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05.07.14] 그녀의 운전면허

루커라운드 2005. 7. 14. 02:48

"뭐해??"

 

토요일이다.

출장업무로 인해 본사업무가 쫓기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중 하루는 회사에 업무처리를 위해 왔다가 집으로 돌아 가면서 집으로 전화를 건다.

이미 나올 수 있는 답들을 서너가지 머릿속에 담아놓구 말을 건넨다. 조금은 건조한 화법이지만, 익숙해져있는 물음이기에

그녀도 별로 개의치 않고 준비해 놓은듯 답을 내 놓는다.

 

"!~~ 누워있어..  "

 

항상 대답은 그 범주안에 있었다.

 

먹고 난 것 설걷이 하고 있어.

세탁기 돌려놓구 바닥 닦고있어.

얘들 밥 주느라구~

다림질 하구 있는데..

티비 보구 있어~

 

이미 얘들이건 남편이건 밥을 안주면 알아서 먹는 방법을 터득했을 터이고, 설령 하루 정도 밥을 안차려 준다고 한들

그녀를 나무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번 그녀를 봐 왔던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그래서 그런지 그런 대답들이 애듯하게 맘을 자극 시킨다는걸 최근에 깨달았다.

 

그나마 요즘은 뒤늦게 운전면허를 따겟다고 학원에 다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차라리 내가 조금 위안이 되었다.

 

말이 나온 김에 말이지..

우리집과 처갓집을 통 털어 운전면허를 소지할 나이가 사람 중에서, 이미 팔순을 넘긴 울 엄니 와 장모님 말고는

그녀만이 운전 면허가 없었던 터다. 가끔 지나가는 말로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면 천연덕 스럽게 있는 거하구 없는 거 하구 뭐가 틀리냐구 한다.

 

언제든지 멀리 움직이고 싶거나 꼭 필요한 시점이 생기서 남편에게 가자고 하면, 성의를 다해 모셔다 주는데 뭐가

아쉬워서 힘들이고 신경 쓰이게 운전 면허를 따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그런 말을 자주 들어서 인지 아니면

천연기념물에서 해방이라도 되려고 했었는지 올 봄부터 운전면허시험에 도전을 했다.

 

당연 난 쌍수를 들어 환영을 했다.

 

~~

내가 자주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서 가끔씩 운전에 꾀가 난다거나, 술 먹을 기회가 많아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애로를 느끼는

사람이라면야 그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도있지만, 전혀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뭔가 일상의생활 말고 다른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 싶어 적극 권장을 했었다.

 

아마도 그녀의 운전면허에 대한 도전은 처제의 광고성 발언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작년 가을~

처남이 차를 새로 바꾸면서, 직장에 다니는 처재에게 헌차를 인계하였다. 누이인 처재에게 차를 주는것으로 모든것을

다한 것이 아니고, 장롱면허를 장롱 밖으로 나오게까지 해 주어야 한다는 내말을 처남은~~

여자인 누나의 기계치를 아찔한 상황을 경험을 감당하면서 까지 운전연수를 할 수 없다며, 꼭 필요하다면 돈을 들여

도로연수를 받으라며 냉정히 거절한 터였다.

 

조금은 눈치를 보면서 형부인 나에게 도로운전교습을 부탁했을 때 난 그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말이 나온 그날로 차를 몰고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서 서너시간 정도 운전이며, Parking이며 설명과 실습을 하고 나더니,

하루만 더 가르쳐주면 실전에 몸을 던질 수 있겠다며 일요일인 다음날까지도 내게 부탁을 해왔다.

 

그래서 다음날은 집에서 직장이있는 1번국도를 배짱좋게 조수석에서 앞뒤를 보아가며 거만하게 코치를 했었다.

그렇게 이틀을 지내고 나니 보통사람과 좀 다르게 쉽게 실무운전에 접근을 한 처재는 깡도 좋게 그 다음날 부터 자가 운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이후 즈그 언니를 만날 때 마다.. 그렇게 능력(?)있는 남편이 옆에 있는데 운전을 안배우고 뭐하느냐??

몇 사람에게 운전교습을 의뢰하여 옆에 탓었지만, 형부만큼 자세하고 실속있게 교습을 해주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연설을 했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 일이있고 꼭 일년도 안되었으니 말이다.

큰넘은 도서관으로 작은넘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가고 그녀는 홀로 그렇게 놓여져 있었다고 했다.

 

 

"버스타고 오는 곳 까지 와라~~ 오면서 전화통화를 하면서 가까워 지면 버스정류장에 내려라..내가 기다리고 있을께~

 

??

 

운전교습시켜주러~~

 

오늘은~~

경사진 언덕에서 출발하는 것좀 연습을 하지~~

 

그러죠~!!"

 

전화기를 놓는 소리가 명쾌하다.

 

낮게 구름이 깔린 토요일 오후에~~ 회사에서 시흥대로를 타고 그녀를 만나러 가며 생각에 잠긴다.

언제부터인지~~ 난 그녀에게 지나가는듯한 말투였지만 결코 지나가는 말투가 아닌 또렷한 말로 사회에 중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만난 사람들 속에서 본인의 존재이유 및 가치를 찾아보라고 말했었다.

 

내가 건넨 말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결혼 후 세상의 험한 꼴들을 한번도 당해 보지 않고 살며,

그래서 이미 생활이 안정된 상태로 굳어져 버린, 그래서 그 삶의 변화가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귀찮아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편인 내가 운이 좋아 지금까지 커다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여기까지 왔지만, 향후 하루 앞을 기약할 수 없음에 만약

사회로 나갈 수도있는 준비를 여유있을 때 하라고 기회 가 있을 때 마다 말했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얘기하며, 다른 사람이사는 방법도 보는 것이 집에서 얘들 뒷바라지며, 남편의 식사만

챙겨주는 것보다 의미가 있을때가 있을터이니~~ 어쩌면.. 한 수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이 모두 돈과 연관된 일이고 그일로 인해서 가사에 소홀해 질수있는것이 아니냐는~~

 

이런 저런 생각에 제법 흐려진 토요일 오후가 아련~~~~한 느낌으로 지나간다.

 

운전면허시험을 보면서 운전면허를 획득하는 것 보다 그 뭔지 모를 좋은 느낌이나 의미도 함께 획득해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