다는 말이고.
생각 나름이고..
식당에서 혼~~자 먹으면..보는 사람이 처량하다고 느껴질것이고,
숙소에서 혼~~자 배달해 먹으면 내자신이 처량하게 느껴 질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내자신을 처량하게 만들지 말아야지..
후훗~~
잡채밥을 시키고..
맥주 한병을 시켜서 꾸역꾸역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고 숙소로 갔다.
그리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
창밖을 보니 비가 추적거린다.
오늘하루가 또 걱정 되는군.
뭘..하나.
불과 일곱시간만데 또 끼니에 대한 걱정이다.
식사를 하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
가을을 타는사람들은 세가지 증상이 의식적으로 나타난다고 들었다.
밥을 먹기 싫어 한다.
샌티한 감정을 느끼려고 한다
(다름사람이 보면..나사 하나 빠진..멍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
첫 번째 증상인가보다.
아침생각이 조금도 없다..
배달되어온 우유와 과자 부스러기로 아침을 대신한다.
TV를 보아도 시큰둥하고 혹시하여 창밖을 보아도 비가 뿌린다.
다시 아침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잠시 눈을 붙인후 11시가 다 되어 창밖을 보니 비가 그쳐 있었다.
대충 이것 저것 챙겨 숙소를 나온다.
평상시 시간이 나면 세심히 살펴보려 했던 운문사 와 운문댐 주변을 돌아 보기위해
남목의 재래 시장으로 가서 음료수 한병, 생수 한병, 그리고 점심을 밥대신해결하려는 생각에 떡을 삿다.
두팩씩이나
운문령........
지명 자체에서 보통의 지명과 차별이 있을법한 운문령은 언양에서 가지산의 언저리를 지나
운문사/운문댐으로 향하는 해발 700미터에 가까운 산길이다.
여름피서에 몸살을 격은 계곡엔 군데 군데 쓰레기가 전흔(?)을 말해주고 있지만
계곡의 물소리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시원함 에서 쓸쓸함으로 느낌이 바뀐 듯하다.
그나마 열흘도 남기지 않은 추석 때문인지 곳곳에 예초기 소리가 한가로움을 깬다.
운문사 입구의 민박촌을 지난다.
한차례 휴가를 온사람들이 떠나간 거리에는 고요함이 흐른다.
그곳은 생각 보다 어수선하지 않고 안정되어 보였다.
이런곳에서 기념품장사나 슈퍼를 하면 복잡하지 않게 인생을 보낼수 있을까??
잠시 격에 안맞게 일탈을 상상하며 쓸데없는 하소연을 해본다.
지난 겨울 화왕산을 다녀오다 집사람과 함께 들렀던 생각이 와락..밀려온다.
아무리 깨끗하고 느낌이 있는 풍경이지만 누군가와 있느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진다.
한겨울의 황량함에서 풍경은 겨울 그자체 였는데 긴여름 끝의 풍요로움도 혼자 보는 것은 풍요로움이 아니다.
여름의 끝에 냇가에 소풍나온 가족들을 보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저게 무슨 꽃이지??
사람들은 지나가면 의미없이 한마듸 던진다.
아마 나도 카메라가 아니었다면 잠시 궁금한 꽃이름을 그렇게 물어보고는 잊어 버렸으리라.
국화과 여러해살이풀. 꽃은 7∼10월에 피는데,설상화는 자줏빛이지만 통상화는 노란색이다.
언제부터 인지 코스모스많큼이나 가을을 느끼게 해주는 강한 인상을 주는 꽃.
"쑥부쟁이"라고 한다.
그 쑥부쟁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아이나, 그꽃주변에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불자의 모습..
어느하나 이가을에 어울리지 않는게 없다.
[운문사]
운문산 북쪽기슭에 신라 진흥왕 18년(557년) 신승이 창건하여 임진 왜란때 일부 건물은 불탔으나
현재 대웅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사원 전각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경내에는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와 금당앞 석등을 비롯한 보물 7점이 소장되어 있는 유서 깊은
고찰로서 울창한 소나무 및 전나무 숲이 이곳의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지금은 250여 학승들이 경학을 공부하는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처진 소나무]
운문사의 만세루와 16전 사이에 있는 소나무로 높이 10.3m, 나무 둘레가 3.45m, 나이는 약 500년이
된다고 한다. 자란 모습이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늘어진 가지의 전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수십개의
받침대를 세워 보호해 주고 있어서 나무의 모습이 흡사 우산을 펼쳐 놓은 것처럼 보이고 있다.
[대웅보전]
운문사 대웅보전은 임진왜란때 절이 거의 불타 17세기에 절을 다시 지을 때, 당시 곤허전을 고쳐
지은 건물이라 한다. 건물이 정면과 측면이 각각 3칸이고 지붕은 다포식 팔작지붕이다. 자연석으로
된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고 갑석(돌 위에 올려 놓는 납작한 돌)을 깔아 주춧돌을 놓 았으며, 전면에는
꽃살로 조각된 문을 달았고 천장은 삿갓천장(삿갓 모양)과 우물천장 양식을 함께 사용하였다.
대웅전에 도착하여 들여다 본시간을 대운전주위를 배회하며 한참동안 이곳저곳을 돌다 다시
대웅전을 들여다 볼 때도, 계속 절을 하고 있는 저분은 어떤 생각하며 하염없이 절을 하고 있을까??
여유있게 둘러 본 시간이 세시간 정도 그 작은 공간에서도 이렇게 많으 시간을 보낼수 가 있구나
설설 배가 고파옴을 느낀다.
가져간 떡을 하나씩 입에 넣으면서 입구에서 복숭아와 찰옥수수 몇자루를 사서 운문사를 빠져 나온다.
청도의 운문댐을 향해....
운문사 입구에 스님 자장면집(고기를 넣지 않고 스님들을 위해 버섯을 사용하여 만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나??)과 동곡리에 가면 지난 봄에 산행후 내려와서 먹었던 고디탕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생각하는사이에 이미 운문댐 하류를 지나고 있었다.
운문댐
운문댐은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단지..
운문댐 주변을 휘감고 있는 안개와 어우러진 자연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언젠가 가서 안착하고픈 시골의 풍경처럼..
아늑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가끔씩 오가는 부슬비속에서 도 운문사와 운문령을 돌아 다니며 여름의 끝자락을 보았다.
계절마다 변화를 주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끼기도 하면서 내가 있는 이곳은 지금
가족과 떨어져 항상 불만족한느낌만을 내게 주지만 한시간정도를 차로 이동하면..
만날수 있는 산과 수도권에 비하여 덜 망가진 자연을 보면서 난..어쩌면 지금 행복한
시간의 한자락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낸 일들을 사진으로 정리하는 행복한 고통(?) 이 수반 되더라도 말이다.
오늘 다녀온 운문사와 운문령..
깊어가는 가을날 다시 갈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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