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삼십년 지기 고등학교동창친구로부터 산행 한번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칠~팔 년전인가 친구들가 춘천의 서면 근처 식당이 민박집에서 술 한잔으로 저녁을 보내고 이른 아침 의암땜앞의 삼악산입구에서 강촌입구의
등선폭포로 내려오는 산행을 한적이 있다. 그때 그 친구는 산행 입구에서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가슴이...
가슴이...
하면서 산행의 괴로움을 호소한적이 있다.
힘든 산행을 마친후 하산하는 다른 친구의 뒷끔치도 가냘프게 떨리는 것을 본적이 있다. 모두 운동 부족이었다.
이후 가슴을 쥐어 뜯던 친구는 거의 매주 산행을 하여, 이제는 등산하면 다른 사람에 뒤지지 않는 산꾼(?)이 된 그 친구로부터의 제안이었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빗방울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왔다.
창문을 열어보니 많은 비는 아니지만 산행을 하기에는 좀 거추장 스러울 정도로 비가 추적이고 있었다.
"비가 오시네..오늘 약속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겠네.."하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너으니 바로 회신이 온다.
"글쎄~~~ 많은 비가 내릴것 같지는 않은데 가벼운 차림(준비물없이 맨몸)으로 부담없이 한바퀴 돌자.."
"알았어..열시까지 군포시민회관으로 간다"
그러면서 커피 두잔마실물과 과일 몇조각 김밥집에서 김밥 두줄과 우산하나를 챙겨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같이할 친구를 만나러 나선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빗속에서도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실 조금 망설였었다. 비가 오는데 태을봉 까지갔다 대충 내려와야 겠다. 이런 생각으로 둘은
산행을 시작한다.
삼악산에 오를때와는 달리 친구는 몇걸음씩 성큼 성큼 앞서 나갔다. 나야 산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오르는것에 최종목적을 두지 않고 일단 산에
들어온것으로 목표달성을 한것으로 생각하며 산을 다니다 보니..항상 느릿~~느릿~~ 좀 기분이 그렇다 하면 하릴없이 몇십분이라도 능성에 주저않아
하늘을 보며 산행하는 스타일인지라 이또한 부담이 된다.
쉬어가자. 저기 능선의 구름좀 봐. 저 밑의 계곡에 가면 여름에 발 담글곳이 있는데..
그리 너스레를 떨면서 태을봉 정상에 오르니 한시간 남짓 태을봉에서 안산쪽을 보니 언제나 그러하듯 오리대가리 처럼 튀어오른곳은 수암봉이 보인다.
나의 배낭내용물을 알아차린 친구는 일단 가보는데 까지 가 보잔다. 슬기봉을 거쳐 수암봉으로 가는 길은 수리산 정상의 험준한 칠부능선을 통과한다.
군부대로 인해 길도 제대로 없는곳에 조금은 위험한 구간을 지나 힘겹게 힘겹게 수리산 정상을 우회하여 수암봉 입구헬기장에 도착하니 막걸리 파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온다. 수리산에는 군포시에서 막걸리 파는것을 제제한다고 하던데 이곳은 행정구역상 안산시라 제제를 하지 않는듯이 보였다.
막걸리 한사발씩 들이키고 헬기장에 앉아 김밥 한줄씩을 죽인다. 그리고 내친김에 커피도 한잔..
세상이 너무 작아 보인다. 수암봉에 올라 서해를 본다. 서해도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날씨도 언제 비가 왔느냐 싶게 맑아져 있었다.
그 높은 하늘이 가슴으로 선뜻 다가오는 듯 싶다. 예비군 교육장입구인 버스 종점을 향했다.
난 바로 계곡으로 떨어져, 삼십여분을 터덜 터덜 걸어가는 길을 원했고 친구는 지속적으로 능선을 타고 버스종점 바로 앞에서 하산하는 길을 원했다.
일단 친구의 의사를 쫏아 능선을 가다가 중간에 내가 원한 길로 방향을 틀었다. 고맙게도 친구는 아무말 없이 뒤를 쫏아온다.
그런 때문이었으리라. 산의 중턱을 내려오는 그곳에 한무리의 노루귀를 발견할수 있었다.
사람들이 집단생활을 하는것은 외로움을 이겨내려는 까닭이리라. 억지를 써서 표현한다면, 모든 생물이 이런 저런 이유에서 집단으로 서식한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측면말고...그냥 사람의 생각만을 고집한다면 외로움을 이겨내려 집단생활을 하는것이라 믿고 싶다. 한무리의 식물이 그 주위에서부터 종족을
번식한다는 아주 상식적인 생물학적인 면을 지금은 배제하고싶다.
삼십여분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카메라를 꺼내어 휘두른다. 나의 이런 행동을 친구는 그저 신가힌듯 이해해 주려는듯 그렇게 같이 지켜보아 주었다.
이십여장의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길은 말그대로 뿌듯~~했다. 큰길에서 불과 십여분 거리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노루귀~~~!!
울산 현장생활할때 천성산에서 만났던 노루귀~~!!
시간은 제법 지나있었다.
출출한 배를 우리콩으로 만들었다는 두부집에서 동동주 신김치, 부추절임으로 허기를 달랜다.
허기를 달래다가 정신을 놓을정도의 술로 친구와 대화에 빠져들 즈음..
"딸래미와 똒같아..
집을 나서면 들어올 생각을 안해..
지금 어디??
저녁은??"
집사람으로부터의 메시지에 화들짝 놀라..버스 종점으로 향한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모니터링 하는 과정에서 형편없이 촛점이 맞지 않음에 실망을 한다.
집에 들어서면서 그리 자랑~~ 자랑~~흥분~~흥분~~하면서 노루귀~~노루귀~~를 외쳐 댓건만..
다음날은 샌드위치 휴일이었다. 내가 낙담하는 모습을 본 집사람은 노루귀의 생생한 모습을 보러 가자고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이른아침 어제 그곳으로 다시 올라갔다.
수십여장의 노루귀 사진과 낙엽밑에 살짝 고개를 내미는 제비꽃과 현호색...그리고 생강나무까지..
원 없이 파일더로 훝었지만 역시 쏘옥~~~~~~~~~~~~마음에 드는 사진은 찾아볼수가 없고..
그나마 많은 사진중에서 몇장을 건지는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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