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투루크메니스탄

[2010.10.04] 일기

루커라운드 2010. 11. 15. 12:33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고 건조하게 느껴질 때, 지루함을 느낄 때 면 춘천가는 열차를 타거나 강릉가는 밤열차를 타보라고 어느 가수가

애절하게 부른노래를 기억한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변화가 없어 보임에 분명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건만 난 춘천가는 열차나

강릉으로 가는 열차를 탈수가 없다. 그러기에 더욱 의미 없는 하루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도 무언가를 하며 지냈기에 하루가 갔다.

평소와 같이 다섯시가 되니 어느 방에서 삐져나오는지 핸드폰의 알람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제기럴..

난 다섯시 이십분에 알람을 마추어 놓았건만 한번도 내 알암을 듣고 일어난적이 없다.

이곳 숙소에서 방음을 원하는 것은 일하러 와서 놀다가 겠다는 심사와 다를 바 없지만 때로는, 아주 가끔은 그 방음장치의 절실함을 느낀다.

 

내 알암이 나를 부를 때 까지 몸을 일으키지 않고 빈둥댄다.

어제 사막에 가까운 길을 네시간을 걸었고, 숙소내의 스크린 골프장이 비어있기에 홀로 9홀을 치고, 그것도 성이 차지를 않아

백팔배를 하고 나니 끝내 몸은 잠을 부른다. 열시도 되지 않아 잠을 잤건만 아주 흡족한 컨디션은 아니다.

 

다섯시 이십분이 되어 면도와 세수를 하고 식당으로 향한다. 한국에도 시월초쯤이면 해가 많이 짧아졋으리라.

해가뜨려면 조금 있어야 하는 시각에 달마저 그믐달이어 어둠을 더한다.

평소 보이지 않던 식솔들이 식당으로 가는길에 마주친다. 아마도 어제 몸을 편히 굴리고 평소보다 일찍 아침을 맞은 때문이리라.

 

오늘도 난 물을 조심한다.

밥에 곁들여 나오는 국은 가져오질 않고 밥도 한숫가락 정도를 퍼온다. 토스트 두 쪽을 토스터에 넣고 시리얼에 우유 반 대접 정도를 만다.

다행히 오늘은 반찬이라고 할 수 있는 계란 후라이가 나왔다.

