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석평원에서 - #1 >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성삼재에 도착한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던 택시기사는
차에서 내려 어둠속에 놓여있는 노고단으로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주고는 내가 매표소를 지날 때까지 차를
돌리지 않고 있다가 시야에서 멀어질 즈음 차를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마치 포장된 같이 아스팔트는 아니었지만, 잘 닦여져 있었다.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연인이 손을 잡고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하며 앞서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보름인가 보다, 하늘 위에 뜬 달이 너무 커, 주위가 어두우리라 예상 했던 것과는 달리 손전등을
사용하지 안아도 될 정도로 달빛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한 구비의 산을 돌아 계곡이 보이는 전망대 앞에 안내판을 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보이는 저 계곡이 섬진강으로
이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늘 위의 달은 맑게 빛나고 있었지만, 산자락을 휘감으며 내려오는 옅은 안개로
인하여 계곡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사십여분을 올라가니, 노고단 대피소가 나온다.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고 짐을 챙기는 무리에, 이제 식사를 하기 위해 버너를 피우는 사람에...
아침 볼일이 급한지 화장실로 가는 사람에.. 제법 분주하게 돌아간다.
대피소건물을 좌측으로 두고 노고단으로 오른다.
십여분을 오르니 돌탑이 나온다.
거기에 여러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조금은 가빠진 숨을 고르면서 배낭을 내려놓고 노고단의 일출을 기다린다.
하지만, 생각만큼 아름다운 일출은 없었다.
노고단의 운해, 반야봉의 낙조, 천왕봉의 일출..이 말해주듯 노고단에서 바라본 반야봉의일출은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안았다. 흔히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말을하며, 일출명소 또한 아니며, 그나마도 날씨가
희끄므리 안개(개스)가 끼었으매, 지리가 내게 그리 아름다운 모습을 쉬이 보여줄 수없는것도 무리는 아닐성 싶다.
< 노고단 일출 - #2 >
< 노고단 일출 - #3 >
< 노고단 일출 - #4 >
다섯시 삼십분...
이제 지리산주능 종주의 첫발을 내딧는다. 열한시 방향으로 반야봉을 두고 산허리를 돌고 돌아 반야봉 갈림길로 향한다.
평소 보지 못했던 이름 모를 꽃이 지천에 깔려있기에 배낭을 내려놓고 야생화에 뒷배경은 깊고 깊은 지리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댄다.
뒤따라 오던 젊은 친구인듯한 두 청년이 물끄러미 처다 보더니,
저...사진한장 부탁해도 될까요?? 한다.
일회용 카메라로 말아다. 난 서있는 위치를 조금 옮기라고 말을 했는데, 그 말 자체를 범상치 않게 들었는지..
바로~~
"사진을 직업 으로하세요??" 한다..
후훗~~
내가 너무 폼을 잡았나????
나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사진을 직업으로 하냐고 물어보면 츠암~~쓱스~~
그 친구들은 벽소령 대피소에 예약을 잠자리를 예약해 놓았다고 한다.
연화천 가까이 까지 동행을 했던 그들은....계획을 바꾸어 장터목까지 오늘가보겠 노라면서..총총 눈에서 사라져 갔다.
"삼도봉에서는 엄마...여기 지리산.." 하며 전화를 하는 것이..
젊음과 중용을 함께 지닌 성실한 청년의 인상으로 남아있기에 충분했다.
하긴 산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산에 오를 자격이 있지 안는가 하는 쌩뚱맞은 생각과 함께~~
삼도봉....세개의 도가 한곳에서 모인다는...동으로 된 꼭지점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로 인하여 윤이 나고있었다.
그삼도봉의 꼭지점에서 계곡을 바라다 보니, 점점 내가 지리로 빠져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반야봉 삼거리를 지나 뱀사골 대피소 근처인 화개재에 도착한시간이 오전 여덟시 십일분...
산행의 강도는 그렇다고 해도 벌써 네시간째의 산행이다. 집근처에서 산행을 했다면 이미 웬만한 코스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정도의 시간 일진데..
