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다음날인 오늘은 근교산행만 하던일을 멈추고 북한산엘 가기로 한다. 매일 컴갬에 매달려있는 막내녀석에게 사정반 협박반으로 동행을 강요하고나니,
집사람이 일이 생겨서 동핼할수가 없단다. 오랫만에 단촐하게 둘이 산행을 하기로 한다. 이녀석 집에서는 가끔 어리광도 피우고 뻐디기도 하는데, 막상 집을
나서면 조금 어른스러워 지는듯 하다.
오늘은 서너해 전에 부서단합대회때 가본 코스 승가봉~의상능선~북한산 유원지 넉넉히 잡아 하루종일 산에있으면 초보라고해도 못갈수 없는 코스가 아닌가.
먹을것 넉넉히 물 넉넉히 그리고 시간 넉넉히 챙겨 졌으리라 여기며아침 아홉시반 불광사 매표소를 통과한다. 삼십여분을 올라가다 보니 항상 산행의 초입에서
느끼는 무력감 땀도 많이 나고 힘도 많이든다. 녀석도 당연..나와 같은 증상..
족두리봉으로 가기전에 이름을 알수없는 바위에서 릿지를 붙은 한팀을 보며 나름대로 몇년전부터 다짐을 한 말을 되뇌인다. 릿지는 웬만하면 아니 절대 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릿지와 관련된 간단한 등산용구라 하더라도 내 주위에 하나도 없다.
사십여분을 더가니 북한산의 경치가 한눈에 볼수있는 바위의 맨윗부분에 우리는 와 있었다. 잠시 바람을 쐬고있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좌로 우로 바위밑으로
내려가고있었다.
"우측으로 내려가는게 안전합니까??" 고 묻는 내게
"전에 저는 우측으로 갔다가 너무 많이 고생했습니다.." 이말을 듣는 순간 뭔가 감을 잡았어야 하는데,
"그러면 좌측으로 내려가면 돼겠네.."
하며 바위 좌측으로는 열길 낭떨어지의 릿지를 지나면서도 이구간만 지나면 아래까지 힘은들지만 위험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쇠사슬을 잡고 돌아 몸을
가누는 순간.. 밑으로 펼쳐진 미끄러 질듯한 바위를 보면서 "에구 클랐다".
물론 릿지화도 없을뿐더러 나자신도 믿지 못하는판에 녀석까지도 챙겨야 할판이니 진퇴양난이다. 돌아가려지 조금전 왔던 아슬아슬한 구간이 또 눈앞에 아른거리고.
결국 믿을건 이산을 밥먹듯이 드나드는 산꾼들에게 도움을 청하는수밖에없었다. 보조자일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여 5분여면 내려올 길을 삽십여분의
사투(?)끝에 땅을 밟을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짜증을 부리거나, 겁을 먹은 표정을 짓지않고 순간적으로 내가 걱정하는모습을 안심시키려는 녀석을 보면서 말로만 다키운게 아니고..이젠 정말
다 컷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간다. 이렇게 예상치도 못했던 족두리봉에서 완전히 기가 죽은 부자는 갑자기 밀려오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점심먹을
생각을 하는데 그때의 시간이 열한시 반 너무 이른시간임에 일단 과자와 과일로 허기를 채운다.
강한 스트레스도 체내의 칼로리를 소비시킨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후 우린 향로봉과 비봉을 필사적(?)으로 우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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