아침식사로서는 괜찮게 나온다고들 한다. 하지만 워낙 입이 짧았던 난, 그나마 세파를 제법 격었음에도 음식과는 별로 친하지 않아

~~~ 영양공급을 할 정도만 섭취를 한다. 덕분에 내 또래에 경험할 수 있는 복부 비만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볼 수가 없다.

 

식사를 마치는 시간은 불과 십여분..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를 닦고 출근 복장으로 갈아입고 티비를 켠다. 그 사이에 집 떠나올 때 챙겨온 건강기능식품 두 알을 툭~~

털어 넣고 물을 마신다. 아리랑 , YTN, KBS를 위성수신을 통해 볼 수 있다. 한번쯤 현지방송에 관심을 갖고 보려 해도 도저히

관심이 가질 않는다. 내셔날 지오그래픽, 또 몇 개의 낮익은 외국 방송을 접 할 수 있지만 TV는 남는 시간에 습관적으로 켜는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여섯시 십오분에 맞춰놓은 알암이 울릴 때 까지 침대에 몸을 뉘어 놓는다.

여섯시 삼십분이면 차가 출발한다. 5인승 현지에서 랜트 한 차량이기에 운전기사를 제외한 네명의 직원이 조금은 침체된

아침출근시간에 그나마 일에 대한 시동을 걸기위해 큰 의미없는 일상을 이야기 한다.

 

현지인 운전사의 인상이 평범치 않다. 혹시 KGB요원이거나 전직 정보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하는 말을 모두 알아 듣고도 모른 척 하는 건 아닐까? 어제 하루 종일 잠을 잣는데 허리가 아프다.

한달이 지났으니 이제 세달 만 있으면 휴가를 간다. 오늘도 구름은 볼수 없으니 날씨가 더웁겠다.

한국에는 가을로 쌀쌀하다고 하더라.

등등.영양가는 없지만 그런 말도 하지 않는다면 너무 우울한 분위기가 될 것 같으니..

 

어제..본사에서 출장 나온 직원을 보았다.

한국통신 직원과 이곳 현지통신사와 함께 정부에서 인터넷사용을 허가하였으니 통신설비와 전화장치를

시급하게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오늘쯤이면 인터넷과 전화로 업무를 볼수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어언 6개월 동안을 그와 유사한 말에 유린을 당했 던터라..

하긴..그게 그의 잘못이 아님은 모든사람들이 알고있다.

이곳의 정부에서 곧 허가를 내겠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모르긴 몰라도 뒷로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겠지.

그래도 한번 기대를 해 보는 거야. 통신 없는 세상은 한국과 완벽하게 단절된 세상이니, 한편으로는 도를 닦는 기분으로

세월일 낚고 있지만 가끔씩은 내가 필요한 정보의 양식을 얻을 수 없음에 짜증이 날 때 도 있다.

 

오늘은 월요일이니 현장에서 체조를 하는 날이다.

그 옛날 아침 조회시간끝 무렵에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하던 그 체조..달라진 거 별로 없다. 지금 자발적으로 하는

맨손체조를 그때는 왜 그리 하기 싫어했는지 지금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일곱시부터 책임자급 회의가 있다. 매일 하는 회의건만 아직도 어색하고 생소하다.

모르긴 몰라도 현장이 끝나갈 때 까지 이런 기분은 쉽게 가시질 않을 것 같다. 돌아가면서 주요 현한과 문제점을 이야기

하는 식의 회의시간이 끝나고, 의례적인 서류검토, 그리고 해야 할일을 손에 잡아 익숙해 질만하니 점심 먹으러 가야 할 시간이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시간은 그래도 아침보다 조금 기분이 유쾌해 진다.

말의 시작은 또 현지 운전기사의 매서운 눈초리를 경계하며 시작을 한다. 사막의 다듬어지지 않은 도로위로 흔하게 볼 수 없었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본다. 누군가는 나에게 교통수단으로 낙타를 타고 다니면 어떻겠느냐는 조금 비정상적인 물음에

난 신중하게 낙타를 사려면 월급을 몇번 모아 사야 의미가 있다고 답을 하면서 옛날에는 크나큰 재산이었던 낙타는 지금 과연 그

가치가 예와 같지 않을 거 같은데 굳이 낙타를 소유하고 키우는 이유는 뭘까?

하는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식당에 도착을 한다.

 

다른사람의 량에 절반 정도만을 식기에 담는 나를 보며 가끔씩은 우려반 농담반으로 한마듸씩 하는 사람들에게 일을 하지 않았으니

먹는 것도 줄여 먹어야 한다고 답을 하지만..요즘 한창 제철인 멜론으로 나머지 배를 채운다.

 

물에 대한 신경이 제법 쓰인다.

이곳에 와서 배앓이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물론 나도 한번 배알이를 하면서 물에대해 과민반응이 생겼다.

국은 당연히 등한시하고 현지에서 사서먹는 식용수도 메이커에 따라 경계를 하게 되었다. 당연히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지금은

끝물이라 보기가 힘든, 얼마전까지 제철이었던 수박과 요즘 한참 맛 을내는 멜론을 식사 대용으로 충분히 섭취를 하고 있다.

조금 모자란 듯 하면 간식으로 만들어 놓은 과자 한덩이를 들고나와 숙소로 향하며 입에 넣는다.

 

오늘도 아침에 어질러놓은 숙소가 정리되어있다. 우렁각시는 아니고 숙소일을 하는 현지인들이 정리를 해놓는다.

그냥있자니 조금 후덥지근하고, 에어컨을 틀자니 조금 추울거 같아 근무복을 훌훌 벋어던지고 침대로 들어간다.

 

