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우연한 기회에 대부해솔길을 접한 이후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늦은 봄까지 74Km에 달하는 7개 코스를 모두 돌 수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며 수시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나의 행동과 생각이
잘못 되었는지를 수시로 점검해 보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인위를 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는 노자의 주장과는 상충되는 말이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질풍노도의 젊은 시기에는 그리 목표를
설정해서 인생을 한껏 달려보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때, 순리에 따르며 살아가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목표를 정해 전력 질주하지 못하고 순리대로(역설하자면 큰 목적 없이) 살아왔을 법한 내 삶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생각들을 갖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했다면 지금도 늦지 안았으니 안주하지 못하는 내생에 또 다른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싶다.
늠내길 도보 : 목표라고 하기에는 너무 보잘것 없고 소박하지만 걷는 동안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마치고 나면 생각 못했던 것들을
얻을 수도 있을거란 기대감이 부풀어 온다.
늠내길 제1코스 숲길
총 13km로 평균 고도 300m내외의 산봉우리를 넘나들며 걷는 길이다.
출발지는 시흥시청 정문으로 옥녀봉 – 작고개 – 군자봉 - 가래골 약수터 – 진덕사 – 가래울 – 선사유적공원 – 장현천을 거쳐
시청으로 다시 돌아오는 순환 코스이다.
높지 않고 완만한 산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는 숲길은 산길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고, 울창한 나무 숲 사이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계절에 따라 자라는 풀과 꽃, 나무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보여준다.
[출처] 문화 유산 신문 - 한국의 길 - 시흥 늠내길 (http://www.kchnews.kr/100210)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조금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늠내길을 택한 이유는 또 한가지 있다.
선친의 고향은 안양 그리고 모친의 고향은 안양과 접해있는 시흥시 논곡동 이라는 곳이다.
어머님은 결혼을 하신 이후 아버님이 군대로 인해 집을 비우셨을 때 외갓집근처에서 어렵게 사시던 일, 영등포까지 걸어서 물건
하러 가셨던 일, 안양에서 늦은밤 짐을 이고 돌아오시던 길, 농번기 때 물건을 들고 주변을 돌아다니시던 일 등을 지나간
회고록처럼 들려주시고는 했었다.
또한 안양으로부터 멀지 않았던 외갓집엔 여름방학만 되면 갈 곳이 없었던 이종, 외종 사촌들이 모여들어 북적거리던 곳이다.
어머님이 들려주시고 움직이셨던 그 지역의 기억과 어린시절 여름방학들의 기억조각 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집은 공사 중이다.
계단으로 들이치는 비를 막아 내기 위해 계단외부의 샷시 공사와 외벽 페인팅공사를 하고있다.
날씨가 더워지니 집사람은 걷기를 하지 않고 집에 남아 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한다.
늠내길1코스의 시작점인 시흥시청에 도착한 시간이 열시가넘었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걷기와 나와 사진촬영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싶은게 나의 바램이다.
물론 내가 사진에 대한 애착만으로 전문가 적인 식견은 가지고 있지 못하더라도 지금 시간에 기록 되는 사진은 작품이 아닌
기록사진을 밖에 나올 수 없는 시간대 임을 알고 있다.
시흥시의 도심주변은 청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건설경기를 비롯한 모든 경기가 한참 어렵다고 하는 시점에 여기 저기 벌려놓은 공사하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고 입주하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와 아직 자릴 잡지못한 조경수 들이 그런 인상을 주었다.
시청 주변으로는 신도시를 선전하는 간판들이 붙어있었고 들머리 주변은 이미 보상이 끝나 이주를 하여 조금은 폐허가 된
집들로 어수선한 곳이 눈에 띄였다. 그런 도시속으로 난 숲길을 걸어가면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1코스다.
행여 이런 모습이 강산이 한번 변하는 주기인 10년동안 간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는 상상을 하며 걸으니 지금 이 시간 또한
기억에 남기며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그 도심의 숲길에서 햇볕을 쬐러 나온 뱀은 날보고 놀라 숲으로 도망가고 난 잠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본격적인 더위속에서 다섯시간 동안 도심과 숲길을 오가는 늠내길 1코스는 기대 했던 것 만큼 내게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기억을 찾을지도 모르는 기대속에 나선 그 길에서 사전에 나와 연관될 수도 있는 일들을 철처하게 파악하고 준비하고
또 세심한 자료까지도 챙기지 못했으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작은 인연이 혹여 존재 한다 하더라도 쉽게
만날 수 없음은 지당하다.
하지만 난 오늘 조금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작을 한 늠내길의 첫길을 걸었고 그 길은 시흥시의 중심부에 있었다.
남아있는 세개의 코스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오늘 내가 걸어온 길에 한껏 의미를 부여해 본다.
장미는 특히 넝쿨 장미는 역시 오월에 보아야 제 값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오월의 넝쿨 장미는 어떤 사물과 함께 놓여져도 어울릴 수 있는 꽃이다.
어떻한 환경에서도 돋보이는 꽃이다.
한적한 시골길의 어느 풀숲에서, 다 녹슬어가는 철재 대문 옆에서, 농막으로 쓰기 위해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하우스 앞에서,
그리고 대단위 아파트와 경계를 짓은 울타리에서도 잘 어울리는 꽃이 넝쿨 장미다.
언양을 떠올린다. 너른 미나리꽝이 인상적이었던 언양. 이곳 시흥의 미나리꽝에서 지금 한창 미나리를 수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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