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투루크메니스탄

[2011.08.21] 무료함과 철학의 동질성?

루커라운드 2011. 8. 22. 02:31

 

 

 

프롤로그

 

정적이 감도는 휴일의 이른 아침, 홀로 차를 몰아 현장사무실을 향한다.

 

어제저녁,

휴가를 다녀온 직원 한 명이 바리바리 싸온 음식을 풀어 친하게 지내는 직원들 초대를 했다.

저녁을 겸한 술자리였지만, 그 동안에 밀려가는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난 맛있는 음식을 앞에놓고 눈치까지 보아가면서 자리를 떠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들은 새벽까지 술을 곁들인 음식을 먹고 마셧다나 뭐라나…..

 

지난 두 주 동안 나름 바쁘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은 부풀어 밀려만 갔다.

함께 일하던 부하직원의 정기휴가로 일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현장과 관련된 불규칙 한 행사들이 돌발적으로 발생하여 일의 가중을 더해만 갔다.

 

이지역 주지사가 현장의 상황을 들어보겠다던가, KBS방송국에서 “해외 에너지 기업관련 “ 방송촬영을 한다던가, 그룹의 부회장이 현장 순시를 하는 것 은 모두가 이례적인 일로서 그들을 위해 현장을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업무에 추가된 일이다.

 

몸이 피곤함을 알면서도 내가 움직여야 하는 이유

 

주일을 조금은 허둥 대며 보내고 휴식을 해야 할 일요일 마저 밀린 일로 하루내 사무실에서 보냈다. 여하튼 시간을 투자하면 일은 진행되는법..

겨우겨우 밀려가는 일 머리를 잡아놓았다. 더해서 휴가갔던 직원은 내일 현장으로 복귀를한다.

여유로움이 다가와야 하는데 허~허~로움이 몰려온다. 단조로움으로 일관 되어지는 이곳에서 일은 생활의 변화를 주는 큰 변수이다.

 

점심먹으러 오는일이 귀찮아 아침 빵 두 쪽을 싸가지고 가 점심으로 대신하고 일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 온 시간은 저녁배식을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나니 허허로움은 허무함으로 감정전이가 된다. 퇴근하면서 둘러 본 주변의 풍경들 또한 감정이 극한으로 몰고가는듯 하다.

다시 차를 몰아 전답과 마을이 적당히 보이는 모래사막 언덕에 올라 지는 해를 보련다.

 

모래사막으로 향하고 있는 이 시간의 내감정과 주변풍경들을 똑 같은 느낌으로 다시 볼수 있을 것 같냐고 물어본다면, 당연..아닐 것 이다.

무미건조 한 그 사막언덕에 서기 위해 조금은 피곤해진 몸으로 잠시 짬을 내서 길을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광할한 대지에 서서

 

그 넓은 평원의 작은 언덕에 오른다.

한낮에 덥혀진 대지를 스쳐 지나와 적당히 습기 먹은 바람이 손등이며 목과 팔다리를 스쳐 지나간다. 초저녁 바람치고는 더운 바람이었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끊길드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너른 초원을 아무리 들러보아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지평선 끝 닿은 곳에 어렴풋이 풀을 뜯고있는 소를 모는 목동아이들의 소리 일 것이다.

 

한치 앞에서 소리를 질러도 무수한 소음과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느라 아무런 말을 들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환경과 비교가 된다. 얼마나 신비로운가? 자연이 전해주는 사람들의 소리는 절대 소음일 수가 없다. 바람에 섞여 들려오는 끈길 듯 이어지는 인간의 소리가 경이롭기 까지 하다. 가끔씩 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망아지의 숨소리 그리고 불규칙하게 들여오는 민가에서 나는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새들은 무리지어 어둠을 재촉하는 평야를 가로질러 어딘지 모를 안식처를 찾아가고 있다.

 

수로를 따라 잡초가 우거진 풍경, 그리고 거대한 농장을 방불 케하는 사막을 일궈 놓은 목화밭들을 보고있노라니 마음이 평온해 진다.

잠깐동안에 해는 지평선 너머로 떨어진다 지평선에 닿아서 보이지 않을 때 까지의 시간이 불과 3분이 채 걸리질 않는다.

 

그 작은 언덕 위에서서 홀로 느낀 감정의 실체를 발견 한 것같아 잠시 소스라 치게 놀란다.

살아있음에 감사를 한다. 더..오래 살고 싶다는 말과 언듯 혼돈이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지금 이시간 내가 이곳에 서서 내 앞에 펼쳐진 조금은 보잘것없는 풍경을 보면서 살아있음에 진심으로 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필로그

 

가끔..너른 모래지평선을 보며 한없이 턱을 고이고 앉아있는 이 나라 사람들을 볼때가 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두어시간지나 다시 지나칠 때 까지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런 모습을 하고있다.

설령 그들이 주변의 변화가 역동적이지 못해 그럴지라도, 그래서 그들은 그 오랜시간을 같은자세로 생각에 빠지니 철학적인 사고를 할 여건은 충분하다.

 

동서양의 교차점인 이곳에 동서양 철학자들이 방문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색의 분위기를 능가 할 수 있을까?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세상이 무너져 내리기라도 할 것같아 시간만 나면 산으로 올라가고 운동을 하며 술을 마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잠시 생각해 볼만한 풍경중의 하나이다.

 

그런 나라에 1년을 지내고 나니 …..

 

이젠 나도 철학자가 되어가나 보다.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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