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투루크메니스탄

[2010.09.26] 숙소에서 시내까지 걷기

루커라운드 2010. 10. 31. 16:23

 

 

 

휴일아침 식사시간은 일곱 시부터라고 한다. 이곳에 도착 후부터 줄곧 행 해보려 던 숙소에서 시내까지 걸어가려는 계획을 오늘

실천에 옮겼다. 한낮의 햇볕이 작렬하면 걷는 것도 힘이 들어지리라는 생각에 동틀 무렵부터 움직이기로 했다.

 

전날 저녁 식사의 디저트로 나온 작은 빵 두어 개와 지난주 장에서 사와 먹다 남은 사과 한 개를 준비하여 여섯시경 숙소를 나섯다.

그렇게 일찍 나서 시골길과 같은 도로를 가다가 쉬다가 다시 여유를 가지고 걸으려 한다.

 

아주 오래 전 낙타에 물건을 싣고 이곳을 지나치던 상인들이 목을 축이며 쉬어 갔었을 오아시스와 같은 곳을 찾아 그곳에서 휴식과

요기도 취하련다. 하지만 내가 상상하던 그런 휴식공간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었다. 아마도 그 그늘지고 평안한 오아시스는 쉽게

찾을 수 없기에 그 진가가 더욱 소중함으로 여겨 졌던 것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껏 한 여행 중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와 풍경을 제외한 여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살아간 흔적을 찾고 사람들과 부딪히고 그들이 즐기는 풍경을 찾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의 형태였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은 어떤 지식도 없이 진행되는 때문에 조금은 두려운 면도 있고 흥분이 되기도 한다. 말이 통하지

않음은 물론 길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지역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 들면서 그러한 분위기는 더해 갈 것이다.

 

일단 그들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 더욱 미지의 세계에 들어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표정이 나를

경계하고 있는 것 인지 나를 이해하려 하고있는지 아니면 내가 그들에게 한발작 더 다가가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를  분간할 수

없음에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그런 모든 것들이 여행의 매력 중 한가지로 우리에게 다가 오는것은 아닐까??

 

차량이 다니는 도로는 위험하니 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고, 평행을 유지하며 놓여진 기찻길을 택한다. 기찻길을 중심으로

양편으로는 포장되지 않은 마차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고 그 옆으로는 또 수로가 그 길과 평행을 그리며 물을 담아 흐르고 있었다.

길은 걷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었다.

 

차량이나 동물은 물론 사람의 흔적까지 잘 보이지 않고 전봇대만이 나를 그 길로 유도 하는 듯 앞으로 늘어져 있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이 나라 날씨특성상 강수량이 적은 때문에 도로를 걸으면서 수없이 올라오는 먼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곳의 수로는 특이한 형태를 띄고 있다. 큰 수로를 지나던 물길(우리나라의 작은 계곡정도되는 폭의 수로는 평원을 지나면서도

빠른 속력을 유지하고 있다)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오면서 사람보폭만큼 좁은 물길을 형성하게 된다.

그 물은 수로에서 보던 것 처럼 거칠고 탁해 보이는 물과는 달리 투명하고 보기에 맑은 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아마도 수로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물길을 거치면서 수로에 자라는 많은 량의 수초를 거치면서 정화 작용을 거쳤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까지도 그 수로에서 생활용수를 취하는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얻기 위해 자연적인 방법을 택하였을 것이다.

 

한 시간 이상 인가가 없는 길을 지나 도착한 작은 동네를 이십 여분 이상의 아스팔트 길을 걸어나오면서 스친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굳어있어 보임에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그들과의 마주치는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서먹하지 않을지 답이

나오지를 않았다. 얼른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길게만 느껴지던 마을어귀를 빠져나올 즈음 전방에 경찰복장을 한 두세명의 경찰과 몇대의 차량들이 서 있었다.

경찰과 사람들은 도로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고, 거칠은 차도에 통행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그들의 행동이 선뜻 어떤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딱히 잘못된 짓을 것이 안 했더라도 경찰을 보면 가끔 오금이 저려 오고는 하는데 지금 이런 풍경을 보면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꼇지만 자세히 보니 차량의 속도를 측정하여 범칙금을 부과를 명목으로 뒷돈을 챙기고 있었다.

그들은 나정도의 눈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속도위반 한 운전자들을 세우고, 운전자는 스스럼없이 경찰에게 뒷돈 주며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처음 운전면허를 취득했던 삼십년전쯤 우리나라에서 성행하던 면허증뒤에 돈을 끼워 전달하던 방법을 이곳에서 보고는

옛날 기억을 더듬으며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다시 광활한 벌판이 펼쳐진다.

물론 동네에서 큰 건물이 없기에 거칠 것은 없었지만 사람들의 민가들로 인하여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 광활한 벌판은 온통 목화밭이었다. 목화밭 중간중간에 목화를 따는 현지 아낙네들의 모습이 군데 군데 보인다.

 

작은 도로중간 가시덤불에 제법 많은 량의 목화가 걸려있었다. 나무에 걸린 목화 송이는 흡사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때 나무에 올려지는 그 솜을 연상케 하였다. 이 나라의 특산물 중 하나가 목화다.

흔치 않지만 지역을 선전하는 광고판에는 넓은 대지 위에서 수집한 목화를 가공하는 그림을 가끔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목화를 수거해 가는 중 가시덤불에 그 목화가 걸려 이런 풍경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씩 출근길에 많은 양들을 몰고 다니는 목동들을 발견한다. 그들은 동이 트는 즈음에 양들을 몰고 거칠고 척박한 사막 위에서

가시덤불과 같은 초목들을 양에게 찾아주고 있었다. 한 무리의 양떼들이 길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도로 한가운데를 점령하고 몰려오는 소떼를 본다. 아마 이 소들도 목초지대를 찾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정면에서 사진 한장을 취한다음 소를 몰고 오는 부자인듯한 두 사람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카메라내의 풍경을 보여주자

밝은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다시서기를 주저치 않는다.

 

걷기시작한지 세시간이 지난 즈음 길거리에 앉아있는 중년의 남자를 만난다.

내가 가려는 목적지를 말하니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그 말과 동시에 도로 멀리에서 버스 하나가 달려 오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버스를 타고 가게 하였던 것 같다.

내가 오는 버스에 오르지 않고 걷기를 계속하자 궁금한 표정의 눈길을 나에게 던지면 버스에 올랐고 그 버스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목적지에도착한 시간은 캠프를 출발한지 다섯시간 반이 지난 후였다.

이곳은 유적지를 다녀오면서 언젠가는 다시 한번 와 보겠노라고 벼르던, 오래전에 형성되었을 가로수를 낀 도시였다.

도로의 특징은 도로중간에 인도와 물길과 가로수가 형성되어있고, 그 밖으로는 최근에 만들어 진 듯한 차도가 양 옆으로 놓여있었다.

삼사백미터의 거리에 놓여진 이길을 걸으면서 또다시 그 옛날 이곳을 경유하며 쉬어갔을 상인들을 상상해 본다.

 

휴일의 오전이 무채색과 세피아 톤의 풍경처럼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