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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3] 평택 동북천을 따라 걷다.

루커라운드 2012. 9. 29. 04:03

 

 

막걸리한병, 포장꼬마김치, 생수 두 병을 샀다. 종이컵과 일회용 젓가락, 그리고 그것을 담을 비닐봉지는 약간의 비용을 지불했다.

동네슈퍼에서는 서비스로 주었던 것 같던데..

 

평택 역사의 규모는 옛날에 보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편의점에서 나오니 제과점과 패스트푸드, 도우넛을 파는

유명브랜드의 체인점이 줄을 이었다. 점심 대용으로 김밥 한 줄을 사려다가 오랜만에 치킨버거를 샀다.

 

오랜만에 길을 나섰다.

가끔 대전방향으로 기차를 타고 지나면서 넓은 평택의 평야지대를 가로질러 서해로 갈 것 같은 강변을 따라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 제법 오래되었다.

 

평택역이 가까워 질 즈음 차창 밖의 풍경을 보다가 눈에 띄었던 천변을 향해 철길 변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고가도로를 지나고 작은 마을 길로 접어드니 어렵지 않게 평택시내를 통과하여 서해로 흘러가는 동북천을 만날 수 있었다.

 

홀로 길을 나서면 홀가분할 것 같기도 했었는데

휴일 전날인 어제 집사람과 외식을 하면서 다툰 앙금 때문인지 가볍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집을 나서면서 대충 지도를 훑어보고 걸으면서 잘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스마트폰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강 하구를 걸어서 어느 목적지를 향할 때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확실하게 사전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도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강 건너 마을을 가는 방법은 다리 말고는 없었다. 가끔 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보트가 있었지만 그건 나를 위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지척에 두고도 다리가 없다면 그 강을 건널 수가 없다.


다행히도 오늘 특별한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안성천을 따라 내려가다 아산만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목적지를 향해 다리를 찾아 돌기를 몇차례 하다가 원치 않는 지역에서 다섯 시간의 도보여행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제약 없이 길을 나섰기에 가을이 오는 모습을 편히 볼 수 있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함께 길을 나서지 못한 집사람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집에 도착하는 즉시 냉전을 마무리 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