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늠내길 4개 코스 중 남은 하나의 코스다.
어떤 일을 수행함에 무한한 기대를 하고 시작을 하지만 결과는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늠내길 4개 코스를 마치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나온 길에 대해 괜한 행동이었다고 후회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첫 코스를 시작하면서 내가 혹시
얻을 수도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 지나고 보니 터무니없을 수도 있었던 것임을 길을 마치면서 확인한 것 뿐이다.
그래서 계획된 일정을 마치면서 또 다른 길을 계획하게 되는가 보다. 다음은 강화 나들길을 걸어야겠다.
제3코스 옛길
산자락과 산자락을 이어 만든 길인 옛길은 총 11km로 대략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출발지는 시흥시 상대야동 버스정류장
꼬꼬상회 앞으로 여우고개-하우고개-소내골-소래산 마애상을 거쳐 다시 꼬꼬상회로 돌아온다. 이곳은 전 구간 고도 300m
이내의 야산 순환길로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며 그 고개에 전해오는 전설과 유래를 듣는 재미와 우리 선조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나무 사이로 남산제비, 둥굴레, 양지꽃 등 야생초 군락도 걷는 사람들을 반겨준다
[출처] 문화 유산 신문 - 한국의 길 - 시흥 늠내길 (http://www.kchnews.kr/100210)
3코스는 시작부터 조금은 지루한 길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래산 정상을 오르는 일도 아니고 산자락을 돌며 오르내리는 길은 숲이 제공하는 여름도보의 그늘 외에 특이한 감동을 주지 못했다.
나름 특징은 걷는 내 누리장나무가 눈에서 떠나질 않는다. 여느 다른 역보다 특히나 누리장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더위는 절정을 향해 가고 있는 계절이지만 숲이 제공하는 산 그늘 길을 걷다가 인천과 경계지점에 다다르니 도시 속에
농촌이 들어앉은 듯한 만의골 풍경이 정겹다. 도로 주변으로 주차된 차들이 즐비하고 그 차의 주인들은 모두 주변의
주말 농장으로 스며 들어갔나 보다. 군데군데 농장에서 수확한 토마토며 옥수수를 팔기도 하고 걷는 도로와 자전거도로가
차도와 평행하고 넓게 놓여있어 편한 마음으로 길에 머물 수 있었다.
산네서 내려온 지점의 식당에서 묵밥과 한잔의 막걸리로 거나해진 몸을 편하게 놓인 길을 걷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달아난다.
그렇게 맘 놓고 걷다가 결국 계란마을로 향하는 사잇길을 놓치고 아스팔트로 된 도로를 따라 운연 삼거리, 추어탕마을,
운영동 쉼터를 거치는 사이에 사십 여분 정도 코스를 이탈하여 걸었다.
계란마을 약수터에서 정상적인 코스로 들어서 소산 서원을 왼쪽을 끼고 돌 즈음, 진양 하씨 문효공파 종친회 건물과 비석을
세워놓은 몇몇 묘 그리고 그 묘에 대한 설명을 한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 행적을 기대하며 나선 길에서
아버지의 조상이 모셔져 있는 장소를 우연히 지나치게 된 것이다.
우린 안양의 삼막골에 집성촌이 있었고 어릴 적 시제를 지낼 때면 아버지와 그곳으로 벌초를 따라 나섰던 기억이 있다.
그곳에서 소래에 가면 이곳에 계신 조상보다 윗대의 조상들이 모시어져 있다고 하셨으며, 가끔 소래를 향해 시제와 관련된
일로 집을 나서실 때는, 그 당시로서는 너무 먼 길이기에 우리를 데리고 나서지 못 하셨던 것 같다. 두 세대를 거치면서
아무런 인연 없는 듯이 이곳을 지나치는 것을 보면 우리 자녀, 손자 세대에 과연 내가 의미 있는 조상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제 길을 마무리 할 시점이 된 것도 같은데 길은 오르막길의 산으로 유도를 한다.
청룡 약수터는 산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고 20여 분을 더 움직이니 소래산 마애보살입상 앞에 도착한다.
이곳이다.
20년 전 난 암벽을 등반하는 하는 사람들과 잠시 어울린 적이 있다.
내가 암벽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들을 만나러 간 건 아니고 그들과 어울리는 과정에 그들이 암벽등반을 사랑하게 된 경우이다.
따라서 난 별 의미 없이 그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암벽등반에 입문할 즈음 우린 이 마애보살입상을 암벽 훈련장소의 하나로 택했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폭과 높이가 25M 이상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암벽등반의 위험함을 감지하기도 전이었기에 작은 녀석
돌봄으로 힘들어하는 집사람의 수고를 덜기 위해 네댓 살이 된 큰딸을 동반하고 그곳에 있었다.
그 당시 내가 그런 난이도(?)를 택할 수 없을 정도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에게 톱로핑을 위한 앵커로프를 걸고 내려오라 했다.
나는 앵커에 로프를 걸기 위해 바위 뒤편으로 우회를 하여 로프를 걸고 내려오려 했으나 하강하는 방법을 익히기 전 이어
확보줄을 잡고 내려오다가 25M나 되는 그 불상 윗부분에서 줄을 잡고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순간 낙하하는 나를 본 그들은 어깨로 날 받아 충격을 줄이고 죽을힘을 다해 확보줄을 잡고 있던 나의 맨손은 줄과의 마찰로 인해 까맣게 타들어 갔었다.
어떤 상황인지 잘 판단을 할 수 없었던 딸은 눈만 동그랗게 뜨고 황당해하는 아빠를 쳐다보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금은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접근마저도 할 수 없는 그곳에 암벽연습을 위해 오르 내리던 기억이 쓴웃음을 짓게 하였다.
작은 성취욕을 느끼고 싶었으며, 난 지금 그 작은 성취욕에 작은 안도감마저 느낄 수 있다.
체력의 고갈과 더위를 뒤로하고 지나온 늠내길에서 정작 기대했던 것은 찾을 수 없었지만 걷는 내내 그와 상관없이 행복했었다.
걸으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걷지 아니한 사람들은 이해해 줄 수 있을지 나도 의문이 든다.
<누리장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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