난, 아직도 출발점에 서있는 달리기 선수 같은마음에, 아직 종주의 기분에 적응이 되질 않는다.
< 노고단 ~ 화개재구간 - #5 >
< 노고단 ~ 화개재구간 - #6 >
< 노고단 ~ 화개재구간 - #7 >
< 삼도봉에서 - #8 >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에 이런 방법이 있다고 한다.
단전호흡중.....연단이란 것이있다.
안쓰던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조금은 평상시와 다른 기이한 자세로 힘이 들어가는 부분에 정신을 집중하면
평상시 불편하던 부분은 잊어버리고 지금 힘이 들어간 곳으로 온신경이 모여들어 평소에 고통받던 부분이
치유된다는..(듣긴 들었어도 좀 어설픈 지식이군..)
아침 일찍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이 있었건만, 지금 그리 녹녹치 안은 날씨와 가야 할 길에 대한 조급함에 두통이
이미 나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지리산의 가장 정확한 지명은 토끼봉....
지금 난 화개재를 거쳐 토끼봉으로 가고있었다.
작은 평지에 도달하기 전에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이정표에 토끼봉이라고 써있으매, 난 그곳의 지명을 그냥 간과 해버린다.
적어도 내가 알고 지나가야 할 토끼봉은 천왕봉 정도는 웅장하지 못하더라도 그 정도 느낌이 있어야 하지 안을까??
불과 몇십 발자국을 지나 그저 평범하고 작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쳐버린다.
삼십여분이 지나고 난 뒤 난 이미 토끼봉을 지나쳐 버린걸 알게 되었다.
연화천....
해발1440M에 내(개울)가 있다고 들었다..
그곳에 흐르는 물이 있다고.. 난 엄청난 수량의 물을 상상했었다.
이제 땀으로 젓은 내 몸을 충분히 씻어낼 수 있는 연화천~~~
하지만, 가뭄이어서인지, 그저 작은 또랑 정도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높은 위치에 그 정도의 물 흐름도 대단했던걸 왜 난 나대로 그런 상상을 했었는지..
연화천대피소는 그 이름에 걸맞게 그저 아담하고, 다른 산장에 비해 현대화 되어있지 안은 나름대로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저런 모든 것이 맘에 들었지만, 항상 사람이 머무는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화장실... 에서 나오는 냄새는 공기의 결을
타고 짧은 코끝의 머무름이지만, 그 근처의 아름다운 사물에 대한 기억을 나쁜 기억으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 아름답던 모습을 한 순간에 뒤로 하고픈 생각이 들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연화천 대피소에서 벽소령으로 가는 길 중간, 골바람이 부는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런 저런 것으로 요기는 했다고 하나, 아침을 먹지 않고 여섯시간 이상을 산에서 보냈으니, 적당히 허기가 지었으면 하련만..
아직도 그 놈의 긴장상태가 계속되서 그런지 배고픔을 모른다. 어차피 어디선가 한끼를 때우고 가야 한다면....
비닐봉지에 뜨거운 밥을 담아 식을 때까지 열어두었다가 꼭꼭 쫌매놓은 밥한덩어리, 오이를 동강 동강내어 역시 비닐팩에 넣어둔 것,
멸치, 그리고 튜브로 된 고추장을 꺼내어 밥을 먹으며 정성스레 준비해준 집사람 생각해 본다.
핸드폰을 꺼내어 평소나와 친하게 지내는 회사동료와 가족에게 메시지를 넣는다..
"여기는 연화천~~~~격려의 메시지가 하나도 도착하지 않았네.."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는 곧바로 핸펀을 끈다. 더 이상 켜놓아봤자 밧데리만 소모될뿐, 통화가 되지 않는 지역의 연속이니~~
임걸령 샘터에서 물한병을 보충하고 연화천에서 물두병 보충..그리 그리 따져보니, 벌써 0.5리터 물병을 너 댓병을 마신듯 하다
점심을 먹고 산허리 두어개 돌고나니 저 멀리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작게나마 대피소가 보인다. 벽소령 대피소다.