언제부터 였던가?

점심시간에 오수를 즐기던 때가.. 본사에서는 일년 삼백육십오일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점심시간에 잠을 잔 기억이 없다.

현장에 나와 며칠동안 점심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생각이 결론을 내리지못하고 꼬박 꼬박 졸기를 몇번 하더니,

이제는 밤에 자는 잠보다 점심시간에 자는 잠이 더 깊고 꿀맛 같은 잠이 되어 버렸다.

불과 삼십여분이지만 옷을 훌훌 벗고 편한 복장으로 침대에 누우면 불과  , 오분이 지나지 않아 무아지경의 잠으로 빠진다.

 

열두시 오십분..

시 알암 시간에 잠을 깨..옷을 챙겨입고 방을 나서며 옆방 앞방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문을 노크하고 차로 향한다.

아직..점심때의 온도는 35도를 넘는다. 최근 며칠전 까지도 그리 덮지 않았었는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건가?? ^&^

 

오전에 하던 일을 지속하면서 티룸에 있는 현지 여직원에게 커피를 부탁한다. 열여덟살정도라고 하는 그녀는 나름 열심히 움직인다.

개방되지 않은 사회에서 외국인을 만난다는 사실이 그들은 싫지 않은가 보다. 우리나라 웬만한 그 또래의 처녀들은 대학에 다니고

있을 나이건만.. 삼십분정도가 지나도 커피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시 티룸에 들어가 그에게 어떻게 되었는지 표정으로 물어보니.. 바다() 없다..(??) 라고 한다.

~~ ~~ 물이 없어 커피를 못 준다는 거다.

 

옆에 차를 마시고 있던 삼국인(필리핀)이 노모어 워터~~ 라고 말을 건넨다. 이제 막 영어에 대해 눈을 뜨는 그들은 영어를 가르쳐

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받아들인다.

 

현장을 한바퀴 돌아본다. 공사의 진행상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내가 하는 일중의 하나이니 주기적으로 현장상황을 돌아본다.

 

철골설치를 위해 운송하는 길을 점검하기 위해 철골업체는 트레일러에 철골을 싣고 열악한 현장을 한바퀴 돈다.

기기 기초작업과 파일을 박기 위한 터파기작업 그리고 부지를 평탄하기 만들기 위해 흙을 파내고 메꾸는 작업..

이것이 현재 할 수 있는 우리현장의 공정의 전부다.

 

현장에서 가장 높은 사막의 언덕에 오른다.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몇컷을 돌려가며 파노라마 사진을 구사하지만,

한장으로 편집하여 만들기에는 쉽지 않겠지. 한시간여를 현장을돌고오니 이마에 구술땀이 흐른다. 가끔씩 거울속의 내모습을 보면서

그렇지않아도 햇볕에노출되면 바로 익어가는 살성이건만, 자외선이 많은 이곳에 가끔은 서너시간을 걷다가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한두시간씩 현장으로 돌아다니느라 가무잡잡해 진 내얼굴을 보며, 불과 한달사이에 사오년은 나이가 더 들어 보여지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이내 평소의 행동으로 되돌아 온다.

 

안그러면 어쩔건데??

 

아침나절 기대했던 인터넷을 설치하기위해 사람들이 오가지만, 본사로 보낼 공문한장을 써서 인터넷을 접속시도를 하건만 쉽지 않다.

한시간 정도는 걸려 메일 한통을 보냈다. 현장에서 비상용으로 사용하려 준비했던 위성 전화(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전화)마저

인터넷설치를 감독하기위해 이곳에 온 정부통신 관계자들이 압수를 해 간다.

 

이런이런~~~~~

 

그렇게 또 퇴근시간이 되어간다.

오늘 한일?? 글쎄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간단히 먹고 방으로 들어온다. 사무실에서 집중을 할수 없었던 일을 가지고왔으니 오늘은 그 일을 처리해야겠다.

순서를 정해야 하는데..샤워를 할까 하다가 샤워전 백팔배를 할 생각으로 일부터 매달린다. 한시간 정도 일을 마치니 오늘 마지막까지

어떤일에 대한 성과가 있는듯하여 기분이 나아진다. 내친김에 마른 수건에 물을 적시어 방바닥을 딱는다. 이놈의 먼지는 매일매일 싸여가니

하루만 닦지를 않아도 발바닥에 모래를 밟는 느낌이 든다. 아주 미세한 모래가 바람에 흩날려 숙소로 들어오는 때문이다.

 

덮고자는 이불을 바닥에 깔고 백팔배를 시작한다,

여덟시 오십오분..불과 십오분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매친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노트북에 담겨있는 영어회화 MP3를 틀어논다.

신경을 고추세워 듣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틀어노으면 불안한 기가 조금 가시니.. 병이다. 국내에서는 그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지.

이곳에서 시간이 남으니 그거라도 틀어놓아야지. 샤워를 하고 몸을 닦는동안 듣는둥 마는둥 하는 영어를 듣고나니 조금 일찍 자려고 계획했던 시간이 지났다.

 

아니오늘 일기를 쓰느라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났다. 열한시가 가까워 온다.

 

조금은 무료하고 지루할 것 만 같았던 월요일이 눈결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