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페이스북 이용을 한다.
지금의 내 상황을 전하면 댓글을 달아 안부를 전하고는 한다.
특성상 간단 명료하게 작성해야 하는 그 페이스북에 늠내4코스를 걷고 난 직후 올린 글을 가져와 보았다.
6시간 동안 오락가락하는 비와 더위를 친구(?)삼아 시흥 늠내길4구간 18Km 도보 완료. 아주 많은 생각에 아주아주 복잡해하는 일상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머리로 하는 것 보다는 몸으로 때우는 것이 쉽다는 진리를 터득해 가고 있는 중.
어수선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서지만, 그래서 길 위에 서면 머릿속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지만, 사실은 머릿속의 어수선함은 그대로 남아있다.
단지 지금 걷는 일에 몰두하느라 잊고 있는 것 뿐. - 오이도에서 -
귀촌을 위한 부지구입의 의지가 극에 달했던 최근 3개월은 평소 3배 정도의 운행거리를 기록하며 한 달 동안 무려 50만 원에 육박하는 유류비를 사용하였다. 부지에 대한 계약을 끝내고 나니 그 조급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동안 잠시 잊었던 늠내길을 걸어야겠다.
오늘도 집사람은 더위와의 싸움을 피하며 혼자 걷다 오라 한다.
길을 걸으면 홀로라도 좋다. 둘이도 좋고 여럿이 걸어도 좋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홀로집을 나서기 좋은 이유중 하나이다. 온 신경을 도로와 주변 차에 신경을 쓰며 이동할 때 보다 자리가 잡히면 잡히는 대로 서면 서는 대로 옆의 동행이 불편한지를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유롭다. 아직까지야 육신의 불편함이 뭐 그리 큰 문제가 될까?
금정역에서 오이도로 가는 전철이 수리산역을 지나 대야미를 가로지르는 동안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주말농장들이 마음의 편함을 더해 준다.
제4코스 바람길
총 15km의 길로 옥구공원을 시작으로 오이도 덕섬-빨강등대-오이도기념공원-맑은물관리센터-중앙완충녹지대- 걷고싶은거리-정왕호수공원을 거쳐 옥구공원으로 돌아온다. 이 코스는 대부분 평지로 공원 산책로 수준으로 걷기 쉬운 코스이다. 설렁설렁 걷다보면 서해가 넓게 펼쳐진다. 바람길은 도심 속에서 찾아낸 걷는 길로 바다와 산과 도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길이다.
[출처] 문화 유산 신문 - 한국의 길 - 시흥 늠내길 (http://www.kchnews.kr/100210)
2코스를 걷고 나서 다음 코스를 3코스가 아닌 4코스를 택한 이유는 갑자기 여름바다가 보고 싶었던 때문이다. 3코스보다 대중교통으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그중 한 이유가 될 것이다.
늠내길을 소개하는 책자와 반대로 걷기로 했다. 걷기를 마칠 즈음이면 저녁나절이 될 것이고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역방향으로 돌기로 했지만, 시작부터 방향을 못 잡고 헤매기 시작을 했다.
역방향으로 돌려 마음먹었던 시점부터 우려는 했었다. 이정표나 안내판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향으로 편하게 표기되어 있다면 반대로 돌 경우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는 우려.
첫 갈림길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니 원점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걸을 때마다 기록을 도와주는 스마트폰의 프로그램이 지도를 제공하고 있기에 걷고자 하는 길에서 벗어나면 머지않아 잘못된 길을 걷고있다는 것이 확인이 되니 시간은 조금 더 걸리고 거리가 멀어질지라도 가던 길을 계속하여 목적한 길을 마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서게 되었다.
4코스의 지형을 간략하게 말하면 오이도역에서 공단을 가로질러 시화방조제 입구까지 갔다가 해안가를 따라 옥구공원을 거쳐 공사를 시작하고 있는 배곧신도시 근처에 이르는 길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공단을 가로지르는 거리는 한가로워 보였다.
4코스 중 거의 절반 정도의 거리를 차지하는 시화공단을 가로지르는 녹지. 나름 환경을 생각하여 녹지조성에 많은 신경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순간 코를 스치는 공단 특유의 냄새는 걷는 재미를 반감 시키에 충분하였다. 길의 모습으로 보면 더없이 좋은 풍경일 수도 있지만, 냄새로 인한 불편함은 자주 이곳에 오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지는 않았다.
해변과 식당가 사이를 걷는 오이도 방조제는 산책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동창들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군,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가족을 동반한 젊은 부부, 그리고 나이 든 부부까지 잠시 스쳐 가며 본 표정은 한결같이 근심이 없고 평온한 표정들이다.
평상시에도 저런 표정들로 살아 갈 수 있다면 일상에서의 탈출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반증하는것이 아닌지.
역방향으로 돌면 낙조와 노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게 깔린 구름으로 인하여 예상을 빗나가게 하였다. 하지만 여하의 땡볕에 노출되지 않고 걸을 수 있었으니 세상 살아가며 필요한 것을 모두 취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욕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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