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에서 반야봉 일출을 배경으로>
이십수 년 전 해외로 취업을 갔던 나의 친구는 휴가를 들어와 지리산을 종주하겠노라고 한없이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짊어지고 이박삼일 동안 어딘가를 돌아다니다 왔다고 약간은 그을린 모습으로 산행담을
늘어 놓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불과 몇 년이 지났을까.
사내 산악회에 가입을 해 지리산엘 가 본적이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지루하리만치 길고 긴 산행과
통나무집건축을 주로 하고 계신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형의 기이한(?)행동에 끌려 무박 이일로 무려(?)
여덟시간 정도로 기억되는 산행을 한적이 있다. 남원에서 하동을 넘어갔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뱀사골에서
시작하여 토끼봉을 거쳐 칠불사로 내려온 듯 하다. 너무 나도 힘든 기억 뿐이다.
최근~~~ 지리산사이트를 자주 드나든다.
-. 힘들고 지쳣을 때 찾아가면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지리산~~
-.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는 지리산~
-. 사는 것이 계획대로 움직여 지지 않을때 후울쩎 떠나가고 싶은곳~
이런 귀절을 볼 때마다 한번쯤은....
그래~~
누군가 말하드시 40대 중반을 넘어서도록 지리산종주를 한번도 하지 못한 것이 숙제 못한 학생처럼 마음에
걸려 금년에는 꼭 지리산을 종주해 보리라 마음먹어 본다. 이런 귀절이 자꾸 귀를 간지럽힌다.
하지만, 맘먹는다고 그리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속성..그러는 사이 난 사이버상의
지리를 맘한 자락에 묻어두며 반년을 지냈다.
저번 주 월요일, 한 주를 정신없이 일에 빠져 토일요일도 반납하고 겨우 정신을 가다듬을 즈음, 그날도 난 인터넷을
통한 지리산을 헤메이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지리산 가실 계획 있으세요?
휴가 하루 내고 함께 다녀올까요??
직장동료가 흘려버리는 듯 한 말투로 한 마듸 한다.
나야~~~ 뭐 갈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리 쉽게 가지는 건가?
그냥 가면 되죠 머..평일 휴가하루 내고...
그러면 대피소예약은 그리 어렵지않을테고 밤차를 타고 가면 기차예약도 무난 할거로 보이는데,
나머지 세부적인 계획은 이후에 짜죠..
최근 두세 차례 지리를 종주 한적이 있는 친구이고, 너무도 간단하게 결론을 내려버리는 통에 나도 선뜻
그러마 하고 답을 했다. 한 점 망설임도 없이..
그리고 곧바로 또 다른 일 때문에 하루 이틀 일에 푹~~빠져 지내는 동안 산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 되었다.
산행 시 개인적으로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그 친구에게 물어보니 조금은 난감한 얼굴로...
갑자기 일이 생겼는데 오후 세시에 가부 간의 결정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매번 여행 때 마다 난 세번의 여행 다녀온다. 그 첫번째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대한 사전지식과 교통정보 등
자료를 챙기느라 들뜬 기분으로 한번.. 두번째는 직접 가보고 느끼며 또 한번..
마지막으로 갔다와서 사진과 글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한번~~~
하지만 이번지리로의 산행은 첫번째 자료챙김 및 계획을 그 친구가 자청했기에 한번의 기회가 줄어든 셈이다.
저녁때가 거의 다되어서야 요모조모 꼼꼼하게 챙겨놓았던 자료를 건네주며,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같이 가지 못하게
됨을 미안하게 여긴다. 결국 뜻하지 않게 혼자 지리산종주에 나서게 되었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선다.
버너,코펠, 라면 두개, 미숫가루 충분량, 내장을 빼서 약간 볶은멸치, 얼린 물 두 어병, 저녁 느즈막히 지은
밥을 어른 한 웅큼의 주먹 분량으로 비닐 봉지에 싼 밥 두덩어리, 양갱 두개와 처컬릿두개, 일회용 카레와
인스턴트 미역국을 겉포장을 모두 뜯어 가방에 넣고, 배낭을 꾸렸다.
아참...
가장 중요한 카메라까지 챙기니 35리터용량 한 가방이 꽉 찬다.어림잡아 십오킬로 쯤 될성싶다.
수원역에 열차타야 할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도착한다.
기차표 한개를 반환하려고 하니 수수료를 10% 공제한다고 한다. 한 시간동안 무료하기도, 저녁나절임에도
기온이 떨어지지않아 후덥지근함을 가시기위해 밀크쉐이크 한통을 사서 입에 댓다 떼었다한다.
왼쪽 관자놀이가 뜨끔 거린다.
하루종일 일을 하고 네시간 여를 밤차를 타고 내려가서 새벽에 산에 오른다는 것이, 제법 부담스러움과 함께
약간의 스트레스로 다가 오는 것 같았다. 더구나 혼자라니...
구례구로 향하는 밤기차는 그곳에 일상을 보내기 위해 가는 사람들 보다는, 일찍 방학을 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팀의 무리와 두 세명씩 짝을 지어 산행을 목적으로 배낭을 둘러멘 사람들이 더 많은 수 인듯 싶다.
<기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서대전..곡성..구례구..
잠결에 정차역을 어렴푸시 들어가며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세시반..핸드폰이 진동을 한다.
퇴근직전 성삼재로 가는 방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버스를 타고 구례로 들어가 한시간 정도를
기다려 성삼재가는 버스를 타면.. 시간이 두어시간 지체가 되지만, 교통비는 택시비의 십분의 일정도면 되겠고.
구례구에 도착하여 택시에 합승을 할수 있다면 만원정도의 교통비면 해결이 되겠지만, 합승이 가능한지,
시간이 한없이 기다리게 될지, 이런 저런과정이 번거롭고, 또 계획대로 차를 잡지 못한다면,
첫단추부터 잘못끼워지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니..
어차피 낫선 첫산행이니 시간도 절약할겸 전화로 택시를 예약해 놓았다.
구례구역의 앞에있는다리 맨앞에 예약된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합승을 해도 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나를 태운 택시는 지체없이 성삼재로 향한다.
새벽임에도 날씨다 후덥지근~~하다.
이곳 날씨가 평상시도 이래요? 내가 묻는 말에 운전기는 올해들어 구례의 날씨가 이상해 졌다고 한다.
이렇게 더웁지가 안았었는데..말을 시작한 초로의 개인택시 기사는 젊었을때 서울서 택시를 하다가 농사를
지으러 이곳까지 내려왔고, 어찌어찌하여 다시 택시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의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함에 대한 애환을 구구절절이 늘어 놓는다.
나의 마음은 이미 성삼재에 가 있는데....
< 노고단 산장에서 달빛과 화장실 불빛으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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