< 연화천 대피소 - #9 >
< 연화천 대피소 - #10 >
< 연화천~벽소령 구간 지리산 능선 - 멀리 벽소령 산장이 보인다. - #11 >
< 연화천~벽소령 구간 지리산 능선 - #12 >
< 연화천~벽소령 구간 지리산 능선 - #13 >
< 벽소령 산장 - #14 >
< 벽소령 산장을 나서며 - #15 >
< 벽소령 산장을 나서며 - #16 >
< 벽소령 산장을 나서며 - #17 >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하기 위해 대피소를 만들어 놓았다고 하면 말이 되는가?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피소가 만들어준 그늘의 한 자락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위해 그 그늘 속에 몸을 담고 있다. 나도 한자리 잡으면 배낭에 기대어 휴식을 취한다. 밥은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옆에 앉은 어린이가 어딘가로 열심히 통화를 시도한다.
조금은 힘이 들어 보이는듯했다. 아마도 엄마와 통화가 이루어 지는 것 같았다.
"오늘 오전에는 탈진했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엄마..아빠는 지금 식수 뜨러 밑으로 내려갔는데요...네....울먹~~"
조금 후 그의 아버지가 1.5리터짜리 페트병에 물 한병을 채워 나타났다.
라면 두봉이변 될까?? 더 사올까?? 그냥 쌀을 넣어 끓여 먹자 .애듯한 부자의 교감을 본다.
초등학교육학년인데 아버지의 권유로 장터목산장에서 하루를 머물고 오늘은 뱀사골까지 간다고 했다.
휴식을 마치고 그곳을 떠나며 난 그에게 주먹을 작게 쥐어 보이며 "홧팅"을 외쳤다.
조금은쑥스런 표정을 지으며 따라서 홧팅을 외치는 그에게 오늘 산행이 생각보다 순탄하길 바라며, 세석산장으로 향한다.
벽소령산장에서 휴식을 할 때 물이 조금밖에 남질 안았었다.
하지만 벽소령휴게소에서 물을 얻으려면 50M라고 쓰여진 길을 내려 가야한다. 뙤약볕에 저 멀리 보이는 곳에 물 한병을 채우러
간다고 생각하니 귀찮기도하고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었다.
해서, 산장지기님께 물어본다... 가다가 어디쯤에 가면 물을 구할 수있는지...
오십분 정도 가면 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귀뜸 한다.
벽소령을 출발하여 몇개의 고개를 지난 후 또 다른 봉우리를 지나서야 샘을 발견했다.
맞다....선비샘이라고 했다..
이름도 고와라.. 아마도 구비진 산길을 돌고 또 돌아 적당히 목이 마를 만큼 한 위치에 놓여 있어서인지 물이 꿀맛 같았다.
표지판에 해발 1491m라고 적혀있다.
수량도 제법 많은 편이다.
흐르는 땀을 씻어내고 머리에 물을 끼얹으면서 샘의 고마움을 느껴본다. 그렇게 십 여분을 물과 유희를 하고 있을즈음..
포항에서 왔다고 한 무리의 산악회윈들이 물을받으며, 이런 저런 말을 건넨다.
시간상으로 보면 오늘산행예정의 20%정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과연 그리도 오고 싶어했고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와 있건만 무엇이 그들을 그리고 나른 이곳까지 오게 하는 원인인지
아직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오늘따라 날씨가 청명하지 않아서일까?
내가 느끼는 지리에 대한 감정이 보통사람들보다 감이 낮은 것일까?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너무 쉽게 산행이 진행되는 것도 같고 어찌 보면 너무 밋밋한 산행으로 내가 평소 다니던 산행과 비교하여
특별히 틀린점이 없는 듯 하였다.
이미 시간도 뙤약볕에 적응할 많큼 흐른 오후 세시부근...
날씨가 개스가 껴서 그런가보다.
변화 무쌍한 지리의 골자기를 구경할 수 없어서 일게다.
조금은 힘이 들지만 이런 산행으로 두 세시간 후면 조금은 다른 산장에 비해 아름답다고 들 말하는 세석에 도착할 터이고 난
거기서 여느 산자락의 민박에서 지낼 때와 마찬가지로 이른 저녁 잠을 청할 것이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기를 이삼십분..조그만 재위로 하늘이 보인다.
어느 봉우리의 능선인듯 몇분을 숨을 몰아쉬며 언덕에 올라서면 그곳에서 조금 더 높은 위치에 하늘과 다을듯한 또다른
위치의 언덕이 놓여있었고 그 언덕을 오르면 우측으로 돌아 가는 길이 나온다.
다시 우측으로 돌아서면 제법 높은 봉우리가 나오는데 그 봉우리를 우회하듯 돌아가니 나선형의 나무계단으로 가파르게
봉우리를 올라서면 또 다른 언덕......이렇게 십수회를 거듭하면서 몸은 점점 나른해져 가고 섯 부른 자존심으로,
" 어디까지 이런 길들이 나있을까 조금후면 그치겠지"를 또 십수이상 외친 느낌이다.
계단을 오르고 하늘과 맞닿은 바위에 오르면 또다시 산허리를 돌아가는 정말 지루하리많치 지속되는 두어시간의 산행에
난 그만 나를 나를 놓아버렸다.
내가 나를 버리지 않고는 내가 목적하는 곳에 감히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은 섬득함이 머리속으로 다가온다.
그래....
사람들의 느낌이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기분으로 지리에 대한 경외감을 얻은 사람도 없지 안으리라.
이런 생각으로 끝자락 산모퉁이를 돌았을 때 어느새 해가 뉘엇뉘어 져가는 세석평원위에 고즈넉히 앉아있는 세석산장의 모습은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반갑기도 하고..나이보다 조금 더 여린 감정을 갖었다면 이유를 모를 눈물이 고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세석에 도착하여 식수대에 대충 땀을 닦고 신발끈을 느슨하게 푼후 배낭을 한군데 놓고 이리저리 넓지 않은 지역을 돌아본다.
다시 식수대로 가서 물을 먹어 보기도하고 서쪾 영신봉으로 지는 해며, 스러져가는 여린햇살에 편히 앉은 세석산장과
맞은편의 촛대봉...모든것이 너무 한가로워 보였다.
오늘 세석에 머무는 사람들의 몇몇 특징을 보면...
부산 해운대에서 단체로 산행을 온 중학생으로 보이는 스카웃회원 이십 여명의 단원,
예닐곱명의 회사동료로 구성된 단체 산행인원, 대여섯이 무리를 지어온 단체산행객......
식사방법도 가지가지였다.
매점에서 고등어 통조림을 사서 끓는 물에 데워 먹는 사람, 햇반을 데워 준비해온 밑반찬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
이삼킬로의 고기를 얼음으로 싸 상하지 않게 가지고 와서 버너로 구워먹는 회사 산행팀에 이런 저런 술로 밥먹기전에
이미 벌것게 닳아있는 사람들..
난 그들이 점거하고 있는 나무탁자 한 구석에서 두 덩어리의 주먹밥중 남은 한덩어리로 일회용카레를 데워 코펠에 쏫아
부은 다음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우선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 좋았다. 설거지를 할 것이 없이서 좋았다.
고기를 굽고, 밥을 하고, 뭔가를 끓이는 것보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해도 옹색해 보이지 않는 자신을 다시 돌아본다.
세석의 밤은, 힘든 모습으로 대피소의 침상으로 올라가는 무리와 산행의 여운을 맘껏 즐기려는 산장앞 벤취에 담소를 즐기는
인원으로 대별 되어 깊어만 간다. 가물가물 눈꺼풀이 내려온다.
일찍이 배정받은 때문인지 이층의 제법 구석자리에 모포 두장(대여료2000원)을 빌려 깔고 눈을 붙인다.
이내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빨려 들어그는데 걸리는 시간은 오분도 안된듯 하다.
< 벽소령~영신봉 구간의 지리산 - #18 >
< 벽소령~영신봉 구간의 지리산 - #19 >
< 벽소령~영신봉 구간의 지리산 -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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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소령~영신봉 구간의 지리산 -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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